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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는 무엇을 망설이는가

[기고] 침묵 또한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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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20일 현대자동차 공장에 집결한 희망버스 참여단이 진입을 시도하면서 대치를 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에 입사한 해는 1980년이었다. 87년에 민주노조가 들어서기 전에는 회사정문에서 바리깡으로 머리를 잘려봤고, 작업공구를 늦게 가져왔다고 상급자에게 뺨도 맞아보았다. 상급자에게 찍혀 상여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현장구석에 앉아 울기도 했다. 항의하면 짤릴까봐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26년 전에 아직 노동조합이 없을 때 겪었던 일들이다.

26년 전 겪었던 고통을 지금은 방식은 다르지만 사내하청노동자들이 겪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87년 노동자대투쟁은 그저 시대흐름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일인가? 87년은 이 땅의 수많은 선배 노동사회열사들이 자본가 정권에게 살인을 당하면서도 싸운 결과물이 아닌가? 요즘 그나마 정규직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노동3권을 누리며 일하는 것도 선배열사들의 죽음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인가?

근래 현대차 비지회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시작으로 민주노총 산하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업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를 내걸고 함께 싸워야 할 상급단체와 단사 정규직노조의 태도를 보면 민주노조라기보다 노동조합이 없을 때 자본이 만들어놓은 노사협의회 수준과 하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2009년에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용인기업노동자 복직연대투쟁을 벌였을 때 일이다. 당시 용인기업노동자들은 대법원으로부터 정규직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미포조선 민주파 3개 현장조직이 나서서 원하청 연대투쟁을 시작했다. 싸움을 시작하면서 연대투쟁에 나선 정규직노동자들의 각오는 첫째, 사내하청노동자 복직투쟁이 전국적인 사안이라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연대투쟁에 나서는 정규직노동자 모두가 해고를 각오하고 싸워야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하루빨리 복직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결의가 모아져 투쟁을 했기에 용인기업 동지들의 4개월만에 정규직복직은 가능했다.

지금 현대차 비지회 소속으로 천의봉 동지와 함께 철탑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병승 동지도 용인기업노동자 복직투쟁당시 울산지역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 헌신적인 연대투쟁을 벌여온 동지다. 어제 희망버스가 노동운동의 메카 울산에 왔다. 전국최대규모의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있는 현대자동차에 왔다. 희망을 싣고 온 버스는 무엇을 느꼈을까? 민주노조가 있는 대규모 사업장이 전국 각지에 흩어진 한 명 한 명의 연대까지 아쉬워해야 하는 지경에 비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투쟁의 방법과 계획을 제시하며 결의를 다지는 발언을 하는 게 마땅하나, 결의대회에서 몇몇 대표자들은 자본가를 구속시켜야 한다, 자본가는 나쁜 놈이다 라고만 하면서, 정작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는 빠진 채 신세타령하는 것과 흡사한 발언들만 반복하였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묻고 싶다. 투쟁의 현장이나 열사묘역에 가면 우리는 주먹을 높이 들고 힘차게 외친다. “노동해방, 열사정신계승, 노동자는 하나, 비정규직철폐!” 나는 특히 현대차지부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본가 정권의 사법부인 대법원까지도 불법파견 판정이라는 밥상을 차려 노동자들에게 맛있게 먹으라고 하는 판국에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가? 원하청 어깨 걸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그냥 당당하게 먹어보자. 현대차지부는 정녕 불법을 저지른 자들과 임단협을 할 수 없다며, 불법을 저지른 자들을 먼저 구속시키고 불법파견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임단협을 할 순 없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