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를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인진(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아시아인권센터 주최로 17일 열린 제4회 아시아인권포럼 ‘아시아에서 이주노동자의 기여와 현지인의 인식’에서 이같은 설문조사를 소개했다.
윤 교수는 아시아인권센터의 의뢰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과 태도’에 대해 만20세 이상의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한 달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로 인해 취업이나 소득에서 피해를 받거나 그 가능성에 대해 한국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24.8% △별로 그렇지 않다 44.0% △보통이다 20.3% △대체로 그렇다 8.8% △매우 그렇다 2.2%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69%가 이주노동자로 인해 취업, 소득 등 경제활동에서 피해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주변사람 중에 이주노동자로 인해 취업이나 소득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국인 65%는 부정적이었다.
합법체류 이주노동자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합법체류 이주노동자에게 노동법적 권리, 가족을 데려올 권리, 영주권 등을 부여해야 한다고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이와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경제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주거환경을 해치고 범죄율을 높이는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합법체류자나 미등록자 모두 언어장벽 및 문화차이, 신분상 불이익, 저소득, 산업재해 등으로 한국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합법체류자는 언어문제와 문화차이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생각했으며, 미등록자는 신분상의 불이익에 따른 임금체불 및 폭행, 사회적 편견 등이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불법체류’라는 표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illegal(불법)이라는 표기는 마치 범죄자와 같은 부정적인 인상이 짙어 외국에서는 ‘Overstayed’(비자기한 초과 체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한국사회에서도 이주노동자의 인식개선을 위해 ‘불법체류’라는 표현을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 국제협약에 대해서는 한국인 84.2%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정부의 이주노동자권리협약 미비준에 대해서도 87.8%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록 권리협약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국인 절반 이상은 권리협약을 ‘곧바로’(27.3%) 또는 ‘5년 이내’(30.6%)에 한국정부가 인권차원에서 비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객관적 조사결과를 위해 응답자에게 권리협약 비준시 발생할 수 있는 장단점을 충분히 알려주고 얻은 수치이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동남아시아 지역사무소 호마윤 알리자데 대표는 “한국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한국인 상당수가 이주노동자 문제나 국제협약 비준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이주노동자의 현실 및 상황을 한국사회에 알리는 운동이나 캠페인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볼때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은 대체적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해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인진 교수는 “한국사회의 이주민 비율이 낮기 때문에 이같은 조사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이주민의 증가로 한국인이 한국사회에서 이들과 경쟁하게 되면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