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에 도착하니 폭행당해 분노한 지회 조합원들이 경찰에 신고하고 경비실 2층 기업노조 사무실로 도망친 현행범의 도주를 막으며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4개 중대 경찰병력이 현장에 도착했고, 경찰은 정문 입구에 있던 민주노총 산하 충남지역 조합원들에게 범죄자를 체포하러 왔다며 길을 열어달라고 했다. 심지어 경찰병력은 박수를 받으며 폭행을 저지른 자들이 있는 기업노조 사무실 쪽으로 갔다. 황당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당연히 2층 기업노조 사무실로 가서 범죄자들을 체포해서 내려올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흘러도 체포하지 않았다.
아산경찰서 수사과는 지회 사무실에서 직접 동영상을 보는 등 집단폭행 장면을 확인했지만, 폭력을 행한 범죄자들을 체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단다. 그리고 경찰은 삼일 째 기업노조 사무실에 앞에서 현행범들에게 밥을 배달해주고, 밤에는 야식으로 피자를 올려줘 기업노조의 ‘시다바리’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출처: 김재영 미디어충청 현장기자] |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 할 수 없었던 그때,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경찰의 입장이 ‘노노갈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회사가 현장에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특전사니 전직 경찰이니 경력까지 위조해 용역깡패를 투입한 사실에 대해 노동부가 4월 특별근로감독을 했지만 시간을 끌면서 ‘조사 중’이라는 말을 반복하더니 그 이유 또한 여기에 있었다.
충남지방경찰청이 지난 18일 구성한 ‘갑을오토텍 충돌사태 수사본부’ 목적에서도 드러난다. 충남경찰청은 “갑을오토텍 노조간 폭력사건 관련,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수사본부를 설치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대한민국의 엄정한 법질서 확립이 언제부터 용역깡패를 노동자로 인정했는지 도리어 묻고 싶다.
이번 사태가 노조간 갈등이며, 노조간 폭력사태라는 경찰의 주장은 ‘갑을 사측의 신종 노조파괴 공작으로 기업노조원이 금속노조원을 일방적 집단폭행’했다는 사건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다. 검찰이고 경찰이고 노동부고 늘 노동자가 아니라 돈과 권력의 편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도껏 해야 한다. 경찰의 ‘노노갈등’ 프레임은 회사가 지배개입해 복수노조를 설립한 부당노동행위,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을 위장해 노조파괴 목적으로 집단 신규 채용한 행위 등을 전면 부인하고 갑을오토텍 사업주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회사의 노조파괴 공작, 용역깡패를 위장 취업시켜 만든 어용노조, 용역깡패에 의한 생산현장에서의 잔인한 폭행, 이 모든 일의 책임자인 갑을오토텍 사업주를 구속 처벌해야 최소한 죄 없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명백한 상황을 눈감고 노노갈등이라는 말로 사측에 면죄부를 주고 폭행당한 노동자들을 피해자가 아니라 갈등의 한 당사자로 책임을 지운다면 이것은 공공의 법집행에 대한 포기이다.
월급 받아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 공장에 출근해 하루 종일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생산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두들겨 패서 이윤을 내겠다는 천박한 갑을 사측의 행동이 깡패와 무엇이 다른가. 이 깡패의 행동을 비호하는 일에 공권력을 쓸 일이 아니라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에 쓰이는 게 법치국가의 상식 아닌가.
검찰과 경찰은 ‘노노갈등’이라는 헛소리를 하며 폭력을 저지른 기업노조원들에게 피자나 올려줄 것이 아니라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위해 집단폭행 현행범을 체포해야 한다.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조파괴를 기획해 깡패와 다를 바 없는 신입사원들을 고용한 사용자를 구속 처벌해야 한다. 노동부에게는 특별근로감독을 무엇 때문에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조파괴를 위해 고용된 신입사원으로 구성된 기업노조에 대한 허가를 취소하고, 현장에서 신입사원들을 빼라고 사업주에게 시정명령하고, 이를 듣지 않으면 구속하라고 검찰에 넘기면 된다. 대한민국 정부기관과 경찰이 마르고 달토록 얘기하는 엄정한 법질서 확립은 바로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