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 등 3당이 14일 삼성 특검법안을 발의하자 청와대가 “그대로 (국회를) 통과시키면 검찰 수사권의 무력화는 물론 특검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국가의 국법 질서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날(13일)까지만 하더라도 청와대는 “특검은 기본적으로 국회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면 특검도 방안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 대상 광범위하고, 기간 길고, 이미 검찰이 수사 중이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3당이 이날 발의한 특검법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천 대변인은 3당 특검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사 대상과 관련해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그는 “(3당의) 특검법안을 보면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관리 및 뇌물공여 의혹사건과 불법상속 의혹사건 등과 관련한 진정, 고소, 고발 사건 등을 그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어 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당의 특검법안은) 현재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삼성SDS는 검찰이 수사 중이고, 에버랜드 관련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며 “이를 다시 특검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천 대변인은 또 “1차 60일, 연장해서 30일에 이뤄졌던 과거 전례에 비해 수사 기간을 200일로 정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3당의 특검법안에서 제시한 수사 기간을 문제 삼았다.
이날 천 대변인은 2002년 대선자금과 이른바 ‘당선 축하금’ 의혹을 제기하며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당선 축하금이란 검찰 수사에서도 실체가 없다고 판명 된 한나라당이 만든 유언비어”라며 “대선자금은 이미 수사가 철저하게, 아주 철저하게 이루어진 바가 있다”고 일축했다.
“특검 수사 효율성 일반 검찰 수사 보다 떨어져”
천 대변인은 특히 “특검만으로 소기의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도 우려된다”며 “특검은 수사 효율성에 있어서 일반 검찰 수사보다 많이 떨어지는 면이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특검 도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특검은 원칙적으로 보충적 성격을 갖는 제도”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한 뒤에 그 결과가 미진하여 국민적 의혹이 남아있는 부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정도”라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면 특검도 방안일 수 있다’는 전날 입장을 뒤집었다.
“성과 없이 끝난 특검 많다. 공직부패수사처 도입하자”
“아무 성과 없이 끝난 특검도 많다”고까지 말하며 특검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천 대변인은 이날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는 지난 2004년 11월에 이미 국가청렴위원회 산하에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를 전담할 별도의 수사기구를 두는,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며 “국회는 삼성 특검 법안의 논의와 아울러서 정부가 제출한 공직부패수사처 법안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공직부패수사처가 설치될 국가청렴위원회는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뇌물 검사’ 명단에 이름이 올라 곤혹을 치르고 있는 이종백 전 서울고검장이 수장으로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