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안정된 고용은 노동자의 권리이다. 해고에 대한 두려움이 삶을 파괴한다.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면 누구라도 계약해지 당하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이들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기륭전자에서는 노동자들을 문자로 해고하는 일도 있었고, GM대우에서는 구조조정 시기에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는 일도 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이 발표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일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불안정한노동은 노동자들이 해고의 공포 속에 살아가게 만들고, 결국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합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콜센터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한 인사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은 저임금도 참고, 장시간 노동도 참고 부당한 일을 경험해도 참습니다. 노동자들이 참고 일하면 노동자들의 권리는 무시되고 기업들은 더 부당한 행위를 하게 됩니다. 모든 노동자는 안정되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직장에 존재하기 위해 일하는 기계가 되어야 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입사해서 일한다는 것은 “아직은 이 직장은 너의 직장이 아니다”라는 선고를 미리 받고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6개월마다 들이미는 “원하신다면 6개월간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그 하얀 봉투는 누군가에게는 “ㅇ월 ㅇ일로 계약이 종료됩니다”라고 표현되어 전달되고 그 봉투를 받은 사람은 그 이후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6개월 이후에도 이 직장에서 존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했고, 잘해야 했고, 인정받아야 했고, 동료보다 더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일하는 기계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그 보상은 점수가 좋은 평가서와 6개월의 연장계약이었습니다.
새로 개원한 병원에서 2년을 근무하게 된 비정규직들은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당연히 기대하였고, 병원에서도 좋은 일이 있으리라고 했기에 전환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비정규직법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말입니다. 그러나 병원은 꼼수를 부려 신규채용방식으로 새로 무기계약직을 뽑는다면서 새로이 서류를 받는 등의 절차를 밟아 법을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총 8명에게 계약만료(라 쓰고 해고통보라 읽음)라며 통보했고 8명은 절망하였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고용이 안정되기만을 바라며 모든 것을 감수한 그 이유는 그것이 곧 생계 그 자체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 해고통보를 받았을 때 “나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는다 하여도, 결국 이 자리, 백여 만 원 남짓한 급여를 받는 이 일자리조차 내게는 주어지지 않는 것인가, 나는 최선을 다해 일했다. 또 잘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이제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무엇으로 살아야 하나?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해도 내 생계를 이어갈 그 미미한 자리조차 지켜지지 않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절망감, 그리고 나를 해고한 병원에 대한 배신감,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온전히 내 정신을 붙들고 다시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출처: 민주노총 대구본부] |
제가 일하던 병원은 국립대병원이라서 정부가 할당한 제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총정원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에서는 총정원제 핑계를 대며 20%의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조건 해고하였습니다. 노동자들이 부당하다고 항의하고, 논란이 되자 병원 측은 업무평가에 기준한 것이며, 해고자들은 일을 못해서 해고한 것이라면서 해고자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또 비정규직을 해고했다고 비난을 받자 자신들은 90% 넘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켰고 투쟁 이후에는 해고를 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내세우며 공공병원으로서 의무를 잘 수행했다고 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자본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들에게 법을 어떻게 악용하며, 인사권을 어떻게 남용하며 휘두르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힘도 연줄도 없어 오로지 일만 열심히 하는 비정규직들에게는 법도 원칙도 사회적 정의도 무용지물이며, 오히려 악용될 뿐인 현실을 절감합니다.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 묻지 마십시오. 나도 모릅니다. 아직도 나의 분노는 남아있고, 병원은 아직도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오늘 투쟁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