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이 14일 김형오 국회의장을 찾아 비정규법과 언론 관련법의 직권상정을 정식 요청했다.
이날 오후 교섭단체 대표들이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했으나 별 성과 없이 마무리되자 회동 직후 한나라당이 김형오 국회의장을 찾은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쟁점법안들이) 제대로 상임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며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신성범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직권상정을 건의했으나 김형오 의장은 별 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13일 “더 이상 상임위에서 논의를 지체 혹은 기피하거나 시간 끌기식으로 회의가 진행된다면 의장으로서 적절한 조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어 한나라당의 압박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6월 임시국회가 일단 다음 주까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의 선택으로 관심이 모인다.
이영희 “빨리 대책 마련” 비정규직 문제 국회로 공 넘기기
한편 비정규법과 관련된 논의는 계속됐다.
환경노동위원회 3당 간사와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128호에서 만나 비정규법 시행 상황을 점검하고 개정을 둘러싼 쟁점을 논의했다.
▲ 김재윤 민주당 간사, 이영희 노동부 장관, 권선택 자유선진당 간사, 조원진 한나라당 간사(왼쪽부터) |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당초 우려대로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가랑비 내리듯이 여러 사업장에서 조용히 해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희 장관은 “비정규직이 해고되면 그 자리가 사라지는 식으로 총고용이 줄어들고 있으며 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숙련도를 인정받지 못하고 저임금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국회가 빨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공을 국회로 던졌다. 이영희 장관은 근거로 8900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해고자는 4325명, 정규직 전환자는 1664명이라고 제시했다.
김재윤 민주당 간사는 “노동부 장관 만나기가 이렇게 힘드니 비정규직 대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라며 “유예나 중단을 가지고 논의할 시기는 지났으며 당리당략을 떠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윤 간사는 경제계와 정부도 함께하는 연석회의 구성과 비정규법 시행 평가 TFT를 구성해 6개월 동안 운영,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조원진 한나라당 간사는 “눈이며 귀를 막지 말고 비정규직 삶의 진실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진 간사는 민주당이 법 시행 준비기간으로 제안했던 6개월을 언급하며 “일단 법 시행을 중단하고 법 개정 준비기간을 갖자”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도 민주노총도 언급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원진 간사는 “6개월 동안 비정규직 해고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없다”며 김재윤 간사의 제안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