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황색언론 신정아 미끼로 낚싯대 드리우다

근거 없는 추측과 억측 난무, 선정적 제목으로 낚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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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낚였다'

제목만 보고 클릭했는데, ‘아차’ 싶었다면? 그렇다 제대로 낚이셨다. 세간의 관심은 학위위조 파문에서 권력형 비리로 비화된 신정아-변양균 스캔들 사건, 이른바 신정아 게이트로 급속하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언론을 통해 신 씨의 누드사진까지 공개되면서 ‘대선정국’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멀어져갔다.

신 씨를 둘러싼 뉴스는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팩트가 없고, 정보는 과잉되었으나 내용이 없다는 게 지금 언론 보도의 특징이다. 어느 부처 관계자, 항간의 소문 등 근거 없는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으며, 선정적 제목뽑기 등 대중심리를 이용한 낚시질이 어김없이 자행되었다.

성로비 의혹까지 어떻게 나왔나

14일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검찰이 신 씨의 집과 동국대 연구실, 성곡미술관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으며, 신 씨의 메일을 복구한 결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친분이 밝혀져 변 전 실장의 신씨 비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변 전 실장과 신 씨의 관계를 부인해오던 청와대가 11일 대변인의 입을 빌어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으며 이 사이 한나라당 등 각 정당의 맹공이 쏟아지면서 특검까지 운운되고 있다는 것이 또한 정치권 분위기다.

검찰은 12일과 13일, 14일에 걸쳐 교육부 관계자와 동국대 예산팀을 불러 동국대 지원 사업에 변 전 실장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관련 부처 관계자를 차례로 소환해 미술품 구입 등 변 전 실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그 밖에 대우건설, 산업은행 등 거론되고 있는 기업의 후원금 경위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14일 법원이 검찰의 변양균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검찰과 법원 간 갈등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정아 파문의 책임을 지고 동국대 교수 3명이 사퇴했다는 소식이 14일 전해졌다. 신정아를 위로하는 팬카페까지 등장했으며, 한나라당은 다음 주쯤 권력형 비리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혀놓은 상황이다.권양숙 여사가 청와대로 변 전 실장의 부인을 불러 위로했다는 것도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그러니까 여기까지가 팩트다. 그 밖에 신 씨의 컴퓨터에서 복구한 이메일 내용은 사적인 것이었으며 그 이외에 단서가 될 만한 어떤 ‘유형의 물건’이 있었다는 것과 신정아와 변양균, 홍기삼 동국대 전 총장까지 지근거리에서 거취하고 있었다는 것, 신 씨가 변 전 실장의 청와대 사무실에 두 번 방문해 그림 배치에 대한 조언을 했다는 것,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신 씨가 알몸으로 사진을 찍혔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정보다.

언론은 주목했다. 언론은 검찰 발표가 있었던 10일 이후 누드사진 공개 파문이 벌어지기 전까지 신정아와 변양균이 꽤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언론은 또한 주목했다. 신정아의 성격과 생활태도에 주목한 언론은 신 씨의 성로비 의혹까지 제기하게 된다.

서부지검 “두 사람 ‘가까운 사이’”...검찰 관계자 “메일 내용 진했다”

잠시 몇 가지 뉴스를 살펴보자.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11일 <변양균·신정아 ‘가까운 사이’ 실체는>이라는 기사에서 “검찰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이메일 분석을 통해 신 씨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상당한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냄에 따라 구체적인 관계가 궁금증을 낳고 있다”며 “주목되는 부분은 검찰이 이들의 관계를 포착하게 된 것은 이메일의 계정 추적을 통한 송수신 빈도가 아닌 이메일에 담긴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신 씨와 변 전 실장이 주고받은 수 십통의 이메일은 사적인 감정이 농후하게 담겼을 것이라고 가늠케 하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신정아와 변양균의 친분 관계가 밝혀진 이후 그들이 어떤 사이 였는가에 관심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이들이 사적인 감정이 담긴 관계라고 추측하게 된 경위는 뜻밖이다.

연합뉴스는 또 “검찰 관계자는 100여통의 연애편지가 오갔으며 그 가운데는 노골적 감정을 담은 것들도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적인 부분이라서 확인해줄 수 없다'며 부인하지 않아 이런 추정에 신빙성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신 씨의 이메일 내용이 연애편지 성격인지 알 수 없으며 연합뉴스의 추론 방식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겨레 <대검 “100여통 이메일 대부분 연애편지, 사적이고 노골적 내용도”>
경향신문 <변양균,신정아와 노골적연애 메일 수십통 주고 받아>
경향신문 <변양균·신정아 손잡고 사진 찍고 ‘e메일 연서’ 주고 받아>
한국일보 <변양균-신정아 '부적절한 관계' 결정적인 물증 잡았다>
한국일보 <검 확보 변양균-신정아 관계입증 물건 궁금증 증폭>


경향신문은 11일 <변양균·신정아 손잡고 사진 찍고 ‘e메일 연서’ 주고 받아>라는 기사에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부지검은 e메일과 ‘또 다른 압수품’에서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며 “검찰 주변에서는 “변실장이 신씨의 동국대 교원임용 이전부터 신씨와 100여통에 이르는 e메일을 주고받았고, 그 중엔 ‘부적절한 관계’를 보여주는 내용도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부지검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점 뿐이다. 그 밖에 정황은 ‘검찰 주변’에서 나왔다는 말이다. 경향신문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에서도 서부지검 공식 발표 외에 검찰 주변, 검찰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e메일 내용의 구체적 성격을 진단했다. 다시 말해 비공식 루트를 통해 알게 된 정보가 기사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제목’으로 뽑힌 셈이다.

