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1세기 물 복지 국가’ 건설 발표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유엔은 각국 정부가 이 날을 계기로 수질오염과 물 부족 등 물에 관한 행사를 개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환경부와 건설교통부가 공동으로 22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념식을 열고 ‘21세기 물 복지 국가’를 건설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기념식을 통해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맑은 물의 안정적 공급,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는 하천 환경 조성 등 21세기 물 복지국가 건설할 것”을 밝혔다.
▲ 정부의 물의 날 기념식에서는 수도물을 병에 담아 안전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
정부가 “맑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 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이는 돈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될 말이 될 듯 보인다. 환경부는 2월 2일 ‘물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물산업 육성 5개년 추진계획(안)’을 내놓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자유롭게 돌아가야 할 물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에 전국공무원노조, 민중복지연대, 사회진보연대, 이윤보다인간을, 공공운수연맹 등이 함께 하고 있는 ‘물사유화저지 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정부의 기념식이 열리는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 사유화 정책인 물산업 육성 방안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물 조차 무한 경쟁 시대?
정부는 ‘물산업 육성 5개년 추진계획(안)’을 통해 2015년까지 한국을 물산업 강국으로 키운다며 세계적인 물 기업을 육성하고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164개 지방상수도 중 32개가 수자원공사와 민간위탁 기본협약을 체결한 상태이다. 인천시 상수도의 경우 프랑스계 초국적 기업인 베올리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특광역시에 대한 상수도 공사화 계획은 여러 개의 지역공사를 만들어 수자원공사와의 경쟁을 부추기고 궁극적으로 상수도를 완전 경쟁체제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은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물을 둘러싼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고, “수자원공사와 민간위탁 계약의 내용과 방식이 수자원공사의 이윤을 보장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라며 “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물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물 값 폭등, 노동자 구조조정에 물 공급 시간제한까지
김세균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은 “미국의 경우 전화를 사유화시키면서 기업들과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장거리, 국제전화 요금은 내려간 반면 민중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역전화는 2~3배 가격이 폭등했다. 물이 사유화 되면 이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윤을 위해 민중들의 삶을 파괴하는 물 사유화 정책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물 사유화가 시행된 나라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상수도에서 일하던 7600여 명의 노동자 중 4000여 명의 노동자가 구조조정 되었으며, 볼리비아와 우루과이에서는 수도요금이 10배 폭등했으며, 필리핀에서는 일반 가정집 상수도 공급이 하루 4시간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노무현 정권의 물 사유화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생명 그 자체인 물의 공공성을 지키고 확대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물의 공공성을 부정하고 있다”라며 “조만간 협상을 개시할 예정인 한-유럽연합 FTA에서도 상수도 개방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계 10대 초국적 물 기업이 9개나 포진된 유럽연합과 FTA가 추진된다면 상수도를 초국적 자본에게 다 갖다 바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이들은 ‘세계 물의 날’인 22일을 ‘물 사유화 저지 행동의 날’로 선포하고 △물산업 육성 방안 철회 △상수도 민간위탁 중단 △사회공공성 강화하는 실질적 상수도 개선방안 제시 △공공부문 사유화 중단 등을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이런 내용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22일 저녁 6시 보신각 앞에서 대시민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