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유치 후보지인 강정마을은 서귀포시 최남단에 위치해 서귀포 시민의 식수로 사용하는 강정천과 악근천이 있다. 지명이 물강(江) 물정(汀)일 정도로 맑고 깨끗한 물이 항상 흘러내려 제주에서는 드물게 논농사가 이루어졌고, 부촌으로 성장해 ‘일강정’으로 불리기도 했다.
두 하천은 최고의 은어 산란지로 매년 은어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천연기념물인 원앙이와 녹나무 그리고 멸종위기종인 솔잎란이 자생한다. 또한 연안에는 연산호 군락지가 있다. 마을주민들은 스스로 천혜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고운환경감시단을 조직하고 활동해 왔다.
지난해 5월에는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상태로 지역주민의 공동노력으로 자연친화적 생활양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여 환경부에서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강정초등학교 인근에는 솔대왓(밭)이라 있는데, 오래전에 소에 병이 자주 발생하자 원인을마을 앞에 있는 ‘범섬’의 나쁜 기운 때문이라고 하여 주민들이 한라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50미터 간격의 삼각형으로 ‘솔대’를 세워 바깥에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았다고 한다.
이처럼 강정마을 주민들은 천혜의 자연과 어울리며, ‘나쁜기운’에는 너나 할 것 없이 힘을 합쳐 극복하는 공동체의 생활양식과 정신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 강정 마을 인근 해역인 문섬 및 범섬 천연보호구역 [출처: 문화재청] |
4월 26일 유치결정총회 민주적 절차 훼손... 주민투표 요구 확산
그러나 지난 4월 26일 공동체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정마을회는 총회를 열어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것이다. 총회는 취재진 등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회의 과정과 내용은 함구령 속에 비밀에 붙여졌다. 이날 총회에는 1,500여 주민 중 마을회장을 비롯한 80여 명만이 참석해 대표성과 절차적 문제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제주도는 5월 14일 후보지를 강정마을로 하는 유치결정을 전격 발표하게 되고, 유치 결정에 반발한 주민들은 같은 달 18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를 결성하였다. 대책위는 “주민여론은 반대가 70%가 넘고, 마을총회는 반대측 입장은 듣지 않고 날치기로 통과됐다.“며, ”마을 전체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8일 조영배 제주교대교수 등 강정 출신 인사 21명 역시 ”반목과 갈등으로 마을이 황폐화 될 것을 우려한다“며, “마을주민들이 충분한 토론을 거친 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6월 19일 주민투표위한 총회소집, 찬성측 방해로 무산
6월 13일 마을회장과 세명의 감사단은 모임을 갖고 마을회장이 소집하는 총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찬성측의 반발로 마을회장이 총회소집을 거부하자 세명의 감사단 직권으로 6월 19일 마을향약에 의거 ‘해군기지유치 찬반 비밀투표’를 위한 총회를 소집하였다.
19일 소집된 총회는 주민들간에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 찬성측이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빼돌리고, 격렬하게 방해해 결국 소집 2시간후인 오후 10시경에 총회중단을 선언하였다. 이에 참석한 주민들은 ‘투표해! 투표해!’를 15분간 외치며 총회속개를 요구하였으나, 마을감사는 오후10시 20분경 재차 총회무산을 선언하였다.
설촌이래 최대인원 참석, 주민들 ‘해군기지유치반대’입장 확인
이날 총회에는 설촌이래 가장 많은 600여 명이 참석하였으며, 이중 543명이 투표참여 서명을 하였다. 이날 총회가 무산된 이후에도 많은 주민들이 해산하지 않고 ‘강정반대대책위’의 해군기지 반대 서명에 동참하였다.
대책위는 “주민들의 놀라운 참여도로 이번 총회의 정당성은 인정되는 것”이며, “총회는 무산됐지만 참석한 대다수 주민 400여 명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며, “이것이 분명한 우리 강정마을 주민들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도정과 해군측은 스스로가 주장했던 ‘주민동의’ 원칙에 맞게 강정 주민들이 요구하는 해군기지 유치 반대입장을 받아들여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철회할 것”과 “더이상 지역주민간 갈등을 유발하는 도정과 해군측의 해군기지 유치 시도는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