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사라진 '北 로켓'을 찾아라

뒤엉킨 정부의 PSI 참여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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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거리 로켓이 사라졌다. 대량파괴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참여를 이야기하는 정부 논리에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정부는 PSI 정식참여를 다시 꺼내면서 북한 장거리 로켓과 연관시켰다.

PSI 정식참여가 공식화된 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달 20일 예멘 사태 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유명환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23일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량파괴무기의 확산방지라는 차원에서, PSI 전면참여를 검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임박한 지난 3일 권종락 외교부 1차관은 국회에서 "현 시점에서 PSI에 전면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고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런데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5일 이후 돌연 PSI 정식 참여 논리가 달라졌다.

<연합뉴스>는 5일 "북한이 로켓을 쏘니까 바로 응대하듯 하는 게 아니라 독자적인 절차에 따라 하는 것으로 이미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가 있다"는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이후 즉각 PSI 정식참여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청와대는 머뭇거렸다.

PSI 참여논리에 등장한 '9.11'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북한의 로켓 발사'는 사라졌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대량파괴무기(WMD)와 미사일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참여한다는 차원에서 PSI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라는 논리는 사라지고 대신 '국제사회의 노력에 참여'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리고 15일로 예상됐던 PSI 정식참여 발표는 주말께로 연기됐다. 발표 연기를 놓고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 또는 중국 등 관계국과의 조율이 다 되지 않아서 등의 관측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외교부는 15일 오후 늦게 'PSI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라는 참고자료를 내고 "PSI의 취지 및 활동이 마치 남북긴장을 불러오는 것처럼 곡해되었다"며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더 이상 PSI 정식참여를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대량파괴무기 및 운반수단의 확산 방지는 인권문제처럼 인류가 생존을 위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하나"이고, "9.11 테러는 그러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그래서 "삼면이 바다이고,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서 대외의존도가 높아 각종 대외교류 및 무역이 활발한 우리가 PSI에 아직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서, "현재 정부는 정식 참여를 적극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충수' 둔 외교부..."그런건 전문가에게"

외교통상부 군축비확산과 관계자는 참고자료를 낸 취지를 묻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PSI를 일종의 대북제재조치라는 그런 개념으로만 본다면 필요없다고도 할 수 있다. 대북제재조치가 아닌데 그런 시각만 부각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부의 이런 설명은 북한 로켓발사와 연결시켜 PSI를 추진하려 했던 정부의 '자충수'를 만회하려는 노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PSI 논리를 정부가 꺼내들자, 북한은 지난 달 30일 정부의 PSI 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즉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4일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이 발표되자 즉시 북한이 6자회담 탈퇴, 핵시설 재가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PSI가 남북관계의 현안을 더 악화시킬 것은 예측 가능하다.

남북관계의 긴장을 유발하는 데에 야당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고 중국 등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PSI를 추진하기에는 무리라는 상황만을 고스란히 확인하고 있다.

애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PSI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는 논리와 이제와서 국제공조를 내세우는 참여논리는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참세상>의 지적에 외교부 대변인실은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초기 PSI 참여 논리와 국제공조를 내세운 지금의 PSI 논리 사이에 어떤 일관성이 있는가라고 재차 묻자 외교부 대변인실은 "그런 것은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결국 북한 로켓 발사를 계기로 추진해보겠다던 PSI 정식 참여 논리는 뒤엉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