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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방문에서 부시가 말하지 않은 것

부시, "67년 시작된 점령 끝나야"...결국 미국은 이스라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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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 대통령이 2001년 2월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을 방문했다. 전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데 이어서다. 부시 대통령은 10일 마흐무드 압바스 의장과의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개 국가로 공존하는 내용의 평화협정이 내년 1월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체결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아나폴리스 중동평화회담과 이번 이-팔 방문에서도 동예루살렘의 지위, 이스라엘 점령촌 철수, 난민 귀환권 등의 난제들에 대해서 회피함으로써 문제해결에 다가서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에게 하마스 저항세력 척결이 이-팔 문제 해결의 전제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내의 갈등을 더욱 고조 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시, "67년 시작된 점령 끝나야"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10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두 민주국가라는 비전을 두 지도자들과 공유했다”며 “1967년 시작된 점령이 끝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이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이 유대인들의 국가인것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건설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평화 협정을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정치적 양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03년 합의된 평화정착 로드맵에 의거해 이스라엘은 “정착촌 확대 중단 및 비인가 검문소 철수”를 해야 하며, 팔레스타인은 “테러와의 싸움 및 테러세력의 기반을 해체”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67년 점령에 대한 직접 언급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은 이스라엘 편

부시대통령은 “예루살렘이 어려운 이슈”라며, 67년 점령 문제와는 별도로 다루어 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 했다.

미니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는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48년 전쟁이후 점령지에 대해서는 일절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고, “논리적인 모순은 동예루살렘이 67년 점령지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라고 하고 합병을 선언했다. 동예루살렘 문제를 제외하고 가자지구, 서안지대에서의 점령을 끝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고통스러운 정치적 양보’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아닌 팔레스타인에 대한 일방적인 강요가 될 가능성도 높다.

부시 대통령의 말은 오래된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지를 팔레스타인 측이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은 불법 정착지 ‘확산 중단’에 대해서 언급하기는 했으나, 그 동안 건설된 불법 정착지의 ‘철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67년 전쟁이후 가자지구 및 서안지대에서 불법 정착촌을 확장해 왔으며, 지난 11월 아나폴리스 중동 평화회담 이후에도 불법 정착촌은 오히려 증가해왔다.

또, 부시 대통령이 압바스 의장에게 저항세력인 하마스의 척결을 주문함으로써 오히려 팔레스타인 내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총선을 통해 다수당으로 집권에 성공했으나,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테러리스트’라는 규정을 내리면서, 압바스 의장이 있는 파타당과의 내전에 가까운 갈등을 유발해 왔다. 지난 11월 아나폴리스 회담에서도 마흐무드 압바스 의장의 대표성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로부터는 합의나 팔레스타인 국가가 나올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저항권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미니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는 이번 성명에서 부시 대통령의 인종적 편견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평했다. 부시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두 국가 방안을 고수하며,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나라’라고 표현했지만 “이스라엘 인구의 19퍼센트가 아랍인”이라며, 이스라엘이 유대인의 국가가 된다면,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아랍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아랍국가들에게 이스라엘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현재 아랍권 국가에서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국가는 이집트와 요르단뿐이다. 부시 대통령은 3일간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방문을 마치고 쿠웨이트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