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은 이후, 계속해서 복통을 호소해 왔던 네팔 이주노동자 수바수 씨. 수바수 씨는 30일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까지 한국 법무부의 “끔찍한 조치”를 당해야 했다.
수바수 씨의 증언에 따르면 보호소에서 “누군가 다리를 가격해 나를 넘어뜨렸다. 내가 쓰러지자마자 10여 명이 달려들어 손발을 묶고 테이프로 입을 틀어막았다. 밧줄로 몸과 다리를 묶고 눈도 가리고 어딘가에 태웠다”고 증언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수바수 씨를 호송하던 차량이 법무부 관련 차량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수바수 씨는 “공항에 내려서 보니 내가 타고 온 차는 보호소 안으로 빵을 운반하는 탑차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강제출국 과정에 대한 수바수 씨의 증언
면회를 마치고 (보호소) 방에 돌아가자(오전 10시 30분 경) 다시 면회가 왔다고 했다. 밖으로 나가자 3명이 덤벼들어 팔과 다리를 잡아 어떤 방으로 집어넣었다. 직원들이 “너 오늘 가야된다”고 했고, “내가 왜 오늘 가야 되는데”라고 말하자 뒤에서 누군가 다리를 가격해 나를 넘어뜨렸다. 내가 쓰러지자마자 10명이 달려들어 손발을 묶고 테이프로 입을 틀어막았다. 밧줄로 몸과 다리를 묶고 눈도 가리고 어딘가에 태웠다. 공항에 내려서 보니 내가 타고 온 차는 보호소 안으로 빵을 운반하는 탑차였다. 공항에서 나는 거세게 항의했고, 이 때문에 공항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우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항의하자 다시 2명이 나를 잡고 가뒀다...저녁 8시 반에 비행기(방콕행 9시 출발)를 탔다. 내가 (비행기에서) 저항하자 다시 내려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에 나를 태웠다. 출입국 직원 두 명이 나와 동행했다. 태국에 도착해서 전화도 하지 못하게 했다. 나는 겨우 내 옆을 지나가는 네팔 학생에게 친구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네팔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 어떤 독방에 구금돼야 했다. 오늘 아침 10시(한국시간 3:30) 네팔에 도착했다. 다행히 네팔 현지 시간 12시에 네팔노총 활동가들이 나를 마중 나왔다. 정말 끔찍한 과정이었다.
- 제공: 이주노조 표적탄압분쇄 비상대책위
외국인 보호소, 사실확인요청에 "답할 수 없다"
출국과정에서 수바수 씨에게 가해진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화성보호소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화성보호소 측 김석 계장은 ‘탑차에 태워서 호송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주노동자를 강제출국 시키는 과정에서 호송차량이 아닌 빵을 싣는 탑차에 실어‘눈을 가리고, 손과 발을 묶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무부의 반인권적 행태는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권영국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변호사는 "적어도 자기 진료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였고, 면회왔다는 걸로 속여서 갑자기 손발을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고, 발로 차서 넘어뜨린 부분은 정상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리한 물리력 행사라고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여기에 대해 "공권력 행사의 과잉과 남용"이라며, "넓게 본다면 가혹행위로 볼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수바수 씨는 작년 7월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권한이 없는 경찰에 의해 외국인 보호소로 넘겨져 수감 중이었으며, 이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한 상태였다. 인권위 결정을 기다리며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된 지난 7개월 동안 수바수 씨는 복통을 비롯한 여러 통증을 보호소 측에 호소해 왔으나, 보호소 측에서는 “본인 요청”에 따라 항생제만을 처방했을 뿐, 적절한 외부 진료 요청을 거부해왔다.
지난 1월 보호소에서 당뇨병 판정을 받은 수바수 씨가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자 인권사회단체와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외부 진료를 통해 적절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요청해왔다.
29일 수바수 씨를 특별면회한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전 소장(의사)은 “복통으로 밤에 잠을 잘 수 없다”고 수바수 씨가 호소했으며, 여기에 대해 재가 위내시경 검사, 신장 질환 검사를 위한 소변 검사, 초음파 검사 등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수바수 씨는 이런 간절한 바람을 무시당한 채 결국 30일 강제출국 조치되었다.
2개월에 1회 정기검진 규칙만 지켰어도...
외국인 보호규칙에 20조에 따르면 ‘1월 이상 보호하는 보호 외국인에게는 2월마다 1회 이상 당담의사 또는 외부의사의 건강진단을 받게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지난 1월 당뇨판정을 받은 수바수 씨의 경우에도 당화혈색소가 14.3%로 지난 3개월간의 평균 혈당치가 400mg/dl이었다. 외국인 보호규칙만 제대로 지켰더라도 수바수 씨의 혈당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조기에 진단을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보호소 측은 보호소가 외국인을 구금하는 시설이지, 이들에게 병원과 같은 치료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논리를 반박했다. 아울러 보호소 내에도 전문의 1명과 공중보건의 1명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화성 외국인 보호소의 최대 수용인원은 720명. 평균 잡아 많게는 500-600명, 적게는 200-300여 명이 수용되어 있는 보호소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는 전문의 1명과 공중보건의 1명이다. 더구나 보호소 내에는 통역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이주노동자들이 통증이 있다고 해도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이주노조는 지적하고 있다.
이주노조 탄압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수바수 씨가 네팔에 도착한 후 병원에 입원해서 진료를 받을 예정에 있다며, "몸 상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법무부에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