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과 외주화, 집단해고 등으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회 앞에 모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로 “비정규법을 폐기하라”고 외쳤다. 비정규법에 의해 보호할 수 있다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법 폐기’로 목소리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오늘(22일) 열린 기자회견에는 비정규법 시행에 앞서 무리한 외주화로 거리에 몰린 뉴코아,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론 1년 넘게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KTX-새마을호 승무원들, 비정규법 직전 해고된 송파구청 비정규직 노동자, 오는 금요일이면 투쟁 2년째를 맞이하는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비정규법 비정규직 고용불안 조장”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이 법이 실제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불안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라며 “허점투성이인 현재의 비정규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양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 임정재 송파구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법 때문에 해고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
송파구청에서 5년간 일하다가 비정규법 시행 전 날인 6월 30일자로 해고된 임정재 송파구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나는 비정규법이 시행되는 것 때문에 해고되었다”라며 “나의 싸움은 우리 모두의 싸움이며,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해고 직후부터 출근투쟁을 진행하고 있지만 송파구청은 묵묵부답이다.
임정재 씨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비정규법을 공공기관인 송파구청에서부터 악용하고 있다”라며 “힘 있는 사람들이 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보호하려면 ‘사용사유’ 분명히 해야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비정규법을 폐기하고 ‘비정규권리보장법’을 다시 재정해야 함을 국회를 향해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모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법은 비정규 노동자를 전혀 보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기간제 사용의 사용사유를 엄격히 명시 △간접고용과 관련 노동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 △노동자 개념 확대 △고용형태를 이유로 노동자 차별 금지 등을 포함한 비정규권리보장법 수용을 국회의원들에게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요구안을 국회 사무처에 공식적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진정으로 정부가 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차별을 시정하려는 목적과 의지가 있가면 현재의 비정규법을 없애고 실질적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정규권리입법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만약 정부가 비정규 노동자들의 요구를 끝까지 묵살한다면 우리는 목숨을 걸고 투쟁을 전개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