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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활동가 비정규법 대응 과정 반성적 평가

"사용사유가 맞지만 기간제한부터 통과 시키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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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말 현행 기간제한 2년이라는 비정규직 법안에 조정안을 냈던 7개 시민단체 중 하나인 참여연대 소속 한 활동가가 당시 법 제정 과정의 대응을 놓고 반성하는 평가를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비정규법을 이야기하면 시민단체들은 조심스럽고 죄송한 것도 있다. 당시 법 만들 때를 돌이켜보면 민주노동당, 민주노총과 행보를 같이하다 10여 단체가 ‘사용사유가 맞지만 기간제한부터 통과시키고 개정하자’로 선회했다"면서 "지금도 그 문제로 꾸중을 듣고 있다. 죄송하기도 하고 당시 판단이 옳았던 것인지 고민이 든다"고 밝혔다.

2005년 11월 30일 참여연대, YMCA, 한국여성연합, 환경운동연합, 민언련 등 7개 시민단체들은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의 이름으로 국회에 ‘기간제 사유제한’를 요구했다가 23시간 뒤인 12월 1일 ‘기간제 2년 사용, 이후 정규직 근로계약 간주’라는 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총과 많은 노동사회단체들은 이들 7개 시민단체의 비정규직법 조정안에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했었다.

안진걸 국장은 "입법 활동을 하다 보면 원칙적인 법안은 통과가 잘 안 되고 법 제정이 매우 어려워서 일단 만들고 개정하자 했었다"면서 "그게 옳았던 것인지 두고두고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비정규과 연대하고 계신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안진걸 국장의 이 같은 평가는 지난 10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주최한 7회 비정규 월례포럼 토론과정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비정규법에 대한 제 입장과 문제점’이라는 분류표를 통해 민주당과 민주노총, 진보정당, 시민단체들의 입장을 비교했다.

  ‘비정규법에 대한 제 입장과 문제점' 분류표 [출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성희 소장은 "민주당, 한국노총, 시민사회노동단체 일부가 현행 2년 유지를 주장하며 현행법의 지속적 폐해인 단기 일자리 지속해고와 간접고용 전환은 고려를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들 단체에 "비정규법과 기간제한의 태생적 한계를 인정해야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의 공세에 맞서는 대안이 구축된다"고 제시했다. 김 소장은 "열린 우리당(민주당)과 한국노총이 만든 법이 일상적 대량해고임을 인정하고 전면적 법 개정 입장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김성희 소장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 일부를 두고는 "기간제법 유지 또는 강화를 주장한다"면서 "유지-개정의 주장이 섞여 있고 둘을 잘 구별도 못 하고 있으나 주로 유지 주장"이라고 해석했다. 김 소장은 이들에겐 "자기입장 정리가 필수적이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반성적 고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의 이런 발제문을 두고 토론 참가자들은 개인입장임을 강조하며 긍정과 부정, 반성 등의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구도에서 진보와 노동의 목소린 어디에

첫 번째 토론에 나선 박유순 민주노총 비정규국장은 김 소장의 비판에 "민주노총은 노동기본권 쟁취로 가닥을 잡고 특별법인 파견법, 기간제법, 직업안정법을 손봐서 일반법인 근로기준법에 넣자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개악 저지 국면으로 가면서 법안 발의가 늦춰지게 되고 개악 반대로 민주당과 공조가 되면서 정규직화 기금 방안 등이 나오게 됐기 때문에 밖에서 민주노총 입장이 불명확해 보일 수 있었다고 본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왔다갔다 시소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성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 보좌관은 "아픈 데와 부족한 데를 잘 지적했다. 원내 활동을 하다 보면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면서 "시행유예나 기간연장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조성주 보좌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예나 연장이 논란되면서 그게 해결책이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 사용사유 제한이나 전면 개정을 공세적으로 제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반기엔 원내든 당 지역위원회든 세밀한 대응전략을 세워서 대응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해도 끝날 싸움이 아니라서 올 연말까지도 비정규직 싸움은 계속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김성희 소장의 분류를 강하게 부정했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진보신당 입장이 현행 유지 또는 강화라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비정규법 국면에서 때론 야 4당과 입장을 낼 때가 있는데 비정규법의 구조적 문제를 담으면 민주당은 발끈한다. 자기가 한 일이 잘못한 일이라고 인정을 안 한다. 개악국면에서 진폭은 있었지만 동의할 수 없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종권 부대표는 이어 "이 법을 만든 자들끼리의 싸움으로 대립구도가 왜곡되면서 진보나 노동진영이 중심을 못 잡고 최악과 차악의 구도에 말려들어 개입을 못 한 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한겨레 신문에서 이목희가 부각되는 이런 국면의 암담함을 넘어 현행 악법을 뜯어고치지 않고는 고용불안이 일상화 된다는 사실을 대중화 못시킨 것은 반성 된다"고 밝혔다.

정종권 부대표는 또 "비정규법의 핵심인 사유제한에 다 동의하지만, 법 제정 당시 사유제한을 담은 단병호 법안에 대해 온건집단은 ‘말도 안 된다. 되겠느냐?’ 했고 시민사회단체가 대기류였다"고 돌아봤다. 정 부대표는 "민주노총은 당시 왔다갔다했고, 강경한 입장 쪽은 거꾸로 ‘사유제한이 문을 너무 많이 열어준다’고 비판 했다"면서 "사유제한의 공감대를 어떻게 현실화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 부대변인은 "비정규법 순회 연설회를 하면 대중의 반응은 매년 국회 앞에서 격렬히 싸웠던 때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비정규 법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서 유리한 상황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안진걸 참여여대 사회경제국장은 비정규직법 제정에 대한 반성적 평가에 이어 "이영희 장관이 생각해주는 것처럼 발표한 4년 연장 개악 안에 맞서 싸운 것은 잘했지만 개악 안을 막는 데만 주력한 나머지 비정규법의 긍정성 들을 강조하는 실수도 있었다. 막다 보니 그런 논리만 폈다"고 평가했다.

안진걸 국장은 "야 4당과 민생민주국민회의 기자회견 때 진보신당입장에서는 몇몇 표현의 수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줬다. 그때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뛰어들다 보니 법 시행 취지만 강조하다 어떤 그룹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본다. 진보신당에 두고두고 죄송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성희 소장은 “각 단체의 입장을 비교한 건 김대환과 이목희의 구도로 가는 양상도 벌어지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진보와 노동의 목소리가 어디에 있느냐를 보다 보니 그랬다”면서도 “기준과 태도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고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