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건 회장이 복귀한 후 세종호텔노조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됐습니다.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기다렸다는 듯 복수노조(세종연합노조)가 생겼습니다. 총지배인까지 나서서 민주노조 탈퇴를 종용했습니다. 세종노조에 남아있는 조합원들에 대한 집요한 탄압이 수년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주명건 회장 복귀 당시 저는 판촉팀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정기적으로 지급했던 판촉수당을 더 이상 주지 않겠다며 지급 방식 변경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서명을 거부했기 때문일까요? 회사는 판촉팀장이었던 저를 팀원으로 강등시켰고, 그것도 모자라 전혀 다른 업무 후배 팀장 밑으로 전보했습니다. 저는 부당한 전보라며 맞서 싸웠지만 회사는 저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2013년 1월에는 연봉제를 확대하겠다며 동의한다는 서명을 강요했습니다. 연봉제의 의도를 알기에 저는 당연히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제가 서명을 거부한 여파는 곧 되돌아 왔습니다. 치졸하게도 제가 아닌 제 부인에게입니다. 저와 제 부인(이동신)은 사내 커플로, 제 아내는 세종호텔 경리팀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20년 넘게 경리팀에서 근무를 했고, 가뜩이나 무릎 관절염으로 육체적인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하루에 평균 13방~14방씩 객실 청소를 해야 하는 객실정비 부서로 강제로 발령을 냈고, 전보 발령을 거부하고 싸웠지만 끝내 징계 해고를 당했습니다.
이제 동료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한테 지난해 10~12월은 힘들고 안타까운 시기였습니다. 이 3개월 동안 세종호텔 사측은 세종호텔에서 20년 넘게 청춘을 다 바쳐 일해 온 영업장 지배인 급 이상 직원 30여 명을 내쫓았습니다. 사측의 강압에 못 이겨 쫓겨 난 직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친 사측 노조인 세종연합노조 조합원이거나 노조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느 누가 20년 넘게 몸 담았던 직장을 떠나고 싶었겠습니까? 50세가 넘거나 가까이 된 사람들이 나가서 암울한 경제 위기 시대에 마땅한 직장이 있겠습니까? 그들은 그런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버텼습니다. 버티고 또 버티려 했을 겁니다. 그러나 세종호텔 사측은 버티는 직원들을 거의 매일 불러서 관리자들이 바꿔가며 끊임없이 협박과 회유를 했습니다. “버텨 봤자 너만 손해다.”, “몇 개월 치라도 줄 때 받고 나가라.”, “안 나가고 버티면 내년에는 연봉도 깎고 정리해고 한다.” 이런 끈질긴 괴롭힘에 결국 노동자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쫓겨났습니다!
이렇게 쫓겨난 직원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한 영업장 지배인은 강제 사직이 결정되자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영업장 입구에서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데, 손님이 바로 앞까지 와도 멍한 상태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그 누구보다도 사측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해 왔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는 같은 영업장의 후배들이 ‘우리 다 같이 세종노조로 넘어가서 싸우자’고 했을 때 이를 말렸던 사람입니다. 그랬는데도 사측이 자신을 쫓아내는 것에 대한 배신감과 충격은 컸을 것입니다.
그는 퇴출되기 하루 전 저에게 커피 한잔 하자며 ‘정말 미안했다’고 했습니다. “세종노조로 가겠다는 후배들을 말리고 사측의 지시대로 후배들을 괴롭혔던 것 정말 후회된다. 비록 나는 버티지 못하고 떠나지만 세종노조는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싸웠으면 좋겠다....” 그는 몇 개월 실업급여를 받고 지금은 호텔이 아닌 일반 음식점 지배인으로 취직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객실부에서 팀장으로 근무했던 직원도 있습니다. 그는 사측의 지시로 세종노조 조합원들을 “한직으로 전환 배치하겠다”고 협박해 노조를 탈퇴시키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 팀장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이 팀장은 서울이 징그럽다며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다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서울에 남겨둔 채 지방 호텔에서 홀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당시 퇴사한 직원 중 일부는 직장도 잡지 못하고 있고, 일부는 취업했더라도 대부분 호텔이 아니라 일반 음식점으로 가거나 지방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이마저도 계약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렸습니다.
단순히 세종호텔 직원만이 아닙니다. 세종호텔 자본은 세종노조에 호의적인 외부 용역업체 직원들까지도 “갑”의 지위를 이용하여 몰아내고 있습니다. 경비 청소 노동자 중 세종노조의 활동을 통제하거나, 연대하러 온 동지들의 출입을 막았던 직원에게는 업장 순찰 업무에서 앉아서 근무할 수 있는 경비실로 발령을 냈습니다. 그러나 세종노조에게 호의적이었던 노동자는 쫓겨나고야 말았습니다.
세종노조 조합원들은 어떨까요? 사측의 탄압을 버텨 낸 조합원들은 연봉이 30퍼센트 가까이 삭감되고, 한직으로 전환 배치 됐습니다. 또, 어떻게든 흠집을 잡아 징계를 하려고 합니다. 최근 저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업무상 부정행위”, “고의로 회사의 물품을 무단 반출”했다는 이유입니다. 제가 반출한 물품은 집회에 연대하러 온 사람에게 준 면장갑이었습니다!
이런 탄압은 세종노조의 정당한 투쟁을 약화시키고 조합원들에게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주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함께 싸우는 동지를 믿고 의지하며 꿋꿋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사측의 강제퇴출 압력을 버텨 낸 친 사측 성향의 연합노조 조합원 중 몇 명이 세종노조로 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세종호텔이 얼마 전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입찰에 뛰어 들었습니다. 세종호텔 사장은 면세점 사업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10퍼센트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안에서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못살게 굴어 내쫓으면서 밖으로는 돈을 벌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 말이나 될 소리입니까?
화가 납니다. 세종호텔이라면 진절머리가 나서 쳐다보기가 싫다고 합니다. 이런 억울하고 분한 사정에도 법은 회사의 편만 드는 상황에 실망도 합니다. 지치기도 합니다. 질기게 싸우던 조합원들도 회사의 압박에 울면서 탈퇴하기도 합니다. 지금 세종호텔은 ‘해고는 더 쉽게, 임금은 더 적게, 비정규직은 더 많게’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이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 곳입니다. 세종노조의 투쟁은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 서민에게 떠넘기려는 박근혜 정부에 맞선 투쟁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소수의 조합원입니다. 때때로 지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을 믿고 끈질기게 민주노조와 노동탄압 분쇄를 위해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