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곳이 없다 숨을 수도 없다 숨어서도 안 된다 숨기도 싫다
싸워야 한다 싸울 수밖에 없다 물러설 곳도 없다
누구는 단식으로 누구는 농성으로 누구는 삼보일배로 누구는 파업으로
누구는 집회로 누구는 시위로 누구는 촛불로 누구는 불매운동으로 누구는 강연으로
누구는 집필로 누구는 노래로 누구는 춤으로 누구는 그림으로 누구는 조각으로
누구는 영상으로 누구는 선언으로 누구는 일인시위로 누구는 고공농성으로
아, 누구는 자결로......
유월, 산과 들 출렁이는 푸름, 온 하늘과 땅 짙푸른 함성
넘쳐서 노래가 되고 눈물이 되고 주먹이 되고 어깨동무가 되고 행진이 되고
죽창이 되고 화살이 되고 총알이 되고
청계천이 넘치고 광화문이 넘치고 시청광장이 넘치고 종로로 을지로로 넘쳐흐르고
대한문이 잠기고 명박산성이 잠기고 온갖 쓰레기들이 잠기고 푸른 기와도 잠기고
벌떡, 꿈에서 깨어 새벽에 일어나 시원한 바람 맞는다
밤새워 내린 비도 헛헛한 가슴 씻지 못 하는구나
핏빛 아침노을이 도시를 물들여오고 있다
칼 비린내 화약 냄새도 묻어 있다
친구야,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오늘이 그날이다
나가자!
* 유월 10일, 그날의 함성이 들린다. 오늘 나는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