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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고자 복직투쟁, 투쟁사업장 대책 토론과 모색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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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식 도출과 토론 과정

묘수풀이가 아니었다. 어차피 정해진 해법을 풀이하는 복기 과정이었다.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승리의 경험은 축적하고 계속 이기기 위해서 복기가 필요한 것. 현재 한국의 노동과 자본 관계에서 연속되는 패배의 경험을 아프게 곱씹은 이유는 연패의 사슬을 끊어보고 싶어서였다. 흔치 않은 승리의 경험을 조심스럽게 나눈 이유는 승리적 관점의 투쟁 사례를 더 축적하고 싶어서였다.

한국 노-자 관계에서 불가피하게 현재까지는 처절한 버티기, 참혹한 패배의 경험이 더 많지만 그 아픈 과정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자본의 위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필연적이라며 자포자기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더 이상의 패배를 막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방법은 없을까를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4개월에 걸쳐서 자문자답하는 과정이었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노동자투쟁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해고자 투쟁과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5/27)를 주제로 전해투 위원장, 권영국 장그래운동본부장, 정기호 울산지역연대기금대표, 김은주 진보마켓대표가 1차 토론회의 문을 열었다. 이구동성으로 전략, 조직, 보급을 위한 문제의식을 던졌다. 무엇을 할 것인가?

2차 토론회(6/24)는 송주명 민교협상임의장(학술), 송경동 시인(문화예술), 김기태 철도노조 전위원장(트라우마), 권승복 공무원노조 전위원장(몸펴기 생활운동), 박준성 역사학연구소 연구원(역사와 산), 윤성현 들풀한의원장(장기투쟁 노동자와 건강)이 부문별 연대의 경험을 발표했다.

3차 토론회(7/22)는 박점규 비없세 집행위원(노동여지도 저자)과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전해투 정책위원)가 노동자투쟁여지도와 사회연대여지도를 눈에 선하게 그려냈다. 이어서 투쟁사업장 집담회에서 패배하지 않기위한, 승리하기 위한 요구와 결의가 쏟아졌다.

4차 토론회(8/26)는 이현수 금속노조부위원장, 현인덕 공무원노조서울본부정치통일위원장, 이형철 사무금융연맹부위원장(흥국생명해복투위원장), 이영덕 공공운수노조 전부위원장 등이 대중조직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반성과 결의를 밝혔다. 마지막 토론회에서도 투쟁사업장 집담회는 이어졌고, 모색의 결론을 모았다.

애초 전해투 창립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준비되었던 대토론회는 여러 사정에 의해 2015년 5월부터 4개월간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진행되었다. 최근에 해고된 노동자에서부터 80년대의 해고자들까지 모였다. 현재 투쟁하는 해고자와 비정규직,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각 영역별 연대를 사실상 대표하는 분들이 해고와 비정규직, 노조파괴없는 세상을 향해 투쟁의 현장을 지키는 역전의 노동자들과 토론을 함께했다. 이 정도의 규모와 4개월에 걸친 대토론회는 전례없는 ‘집단적 해답찾기’였다. 다양한 토론자들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동행’은 또 다른 연대의 유쾌한 예비 과정이었다.

다양한 연대단위의 형성 그러나 역부족의 현실

한국자본주의 체제가 성립된 이래 노동자들은 투쟁과정에서 끊임없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불안정노동의 확산과 함께 비정규해고자의 급증과 양산으로 해고자복직투쟁은 복잡한 양상과 함께 전반적으로 더 어려워졌다. 불변인 것은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투쟁하고 버틸 수 있는 양 날개 즉 조직과 재정의 절실함. 이번 대토론회의 참석자들이 입을 모은 두 가지 요청사항이다. 세부적인 요청사항들은 대토론회 자료집에 별도로 게재 및 배포 예정이니 참고 바란다.

