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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가 아니라 보육체계의 전환이 시급하다

[기고]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추진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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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어린이집의 보육교사가 아동을 때린 사건이 알려지면서 어린이집의 아동 인권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언론은 가해자의 폭력성을 주로 조명하고 이에 호응하듯 사건에 분노하고 불안해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요대책 중 하나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대책이 공허할 뿐만 아니라 문제를 잘못 진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큰 충격을 주는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마냥 CCTV 설치가 등장한다. 그러나 안전과 사건예방을 위해 CCTV를 확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정보인권단체인 진보네트워크가 작년 6월 말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범죄비율과 검거비율, 그리고 공공기관 CCTV 증가율을 비교했다. 이 자료를 보면 6년간 범죄예방 목적 CCTV를 비롯해 공공기관 CCTV는 꾸준히 증가해 2012년 기준 461,746대였다.

그러나 총범죄 발생비율은 2006년 1,836,496건에서 2012년 1,793,400건으로 큰 감소가 없었고, 오히려 강도와 강간 등 이른바 4대 범죄 발생비율은 약 8만 건 이상 증가한 반면 이들 범죄의 검거비율은 약 20만 건이 감소했다. 이 자료를 어린이집 사건에 직접 대입하긴 어렵지만 안전 확보와 사건 예방이란 맥락에서 살펴보면 감시 체계를 확대한 것이 문제를 예방하는데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에서도 CCTV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가해교사는 그에 관련 없이 아동을 학대했다.

이 사건 외에도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벌어지면 그때마다 사건 영상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아동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반증하고 있다.

CCTV 확대는 효율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권의 원칙에도 적합하지 않다. 감시 체계는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미로 설치한 것이어도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더구나 CCTV는 보육교사만이 아니라 아동의 행동도 감시할 수밖에 없다.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표현해야할 아동들이 자신의 모습이 누군가에 의해 늘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행동과 생각 등은 제한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CCTV 설치 의무화는 인권을 후퇴시키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이 생긴 어린이집을 비롯해 보육체계에 문제는 없는지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 안타깝지만 그리 행복한 보육환경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국무총리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보육교사는 법정근로시간보다 15시간 이상 긴 55.1시간의 일을 하지만 하루 중 휴식시간은 17분에 불과했다. 여기에 보육교사 1인당 보육 아동의 숫자를 넘어 초과보육을 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인 보육교사의 노동환경이 이처럼 피폐하다면 그 영향은 결국 아동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부실한 보육교사 자격제도와 시설 평가 인증제도, 어린이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운영자 등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보육 체계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는 정부의 과제다. 그러나 무상보육을 내걸고 지원을 약속했던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는 얘기다. 그렇기에 불안을 빨리 없애기 위해 손쉬운 CCTV를 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CCTV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느끼는 바닷물과 같다. 건강한 보육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려면 감시의 확대와 강화라는 방법에서 벗어나 보육체계 전환이 절실하다. 그것이 이번 사건이 주는 씁쓸한 교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