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헌법 위에 선 나라, 통치자 스스로 헌법을 유린하면서 대중들에게는 준법을 강조하고 공권력으로 대중들을 탄압하는 나라,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편법, 위법, 탈법, 불법 등을 저지르고 법을 동네 강아지만도 못하게 여기는 재벌 총수들은 사면하면서 최근 이명박 정권은 노골적으로 공안탄압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촛불 대중을 물대포로 진압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주권자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색소가 들어간 물대포를 맞는 신체와 사상과 표현의 무기인 정신을 총체적으로 침탈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몰입국으로 국가를 개조하고 한반도대운하로 국토를 개조하며 종교탄압, 사상과 자유의 탄압으로 이제는 사람들의 인성까지 뉴라이트로 개조하고 있다. 친일파 후손들을 내세워 일본 우익의 뺨을 칠 정도로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고, 스스로 글로벌 호구를 자처하고 있다. 동사무소에 십자가가 걸릴 만큼 대한민국 전체를 대한성국聖國으로 만들기에 여념 없다.
얼마 전 국방부를 앞세워 느닷없이 ‘불온서적’을 만들더니 이제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 회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전격 체포했다. 북한의 자주노선과 아무 관계없는 사노련에 국가보안법 적용이라니, 믿고 사상적으로는 뉴라이트적인 역사 앞에서 안면 몰수하며 신자유주의적으로 피 말리는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명박 정권과 북한 대중을 이질적인 주체대중으로 개조한 북한이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이명박 정권 자체가 국가보안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호구가 되어 대한민국 헌법 제3조 영토에 관한 조항도 지키지 못하고, 진정한 국민주권을 요구하는 촛불 대중의 헌법 조항 이행 요구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헌법의 영향력에 버금가는 국가보안법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특히나 국가 전체를 정치적·경제적·외교적으로 누란의 위기에 빠트리고 있으니 국가보안법을 먼저 적용받아야 할 대상은 이명박 정권이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북한’인가? 아무리 아무 개념 없이 태극기 거꾸로 들고 응원한다는 정권이지만 그 돌출행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의도는 도대체 무엇일까? 왜 하필 사노련을 표적으로 삼아 애들도 웃지 않을 개그를 벌이는 것일까? 촛불의 배후를 조작해내려는 것일까? 위기에 빠진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고자 재벌 편을 들어주기 위한 수순일까?
이명박 정권은 노동을 탄압하기 위한 포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사노련은 반자본을 분명한 기치로 내세운 정치조직이다. 재벌 총수들을 사면한 후 이명박 정권은 자본의 시녀 노릇을 충실히 하기 위해 자신들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 촛불, 방송, 교육, 종교, 공무원, 출판 장악에 이어 정권 수호를 위해 끊임없이 입질을 해대던 이명박 정권이 드디어 한 사회의 물질적 토대인 노동에 재갈을 물리고자 그 신호탄으로 단호한 계급적 좌파인 사노련을 건드린 것이다.
사상의 자유의 토대는 물질에 있다. 대한민국의 물질적인 토대는 개발독재의 시대인 7 - 80년대와 다르다. 국민주권이 뭔지 헌법이 뭔지 민주공화국이 뭔지 사람들의 생각도 물질적인 토대의 발전에 따라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시청 앞과 청계천, 아니 전국을 범람하고 있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사노련 탄압으로 억압하고 도탄에 빠진 민중들의 삶을 ‘북한’으로 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는 말인가? 태극기를 엉덩이에 달고 나와 응원하던 월드컵의 열기와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나와 흔들던 올림픽 사이에는 천양지차의 거리가 있다. 21세기 식 표현의 욕구와 1970년대식 공안탄압의 격차 앞에서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도처가 전쟁이다. 촛불들을 유치장에 가두고 언소주 회원 공무원을 법정 구속하며 촛불수배자들을 조계사에 가두어 놓더니 사노련 탄압으로 좌파를 친북좌파로 둔갑시키는 일까지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사선을 넘나들고 KTX 노동자들은 철탑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 “죽을힘을 다해 싸워도 변하지 않는 세상이 절망스럽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명박 정권이 신자유주의 경찰국가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수경 스님이 말했듯이 이명박 정권의 본질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자본주의’다. 돈과 자본이 있는 사람에게만 기독교의 사랑이 피어나는 21세기 형 독재 국가다. 사노련 탄압을 시작으로 노동의 목줄을 죄어오기 시작한 현실을 정확하게 보자.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억압은 바로 자본의 반격의 시작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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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재 님은 대구카톨릭대 교수로, 참세상 논설위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