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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그만두고 총을 버려요

[칼럼] ‘히틀러의 아이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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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앞뒤로 살았던 수많은 독일 아이들은 총을 들고 싸움터에 나섰다. 독일말로 ‘히틀러 유겐트’, 한국말로 바꾸면 ‘히틀러 아이들’은 히틀러를 신처럼 떠받들었다. 독일을 잘살게 해준다는, 세계 1차 대전으로 잃어버린 독일 사람들 이름값을 높여준다는 꼬임에 빠졌다.

히틀러가 독일을 이끄는 사람이 되었을 때는 독일 아이들 1,000만 명 가운데 800만 명 가까운 아이들이 히틀러를 따르는 모임에 들었다. 물론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당은 법을 고쳐서 아이들이 강제로 히틀러 말을 따르는 모임에 들어가도록 했고, 그 말을 따르지 않는 아이들을 괴롭히기도 했지만 수많은 아이들은 스스로 나서서 독일이 잘 살 수 있다면 히틀러가 하는 일에 목숨을 바치겠다고 다짐을 했다.

  <히틀러의 아이들>,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식의풍경, 2008
히틀러는 나치당을 만들어서 독일 사람은 아리안이고 아리안 사람만이 깨끗한 핏줄이며 그들만이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민족을 싫어했다. 더군다나 유대인은 아리안을 못 살도록 일자리를 빼앗고 돈을 많이 번다고 했다. 그런 생각에 빠져 유대인을 미워했고 그들을 끔찍하게 죽였다. 독일이 일으킨 전쟁으로 5,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그 가운데 700만 명이 넘는 유대인들이 독일 사람들 손에 죽었다.

하지만 히틀러가 독일을 다스릴 때 독일 사람들 전체가 그를 따르진 않았다. 도시나 농촌 어디에나 히틀러가 만든 나치당을 떠받드는 깃발이 휘날렸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치가 벌이는 일이 미친 짓이고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목숨을 사랑하는 마음을 저버린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유대인들이 독일을 떠나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고, 유인물을 만들어 사람들이 잘못된 전쟁에 빠지지 말기를 바라는 글을 써서 알렸다. 이런 일을 하다 걸리는 사람들은 일터를 잃게 되고 감옥에 끌려갔고 나치들이 하는 재판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렇게 수많은 독일 사람들이, 한참 꿈을 키울 아이들이 히틀러가 벌이는 살육에 왜 함께 했을까. 오로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서다. 독일 사람인 아리안 민족만이 뛰어나다는 생각에 빠져서다. 그래서 학교 교실마다 히틀러 얼굴을 붙여 놓았다. 성당, 교회에도 히틀러 얼굴 액자가 있어 그에게 먼저 ‘하일 히틀러’하고 손을 들며 존경을 나타냈다.

총을 들고 대포를 쏴서 다른 나라로 쳐들어가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면 목숨을 죽이지 않아야 한다. 물론 힘이 있는 사람들은 늘 힘으로 남이 가진 것을 빼앗고, 스스로 가진 것을 더 많이 누리고 더 많이 가지려 할 것이다. 하지만 폭력을 폭력으로 빼앗는다면 이 세상은 끝없는 싸움터가 될 것이다.

보라. 독일 사람들에게 700만 명 넘게 목숨을 잃은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나라를 만들어 미국을 등에 업고 군사력을 키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수없이 죽이고 있지 않은가.

한반도 북녘은 어떤가. 미국이 북녘을 못 살도록 경제 제재를 하고 이명박 정권이 자기들 뱃속을 차리느라 굶주린 북녘 아이들을 못 본 척하지만 핵무기를 만들어 위협해선 안 된다.

히틀러가 벌였던 끔찍한 학살과 전쟁을 다시 일으키지 않으려면 이스라엘 사람들도, 한반도 북녘을 다스리는 사람들도, 평화를 지킨다면서 다른 나라에 수많은 군대를 보내고 있는 미국도, 평화 헌법을 버리고 다시 군사력을 키우려는 일본 사람들도, 미국산 첨단 무기를 자꾸 사들이는 이명박 정권도 모두 거짓말을 그만두고 총을 버려야 한다. 아니 그들이 하는 거짓말에 더 이상 놀아나지 말고 가난하지만 올곧게 사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민족도 없고 나라가 없어도 온갖 목숨붙이들이 제 목숨대로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안아 와야 한다.

2009년 4월 25일 토요일 아침이 환하게 밝아오는 무렵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