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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다시 공장에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인터뷰]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정은주 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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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조연맹의 ‘노조탄압공장 1호’로 선정되었던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 정은주 부지회장은 이 회사를 “탄압 백화점”이라고 부른다. 그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에 맞서 6년 동안 싸워온 금속노조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가 현재 충북 오창 공장 앞에서 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6년, 시간이 길어진 만큼 사측의 탄압도 노골적으로 변했다. “정년을 맞는다 해도 이대로 마무리 하기는 분해요”이제는 너무 분해서 꼭 이기고 말거라는 정은주 부지회장을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충북 오창 공장 앞에서 만나보았다.

조합원 해고→구로공장 법인 분리→공장폐쇄→노동조합 말살

  정은주 부지회장
정은주 부지회장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주변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길 “그 사람 참으로 걸걸한 성격”이란다. 직접 만나보니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이것저것 챙기고 다니느라 참으로 분주한 사람이었다. 결의대회 사전진행을 마치자마자 장작으로 불을 지피느라 연신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결의대회가 끝나면 “집회에 온 동지들이랑 고기도 구워먹고 막걸리도 한 잔 할 것”이란다.

“에휴, 2002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낙오자 없이 싸우는 중이에요.” 고기도 굽고 이사람 저사람 다 챙기던 정은주 부지회장이 땀을 닦으며 말했다. “회사는 돈으로 노동자들의 목숨을 사길 원하지만, 투쟁으로 틀리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못 박아 이야기 하는데 이 투쟁, 절대 돈으로 매수할 수 없어요.” 단호한 표정의 정은주 부지회장은 지난 7년간의 투쟁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지난 2002년 임금단체협상을 시작으로 지난 6년간 “10억이 들든 20억이 들든 반드시 노동조합을 없애겠다던 약속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회사”다.

  김혜진 지회장
2002년 CCTV 감시, 직장폐쇄, 용역깡패 동원, 부당한 강제 배치전환을 통한 조합원 왕따 라인을 구성하는가 하면, 2003년 2월에는 설 명절을 앞두고 14명의 조합원에게 징계를, 5명의 조합원들은 해고를 시켰다. 뿐만 아니라 2005년 5월에는 조합원 8명에게 7억 6천 만원을 손해배상 청구했다. 지속적인 사측의 감시에 조합원 전원이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적응장애를 겪게 돼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불승인 되었다. 2005년 12월 17일 조합원 수련회가 열리던 주말에는 사측이 구로공장 생산라인만 남겨두고 본사와 연구소를 충북 오창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법인분리를 위해 작년 10월부터 비조합원들에게만 희망퇴직서를 받기 시작했다. 11월 14일에는 ‘생산 사업 부분을 분활하여 독립법인으로 운영하고 생산본부 직원 전원은 신규법인이 된다’는 공식적인 발표에 이어 22일 생산라인을 분리했다.


적자라던 구로공장, 연 매출 500억 흑자 행진
노동조합이 실질적인 ‘전출 안’ 제시하자마자 휴업 조치


“20여 년간 청춘을 다 바쳐 연 매출 500억이 넘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어느 누가 자본금 5천만 원짜리인 회사로 가겠어요? 사측의 신설 법인인 (주)에이치엔드엠 프로덕션은 조합원이 전적을 하면 바로 폐업을 할 회사인데 말이죠.”
정은주 부지회장은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가 해고된 조합원들에 대한 복직판결이 나자 ‘법인분리를 통한 노동조합 말살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12일에 교섭이 있었어요. 사측이 (주)에이치엔드엠 프로덕션이라는 회사로 조합원들만의 전적을 강요하기에 노조가 ‘전출 안’을 골자로 한 법인 분리에 대한 대책안을 제시했어요. 그러자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에는 생산라인이 없어서 전적하지 않는 조합원들은 해고’라고 협박하던 회사의 태도가 돌변했죠. 바로 ‘전적을 거부한 조합원 전원에 대해 2월 14일부터 무기한 휴업을 공고하고 정리해고를 하겠다’고요.”

정은주 부지회장에 따르면, 2007년 11월 22일 '법인분리 후 전적과 관련하여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의사표시를 할 것, 전적에 동의하지 않는 자들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하이텍알씨디코리아의 공고문이 발표됐다. 또한 전적에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들에게는 인사명령서조차 전달하지 않아 조합원들은 어디서 일해야 할 지 판단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작년 12월 3일에는 출근 했다가 신설법인 직원이 아니라고 쫓겨나기도 했어요. 그래서 오창 본사로 출근했는데, 여기서도 용역 경비들한테 얻어맞고 쫓겨났죠. 뭐. 그러다가 교섭이 시작됐는데 가관이었어요. 한 쪽에선 정리해고 한다고 협박하고 다른 한 쪽에선 법인분리는 구로공장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니 노조탄압이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하고. 그리고서는 교섭자리에서는 ‘전적하지 않으면 회사는 대안이 없으니 노조가 알아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성심성의껏 논의하겠다'고 하고. 근데 이게 완전 사기 교섭이더라고요. 우리가 대안을 제시하면 논의도 안하고 무조건 ’전적에 동의하는 안‘만을 강요했어요. 그렇게 계속 시간만 끌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2월 12일에 우리가 ’법인 분리에 대해 전출 안‘을 제시한 거죠. 그러자 바로 휴업이 시작된 거예요. 그래서 부랴부랴 13일에 오창 공장에 왔더니 이 정문 보이죠? 예전에는 이런 높은 정문이 아니었는데, 정문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어처구니가 없죠. 결국은 사측이 미리 준비를 다 하고 있었던 것 아니면 뭐냔 말이예요.”

“간다. 이길 때까지, 휴업통보 철회시키고 회사로 돌아가서 다시 일할 때까지”

정문은 매일 매일 보강됐고 항상 잠겨 있게 되었다. 이 문은 항상 이렇냐는 물음에 정은주 부지회장은 “직원들은 후문으로 출퇴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오전 8시 30분에 여기 정문서 선전전을 하는데 어느 날부터 9시가 돼도 직원들이 안 오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직원들 출근 시간을 9시에서 8시로 앞당겼더라고요. 우리가 성실하게 교섭하라고 요구한 게 그렇게 무섭나? 솔직히 지나가는 주민들이 보는데 회사는 쪽팔린 줄 알아야 해요. 이렇게 큰 회사에서 7년간 노동조합을 없애겠다고 이 난리니. 사장 자존심 때문에 13명의 생존권을 탄압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 거기다가 청주 흥덕경찰서는 집회할 때마다 의경이랑 여경, 사복경찰들 까지 버스 몇 대로 끌고 오지.” 참으로 대책 없는 회사와 경찰이라며 절래절래 머리를 흔드는 정은주 부지회장.

현재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는 충북 오창 공장 앞에서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농성을 할 천막이나 컨테이너도 설치를 못해 탑차를 구해왔다. 흥덕경찰서가 “천막만 설치하면 산짐승도 있고 위험하다”며 자꾸 천막을 갖고 가더란다. 그런 경찰을 “사측과 참으로 죽이 척척 맞는 단짝”이란다.

정은주 부지회장은 “지역 동지들에게 부담이 될까 염려스럽지만 6년 넘게 노조탄압에 맞서서 싸우고 있는 투쟁 사업장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며 “원칙을 저버리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간다. 이길 때까지, 휴업통보 철회시키고 회사로 돌아가서 다시 일할 때까지”라고 말하며 다시 “동지”들을 위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천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