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 산업의 위기는 근본적으로는 식민지시대 때부터 왜곡되게 형성된 산업구조적 측면이 강하다. 진보언론과 보수언론이 상호 병존하며 경쟁할 수 있는, 상호 타협하고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서로 소통하지 않은 채 집권한 사람 맘대로 하면 궁극적으로 희생자는 언론이다.”
최문순 의원실이 오늘(23일) 주최한 ‘신문 다양성.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 2부 순서에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의 발제에 대해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가 “조중동의 악몽에서 깨어나라”고 일갈하는 등 적극적인 토론을 부쳤다.
장호순,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 만들자"
장호순 교수는 조준상 부소장의 발제에 대해 “신문의 다양성과 공공성 주장에는 이견이 없으나 각론에는 이견이 많다”고 운을 떼고 토론‘악역’을 자임했다.
장호순 교수는 우선 “여론 다양성의 법적 보장이 효율적이고 타당성이 있는지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법적 강제력으로 여론 다양성의 경향을 정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여론 다양성에 대한 법적 보장에 회의를 갖는 데 대해 지난 10년 간 진보정권이 집권한 동안에도 해결하지 못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장호순 교수는 “촛불시위를 통해 국민들이 갖고 있던 성향으로 수구족벌 의제설정이라고 했는데, 촛불시위 당시 시민저널이고 조중동 극복 에너지라고 많이 들었다. 끝나긴 했지만. 어쨌든 지난 10년 동안 집요하게 족벌언론 반대운동을 했고, 권력도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는데 법에 의해서 (여론 다양성 실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장호순 교수는 “조중동의 경품 등은 단순한 시장의 불공정성 문제가 아니라 그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의 생존권과 기득권과 맞물려 있다”며 "밀치기 식으로 이들의 생존권과 기득권을 제한하는 법을 강요할 때 반발을 수용할 수 있겠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계속해서 장호순 교수는 조준상 부소장에게 “초지일관된 지속성은 인정하지만 언론개혁운동을 반성한다면 꿈을 깨라. 조중동의 악몽에서 깨어나라”고 직설적으로 말해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장호순 교수는 “침몰하고 있다. 조중동이 사라진다면 여러분 세상도 죽는다. 우리가 원하는 언론만 살리는 방법은 없다”고 말하고 “(발제문은) 독점 수구언론을 극복할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로부터 “실질적으로 근본적인 문제점, 상생할 수 있는, 지금은 (조중동을) 인정해주자.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자 라는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 하지 않나”라며 결이 다른 방향을 제기했다.
장호순 교수는 조준상 부소장이 '편집규약과 편집위원회 설치 의무'를 제기한 데 대해서도 “조중동이 어떻게 하겠는가. 수구족벌 문제를 소유주 문제, 사장 한 사람의 문제라고 집중하는데 더 큰 문제는 사주와 사주로부터 견제하지 못하는 내부 언론인이 더 문제이고 따라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장호순 교수는 “진보언론과 보수언론이 상호 병존하며 경쟁할 수 있는, 상호 타협하고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조중동이 왜곡이라면 맞서는 언론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 '우리만큼 찌그러져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대안이 아니다”라며 토론을 마무리 했다.
신학림, "조중동과 진보언론이 어떻게 공정 경쟁 할 수 있나"
다섯 토론자의 토론이 한 순배 돈 후, 플로어에서 신학림 미디어행동 집행위원장이 장호순 교수에게 “언론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이 아시는 분이 조중동의 실태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운을 떼고 세 가지를 질문했다.
신학림 집행위원장은 장호순 교수에게 2004년 1월 16일 중앙일보가 구독료 1만 원으로 인하했을 때 장호순 교수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글을 쓴 이유, 여론 다양성의 법적 보장에 대한 타당성과 가능성과 관련해 법의 완벽성에 빠진 것은 아닌지, 조중동과 진보언론이 이미 공정 경쟁을 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니지 않는가 등을 따져 물었다.
장호순, "신방 겸영 허용은 조중동 증오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호재"
장호순 교수는 중앙일보 구독료 인하 관련 글에 대해 “근본적으로 가격 경쟁을 부인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어쨌든 신문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하는 거고, 합리적으로 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거였다”며 “가격으로 묶어 합리적으로 한다면 비싼 신문과 싼 신문이 경쟁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쓴 글”이라고 답했다.
법의 완벽성 지적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언급하고 이어서 “법이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돼 오염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제안된 여론집중 방지장치 소유 규제는 실효성과 권력 악용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장호순 교수는 조중동의 실태와 관련한 지적을 의식한듯, 신문방송 겸영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세 가지 잘못된 전제를 갖고 있다며 강한 역공을 폈다.
장호순 교수는 “첫째, 신방 겸영이 허용되면 조중동이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 하에서는 안 된다. 둘째, 시장에서 시청률을 장악해서 여론 독과점이 될 거라고 전제한다. 신문도 제대로 못 만들어 찌그러지는 기업이 방송에 진출해서 이미 시장 장악하고 있는 막강한 KBS와 MBC를 추월할 수 있겠는가. 셋째, 조중동이 신방 겸영을 하게 되면 방송도 마음대로 만들 거라고 하는데, 소유규제 뿐 아니라 편성규제 등 방송매체는 신문매체와 달리 공정성과 균형성이 의무적으로 적용돼 어려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장호순 교수는 신방 겸영 허용이 “조중동을 증오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호재”라며 “커다란 손해를 입어 무가지와 경품을 뿌릴 돈도 없을 것이고, 신문 끝났으니 방송이나 컨텐츠로 가므로 남아있는 신문사가 경쟁할 여지가 넓어질 것이다. 더군다나 신문법으로 달성되지 않는 신문기업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