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년, 시간이 길어진 만큼 사측의 탄압도 노골적으로 변했다. “정년을 맞는다 해도 이대로 마무리 하기는 분해요”이제는 너무 분해서 꼭 이기고 말거라는 정은주 부지회장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충북 오창 공장 앞에서 만나보았다.
조합원 해고→구로공장 법인 분리→공장폐쇄→노동조합 말살
▲ 정은주 부지회장 |
“에휴, 2002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낙오자 없이 싸우는 중이에요.” 고기도 굽고 이사람 저사람 다 챙기던 정은주 부지회장이 땀을 닦으며 말했다. “회사는 돈으로 노동자들의 목숨을 사길 원하지만, 투쟁으로 틀리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못 박아 이야기 하는데 이 투쟁, 절대 돈으로 매수할 수 없어요.” 단호한 표정의 정은주 부지회장은 지난 7년간의 투쟁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지난 2002년 임금단체협상을 시작으로 지난 6년간 “10억이 들든 20억이 들든 반드시 노동조합을 없애겠다던 약속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회사”다.
▲ 김혜진 지회장 |
그리고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법인분리를 위해 작년 10월부터 비조합원들에게만 희망퇴직서를 받기 시작했다. 11월 14일에는 ‘생산 사업 부분을 분활하여 독립법인으로 운영하고 생산본부 직원 전원은 신규법인이 된다’는 공식적인 발표에 이어 22일 생산라인을 분리했다.
적자라던 구로공장, 연 매출 500억 흑자 행진
노동조합이 실질적인 ‘전출 안’ 제시하자마자 휴업 조치
“20여 년간 청춘을 다 바쳐 연 매출 500억이 넘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어느 누가 자본금 5천만 원짜리인 회사로 가겠어요? 사측의 신설 법인인 (주)에이치엔드엠 프로덕션은 조합원이 전적을 하면 바로 폐업을 할 회사인데 말이죠.”
정은주 부지회장은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가 해고된 조합원들에 대한 복직판결이 나자 ‘법인분리를 통한 노동조합 말살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12일에 교섭이 있었어요. 사측이 (주)에이치엔드엠 프로덕션이라는 회사로 조합원들만의 전적을 강요하기에 노조가 ‘전출 안’을 골자로 한 법인 분리에 대한 대책안을 제시했어요. 그러자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에는 생산라인이 없어서 전적하지 않는 조합원들은 해고’라고 협박하던 회사의 태도가 돌변했죠. 바로 ‘전적을 거부한 조합원 전원에 대해 2월 14일부터 무기한 휴업을 공고하고 정리해고를 하겠다’고요.”
정은주 부지회장에 따르면, 2007년 11월 22일 '법인분리 후 전적과 관련하여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의사표시를 할 것, 전적에 동의하지 않는 자들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공고문이 발표됐다. 또한 전적에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들에게는 인사명령서조차 전달하지 않아 조합원들은 어디서 일해야 할 지 판단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간다. 이길 때까지, 휴업통보 철회시키고 회사로 돌아가서 다시 일할 때까지”
정문은 매일 매일 보강됐고 항상 잠겨 있게 되었다. 이 문은 항상 이렇냐는 물음에 정은주 부지회장은 “직원들은 후문으로 출퇴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오전 8시 30분에 여기 정문서 선전전을 하는데 어느 날부터 9시가 돼도 직원들이 안 오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직원들 출근 시간을 9시에서 8시로 앞당겼더라고요. 우리가 성실하게 교섭하라고 요구한 게 그렇게 무섭나? 솔직히 지나가는 주민들이 보는데 회사는 쪽팔린 줄 알아야 해요. 이렇게 큰 회사에서 7년간 노동조합을 없애겠다고 이 난리니. 사장 자존심 때문에 13명의 생존권을 탄압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 거기다가 청주 흥덕경찰서는 집회할 때마다 의경이랑 여경, 사복경찰들 까지 버스 몇 대로 끌고 오지.” 참으로 대책 없는 회사와 경찰이라며 절래절래 머리를 흔드는 정은주 부지회장.
현재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는 충북 오창 공장 앞에서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농성을 할 천막이나 컨테이너도 설치를 못해 탑차를 구해왔다. 흥덕경찰서가 “천막만 설치하면 산짐승도 있고 위험하다”며 자꾸 천막을 갖고 가더란다. 그런 경찰을 “사측과 참으로 죽이 척척 맞는 단짝”이란다.
정은주 부지회장은 “지역 동지들에게 부담이 될까 염려스럽지만 6년 넘게 노조탄압에 맞서서 싸우고 있는 투쟁 사업장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며 “원칙을 저버리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간다. 이길 때까지, 휴업통보 철회시키고 회사로 돌아가서 다시 일할 때까지”라고 말하며 다시 “동지”들을 위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천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