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지난 7월 3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 간에 쫓고 쫓기는 충돌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 날은 이집트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모하메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이 날 정치탄압 중단과 군사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청년들을 향해 경찰이 실탄을 발사하는 바람에 시위대 한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추가로 수십 명이 체포됐다고 전해진다.
보안당국의 삼엄한 감시와 철통같은 봉쇄 때문에 시위의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았으나, 최근 이집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유혈 사태와 정부의 강력한 탄압 공세는 북아프리카와 아랍권 전체를 통틀어 최대의 인구를 자랑하는 지역 열강 이집트 전체가 자칫 리비아와 같은 내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군 최고사령관 출신의 압둘 파타 알 시시 현 대통령은 무르시 전 대통령이 속해 있던 자유정의당(FJP)을 강제로 해체하고 그들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 형제단(MB) 전체를 불법화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년 간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살해되고 무르시와 모하메드 바디에 최고의장을 비롯한 수백 명의 형제단 핵심 단원들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지난 달 29일 수도 카이로에서는 검찰총장 히샴 바라캇이 형제단 지지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집트 보안당국은 이틀 뒤 곧바로 무슬림 형제단 지도부 중 아직 체포되지 않은 일부 인사들이 은신해 있던 한 아파트를 급습해 전직 국회의원을 포함, 모두 13명을 살해하는 보복을 가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이집트 내무부는 수배 상태에 있던 ‘테러 용의자들’이 실탄을 쏘며 저항하는 바람에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무슬림 형제단 측은 사망자들이 모두 신체 수색과 신원확인까지 마친 상태에서 사실상 처형당한 것이라며 알 시시 군사 정부에 맞선 전국적인 봉기를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양측 간의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는 모양새다.
물론 무슬림 형제단의 봉기 촉구가 당장 국민들 사이에 반향을 일으켜 2011년 독재자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때와 같은 대규모 항쟁으로 번져갈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2년간의 혹독한 탄압으로 인해 무슬림 형제단의 활동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된 데다, 2011년 아랍의 봄 항쟁의 주역이었던 자유주의 성향의 청년 조직들과 좌파들 역시도 알 시시 군사정권의 탄압의 예봉을 피해갈 수 없어 반정부 시위를 이끌만한 동력이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달 말 국제 앰네스티가 발표한 이집트 인권에 관한 보고서 “감옥 세대: 시위현장에서 감옥으로 향하는 이집트 청년들(Generation Jail: Egypt's Youth Go from Protests to Prison)”에서는 최근 2년 사이에 약 4만1000명에 달하는 활동가들이 체포돼 형식적인 재판을 거쳐 감옥에 투옥됐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가리켜 해당 단체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부국장인 하지 샤루이는 “대규모 시위는 대규모 체포로 대체”되었고 “당국은 청년 활동가들을 끊임없이 목표물로 삼아 한 세대 전체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짓밟아버렸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아랍의 봄 항쟁이 있기 전부터 7년 간 총 3000여 건의 파업과 시위를 통해 ‘4월 6일 청년운동’을 비롯한 ‘혁명청년연합’ 같은 혁명 세대 탄생의 토대를 놓았던 노동운동 세력도 마찬가지다. 무바라크 독재정권 하에서 유일한 합법 노조이자 어용 노조였던 ‘이집트 노조총연맹’을 대체할 새로운 노동운동을 표방하며 2011년과 2013년 잇따라 출범한 ‘이집트 독립노조연맹(EFITU)’과 ‘이집트 민주노동 총연맹(EDLC)’은 뚜렷한 활동의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 독자적으로 파업과 투쟁을 벌이려던 현장 활동가들이 연이어 체포되는데도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13년 군부 쿠데타 이후 ‘이집트 노조총연맹’의 위원장이었던 카말 아부 에이타가 독립노조 운동의 합법화를 도모한다는 구실로 군사정권의 인력부 장관 자리에 입각했다가 2014년 3월에 빈손으로 쫓겨난 사건은 노동운동의 신뢰에 큰 치명타를 안겨 주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슬람주의 세력의 국가 탈취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걸어 반정부 세력 전체를 상대로 탄압의 고삐를 바짝 조여 매는 군사정권과, 민주화 항쟁의 과실을 독차지해 이슬람주의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다 대중적인 반발에 부닥쳐 하루아침에 집권세력에서 불법테러조직으로 전락한 무슬림 형제단 간의 물고물리는 보복의 악순환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이 등장하지 않는 한, 이집트가 앞으로도 한동안 폭력과 혼란이 자욱한 안개 정국에서 벗어나기란 무척이나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