이후 언론은 신정아와 변양균의 관계를 사적인 감정이 담긴 '부적절한 관계'로 단정짓는다.

린다김도 비호 세력 몇 있었다...공통점 많은 신정아도 아직 더 있다?

한겨레 <‘가까운’ 변양균-신정아, 온라인 0m 오프라인 800m>
한국일보 <변양균-신정아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살았다>
한국일보 <변양균-신정아 '부적절한 관계' 결정적인 물증 잡았다>
국민일보 <신정아-변양균 어떻게 가까워졌나>
경향신문 <신정아 또다른 부적절한 관계 있나..린다김 사건과 닮은 꼴>


한국일보는 13일자 <변양균-신정아 '부적절한 관계' 결정적인 물증 잡았다> 기사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물증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신씨의 오피스텔에서 확보한 이 물증은 서로 그려준 '그림'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SBS가 13일 보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내용의 근거로 타 언론사의 보도를 인용했다.

경향신문은 11일 <신정아 또다른 부적절한 관계 있나..린다김 사건과 닮은 꼴>에서 린다김과 신정아의 공통점을 나열하고 “린다김은 이전 장관뿐 아니라 다른 정·관계 인사들과도 연서를 주고받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신씨는 변 전 실장과의 관계만 알려졌다”며 “그러나 수사결과 다른 공직자나 정권 실세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밝혀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신씨의 뒤를 봐주는 여권 실세에 대한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변양균과 같은 비호 세력이 더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추측인 만큼 근거는 신중하고 사실에 근거해야 하나, 그 근거로 경향신문이 제시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린다김이 여러 정관계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 외에 없었다.


개인 신정아의 낱낱이 파헤쳐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도대체 신정아가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누드사진 공개에 이은 성로비 의혹까지 이미 개인 사생활은 파헤쳐졌지만, 언론은 신정아 개인 성격 분석에서부터 남성편력 등 다양한 추측과 억측 보도를 통해 개인 신정아를 낱낱이 까발리고 만다.

연합뉴스 <변양균 전 실장 등이 신정아씨에 빠진 이유는?>
국민일보 <신정아-변양균 어떻게 가까워졌나>
한국일보 <신경전문의가 분석한 '신정아 정신세계'>
한국일보 <또 다른 오빠들은..>
경향신문 <무차별적 남성편력 “떨고있는 유력인사 많을것”>
중앙일보 <신정아는 공상허언증>
중앙일보 <평소 신정아가 말한 기업 후원금 따내는 기법>


한국일보는 <신경전문의가 분석한 '신정아 정신세계'>에서 “정신과 전문의들은 신씨는 여전히 스스로 했던 거짓말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공상허언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며 “자신이 피해를 입힌 사람에게 전혀 마음을 쓰지 않는 ‘타인에 대한 공감불감증’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또 “신 씨는 결과적으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동국대 측에 피해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해자는 법원에서 판단할 일, 명확하지 않은 사실로 성급한 판단을 유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결과를 유포한 사례다. 전문가주의에 기댄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하다.


국민일보는 12일 <신정아-변양균 어떻게 가까워졌나>에서 “변 전 실장은 고교 재학시절 미대 진학을 꿈꿨고, 개인 화실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라며 “여기에 종교도 같을 뿐 아니라 예일대 동문이란 인연으로 두 사람이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발언의 진원지과 진위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 마지막 문장에서 또 다시 “미술계 인사들의 전언”을 인용해 “'대기업의 후원을 잘 받는 비결이 뭐냐'는 미술계 지인들의 질문에 신씨는 복수의 데이트 상대 중 30대 후반 경제부처 노총각 공무원이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해 사건뿐만 아니라 본 기사내용과도 무관한 내용을 실었다.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는 기사..전형적인 낚시질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는 기사는 이뿐이 아니다. 전형적인 낚시질이다.

중앙일보의 13일자로 <평소 신정아가 말한 기업 후원금 따내는 기법>과 <`측근의 여자` 못 거른 청와대 검증>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일보는 <평소 신정아가 말한 기업 후원금 따내는 기법>에서 “'신정아 스캔들'이 재계와 금융계로 번지고 있다”며 “신씨가 성곡미술관에 재직할 당시 전시를 후원해준 기업이나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씨와 직접 친분이 있거나 변 전 실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지원 기업 CEO와 신정아씨의 개인적 인연’과 기업들의 해명에 중점을 두고 보도했으나 이러한 내용을 ‘기업 후원금을 따내는 기법’과 연결하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

<측근의 여자 못 거른 청와대 검증>도 마찬가지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파문으로 청와대가 휘청이고 있다”며 “취임 초부터 시스템에 의한 국정 운영을 강조해 온 청와대로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 내부 검증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측근의 여자’ 운운한 중앙일보의 기사제목은 오히려 기사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왜곡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쓰럽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