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대의 총에 맞아 쓰러져 피 흘리며 죽어간
이란 소녀 네다는
27세 여행사 아르바이트 청년임이 밝혀졌다
이를테면 이란 판 이태백 비정규노동자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어디나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친구와 버스를 타고 테헤란 시가지를 지나다
교통체증으로 차가 막혀
차안이 너무 더워 잠시 내려
애인에게 손전화로 전화를 하던 중
조준된 총에 의해 살해됐다는 것이다
민병대는 손전화를 무척 싫어한다는 추측 외엔
왜 그녀가 과녁이 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피 흘리며 죽어가는 친구를
손전화로 촬영해 그녀의 애인에게 보냈고
애인은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전 세계로 쏘았을 뿐이다
딱히 꼭 그렇게 해야 할 절실한 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냥 좋은 장면 만나면 자연스럽게 찍고
찍었으면 어디론가 적당한 곳에 보내고
그림이 좋으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일상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사연이 적당히 각색되기도 하고
포토샵 기술이 적절히 동원되기도 한다
전 세계의 분노와 슬픔이
가끔은 본의 아니게 조작되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화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의 감동은
꼭 현실과 일치하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이란에서의 소녀의 죽음 이후는
이란 민중의 온라인 민주화투쟁의 성과로
충분히 빛나고 있다
*인터넷은 좋은 그림일수록 삽시간에 수억 명이 공유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초기 온라인시대의 모습이다. 놀라우면서도 때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