지난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양적 확대와 역사의 축적과는 달리 연대전선의 약화는 곧바로 절박한 투쟁노동자들에게 절망으로 전이되었고 이는 곧 민주노조운동의 선봉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선순환 구조가 붕괴되었다. 절망의 확대와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극단적 전술이 일반화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 애통할 따름이다. 이에 대한 산별노조와 총연맹 차원의 지원은 근본적 대책을 확립하지 못하거나 명백한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조직투쟁 전략과 전술적 한계는 물론이고 비정규직 해고자, 중소 영세사업장 장기해고자들의 경우에 가중되는 생활고와 투쟁기금의 고갈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음을 호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 투쟁사업장 주체들의 재정문제 못지않게 신체적, 정신적 건강유지와 회복의 문제는 더욱 중차대한 과제임이 무겁게 확인되었다.

몸펴기, 트라우마 치유, 쉼터, 의료단체 등이 곳곳에서 장기투쟁사업장 투쟁주체들의 정신적, 육체적 기능 회복을 위한 역할을 강화하고 있음은 참으로 감사한 연대 방식이다. 해고자, 투쟁사업장의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적인 희생자구제기금과 투쟁기금 이외에 열악한 투쟁현장을 향한 다양한 방식의 기금 조성과 지원도 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부족인 상황이며 그나마 체계적 운영과 지원을 위한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지원시스템의 구성이 절실하다. 민주노조운동의 결단을 통한 인력과 재정의 확충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해고자, 투쟁기금 요청과 조성 제안

굴욕적 타협에 의한 복직, 금전보상에 따른 복직 의사 철회에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활동가로서 원직복직의 그 날까지 스스로를 단련시키며 활동하는 것이 불변의 해고자투쟁 정신이다. 다만 어떻게 버틸 것이냐의 문제다. 그 옛날 원산총파업에서부터 아니 그 이전의 노동자투쟁의 맹아기에서부터 물품과 금원을 모아서 연대하는 방식은 규모와 방식, 전달 경로의 제한적 변화만 있었을 뿐 지속되어 왔다. 수많은 단체와 조직이 노동자투쟁 현장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사람과 돈을 지원했다.

수년의 구속과 수배, 해고, 벌금 폭탄을 마다하지 않던 수많은 연대의 실천가들. 노가다와 주점, 재정 사업 등으로 마련한 투쟁기금을 아낌없이 소리 소문없이 쾌척했던 노동자들. 투쟁현장에 몸으로 재정으로 요란, 유난, 유세떨지 않고 함께 했던 익명의 독지가들. 현실의 투쟁현장에서는 그림자처럼 헌신했던 수많은 조직가들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소중한 노동의 결과를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과 실천들을 여전히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토론을 통해 산업과 업종을 불문하고 일상적이고 주기적인 비정규직 해고, 자본의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행위에 대한 정리해고와 징계해고가 무차별적 노조탄압과 함께 3종 세트로 남발되고 있는 상황임을 재확인했다. 파업은 장기화되고 해고 및 투쟁사업장의 싸움이 한번 시작되면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모으는 당위적 결과 도출 과정이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고공농성과 장기농성 전술이 불가피하게 일반화되는 상황에서 투쟁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투쟁력의 보강과 보급의 문제였다.

이미 기울어진 역관계에서 자체 투쟁력이 바닥나고 연대를 통한 응원력이 투항하지 않고 그나마 버틸 수 있는 힘이며, 반전의 유일한 근거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연대의 구체적인 방법을 나열하는 것이 본고에서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투쟁현장에서는 애타게 사람과 궁핍한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마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알고 그도 아는 이 문제를 우리는 4개월에 걸쳐서 치열하게 확인하고 토론했다. 투쟁 현장의 수많은 농성장과 공식 후원 계좌, 절박한 해고자투쟁기금을 모으는 계좌 (신한은행 110-417-870332)는 24시간 열려있다. 다만 실천의 문제일 뿐.
덧붙이는 말

이 글은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146호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