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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백혈병 진상규명' 대책위 발족

"23세 황유미 씨 등 최근 7년간 노동자 5명 백혈병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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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 및 사망사건과 관련해 노동사회단체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보영 기자

민주노총경기본부, 건강한노동세상, 삼성해복투, 다산인권센터,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오늘 오전 11시 경기도 기흥시 삼성전자반도체 공장 정문 앞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같은 공정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 2명 모두 백혈병 사망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 실태는 올해 3월 황유미 씨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면서부터 조금씩 알려졌다. 2003년에 입사한 황유미 씨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 디퓨전 공정 3베이에서 일하다 2005년 6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숨졌다. 같은 공정에서 일하던 이모 씨는 2006년 6월에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두 달 만에 사망했다.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최근 7년 동안 최소한 6명의 백혈병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대책위는 그러나 다른 유가족들과는 연락이 두절되었고 작업환경을 증언해 줄 동료들이 함구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 안보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는 "삼성의 대처방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원통하고 분하다"며 "회사 사람들이 유미가 병에 걸렸을 때 '조금만 기다리면 보상해주겠다'더니 유미가 죽고 나서는 '산재 처리를 하든지 맘대로 하라, 아버님이 삼성 상대로 이길 수 있으면 한번 해보라'더라"며 원통해 했다. 황상기 씨는 "이 회사에 다시는 노동자가 억울한 사연이 없도록 꼭 노동조합이 생겨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 측, "삼성 상대로 이길 수 있으면 해보라"

대책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3조의 "업무상 요인에 의하여 이환된 질병이 아니라는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조항을 들어 고 황유미 씨의 산업재해 인정을 주장하고 있으며, "화학물질의 유해성은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인 만큼, 직업적 요인이 질병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면 직업병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와 이모 씨는 6인치 페이퍼를 수동으로 유해물질에 넣었다 뺐다 하는 작업을 하면서, 방독기능이 없는 천 마스크를 착용했을 뿐이며 전면형 고글도 턱 쪽이 들어올려져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고인들이 작업하던 공정의 국소배기장치가 머리 위쪽에 위치해, 배기장치의 흡입력이 오히려 작업자가 유해물질에 더욱 노출되도록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같은 공정에서 일하던 두 사람이 같은 병을 얻어 사망했다는 사실도 유해물질 노출과 관련한 대책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가경제 일등공신 반도체산업? 직업병과 환경오염 대처하라"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20여 년간 이 공장을 거쳐간 수만 명의 노동자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똑같은 고통을 받아야 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수십 수백 가지의 유해 물질을 사용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자연유산과 암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경험은 알고 있다"면서 "근로복지공단은 지체없이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에 대해서는 "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병든 노동자에게 퇴사를 종용하고, 현장에 들어갈 수 없는 유족들에게 '작업환경의 문제점을 찾아낼 테면 찾아내 보라'며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겨줬다"고 폭로하면서 "이런 고통은 수십 년 동안 삼성이 고수해 온 무노조 경영 방침 아래 노동 3권을 짓밟힌 채 지낸 수많은 삼성 노동자들의 고통과 같다"고 밝혔다.

고 황유미 씨의 유족들은 올해 6월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를 신청했으며,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안전공단에 업무와의 관련성 여부를 확인하는 역학조사를 의뢰해 놓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책위원회는 이후 삼성전자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생에 대한 진상 규명에 힘쓰는 한편, 삼성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투쟁을 조직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그동안 '세계화 시대 첨단산업', '국가경제 일등공신'으로 미화되기만 한 반도체 산업의 '직업병과 환경오염'을 널리 알려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반도체 기흥공장 최근 백혈병 발병 관련 경과

-황유미씨 2003년 10월 입사. (속초상고 동기들 10여명 같이 입사)
-황유미씨 3라인 디퓨전(diffusion) 공정에서 13개월 근무 (총24개의 베이 중에서 1, 22, 24베이 근무)
-2004년 12월 3라인 디퓨전 공정 중 3베이로 발령

-2005년 5월 쯤 부터 멍, 구토, 피로, 어지럼증 등
-2005년 6월 10일 황유미씨 급성 골수성 백혈병 M2 진단 확정
-2005년 8월경 기흥공장 설비엔지니어 황00씨 백혈병으로 사망 (발병시기 모름)
-2005년 12월 골수 이식 수술

-2006년 6월 기흥공장 3라인 3베이 유미씨 동료인 이00씨 림프구성 백혈병 발병
-2006년 8월경 이00씨 사망
-2006년 10월 회사에서 다시 퇴사 요구
-2006년 11월 재발

-2007년 3월 황유미씨 사망.
-2007년 6월 1일 황유미씨 유족급여신청
-2007년 6~7월 근로복지공단에서 서류조사
-2007년 8월 초 산업안전공단으로 역학조사 의뢰
-2007년 8월 휴가 및 기흥공장 정전으로 역학조사 9월로 연기
-2007년 9월 17~21일 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에서 역학조사 실시
-현재 역학조사(작업환경측정)결과 분석 중

[출처 :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