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추위에 학생들이 오들오들 떨 것인데, 난방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걱정이에요.”
학교 건물 신축으로 올 5월부터 최신식 전기 냉난방 시설을 갖게 된 전북 김제 백석초의 김용규 교장과 교사들은 요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걱정이 쌓였다. 에어컨 전기세로 이미 한 해 전기료 예산 300만원을 모두 쓴 탓에 속앓이를 해왔는데, 지난 13일부터 전기세가 4.5%나 올랐기 때문이다.
05년엔 내리고 작년엔 동결했는데... 교육세도 폐지 움직임
이번에 한국전력이 주거용과 중소기업용 전기세는 동결했지만 교육용 전기세는 인상한 것이다. 교육용 전기세는 2005년엔 16.2% 인하됐고, 지난해엔 동결된 바 있다.
김 교장은 17일 오전 “오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서 유치원 교실만 난방기를 가동했다”면서 다음처럼 속마음을 털어놨다.
“현대식 전기 난방 시설을 해놓고 아이들이 추위에 떠는데 가동을 안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천상 교육활동비를 빼서 전기세를 내도록 추경을 편성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런데 전기세가 또 인상되다니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이 같은 걱정은 김 교장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교총이 지난 5월 전국 초중고 123개를 뽑아 조사했더니, 조사대상 학교의 95.1%가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교장들 50% “전기세 오르면 냉난방 기기 끄겠다”
같은 조사에서 48.8%의 교장들은 ‘전기세가 오르면 냉난방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고, 22%는 ‘다른 예산을 줄여 추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기난로나 에어컨을 꺼놓거나 학생들에게 쓸 돈을 줄여서 전기세로 돌리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년엔 학교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10월말 초중등교육예산의 버팀목이 되어온 교육세를 폐지하는 법안까지 국회에 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과부는 최근 내년도 시도교육청 지원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당초안보다 4477억원이나 깎은 수정예산안을 국회에 내기도 했다.
신종규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지금도 전기세를 아끼려고 상당수 학교에서 에어컨이나 전기난로를 제 때에 켜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면서 “전기세가 더 오르면 학생들로서는 현대화된 학교 냉난방 시설은 그림의 떡이 될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도 “2005년과 2007년에는 한국교총의 요구로 교육용 전기요금을 내리거나 동결한 점에 비추어볼 때, 이번 인상은 교육의 중요성마저 외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관계자는 “교육용 전기세는 주거용 요금보다 11%나 저렴해 오른 가격으로 계산해도 원가의 9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교육재정 확보를 통해 냉난방 문제를 해결해야지 교육용 전기세를 낮추라고 마냥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 교장 “추위 때문에 초등생에게 학습장애 줄 수는 없어”
백석초 김 교장은 “이제 학교예산을 다시 짜기 위해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보려고 한다”면서 다음처럼 말했다.
“전기세가 없어서 학교가 어린 학생들을 추위에 떨게 하고 학습장애까지 줘서야 되겠습니까?”(윤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