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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의 최종 목적지는 비정규직 철폐입니다

[기고] 종탑에서 철탑으로 희망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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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충청, 호남, 영남 전국에 계신 동지들 파이팅 합시다. 내일은 서울 하늘도 보게 생겼습니다. 전국 하늘을 함께 보는 우리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지난 2월 6일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오른 첫 날, 고공농성자들의 카톡방에 초대되어 고공농성 선배 동지들과 안부를 주고받고 그 날 저녁 울산의 최병승 동지가 전해준 메시지입니다. 막상 시작 된 고공농성에서 오는 예기치 못한 두려움과 긴장감을 먼저 하늘사람이 된 선배 농성자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섯 지역에서는 일출 일몰의 장관을 담기도 하고, 눈이 내린 풍경, 고공에서만 접할 수 있는 주위의 경관을 담아 올렸습니다. 침탈의 위험을 받았던 현장의 상황, 함께 투쟁하는 조합원들의 현장을 보면서 울분을 토하고 함께 반가워했습니다.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극한의 공포는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리란 것을 하늘사람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올랐던 고참답게 울산송전철탑의 동지들은 여유 있어 보였습니다. 유투브에서 음악과 동영상을 공유하고 여러 가지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고공농성자들의 인사에 재치있게 답해주었고, 현대차 투쟁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져 주었습니다. 추위와 싸우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뿐 하루이틀이 지나고 고공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때, 고공농성이 익숙해질수록 더욱 외로워지고 감정이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겨내기 위해서 더 많이 웃어야 하고 밝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야 했습니다. 부러웠던 여유가 사실은 동지들의 마른 눈물, 슬픈 웃음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예전에 아래에서 철탑을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고, 노동해방 깃발을 흔들며 가졌던 연대의 마음만으로는 가늠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최병승 동지가 3월부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불법파견 투쟁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며 연재를 시작한 기고 글을 올려주었습니다. ‘봉건시대의 지주 현대차’가 기계나 노예로 취급한다는 사내하청에 대하여, ‘법 위의 현대차’가 법원과 노동위의 결정에 지금도 아랑곳없이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은 채, 검찰과 조직적. 체계적으로 불법파견의 증거를 은폐하려는 술수까지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도, 현대차비정규직지회를 탄압하고, 파업을 막기 위해서 동원된 용역들의 무자비한 폭력과 납치에 맨 몸으로 맞서 온 몸이 깨지고, 부서지고, 목숨까지 던지며 불법파견에 맞서 투쟁하는 현대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의 10년의 투쟁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그렇게 울산송전철탑의 이야기가 무르익는 동안 혹한의 추위를 이겨냈습니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지고, 이제는 열매를 준비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하늘사람들의 카톡방은 이제 소식을 주고받지 않습니다. 그 동안 다섯 곳의 투쟁사업장 외에 새롭게 고공농성을 선택한 투쟁사업장들이 생겨났고, 또 해제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섯 곳의 투쟁사업장 중에서도 고공농성을 해제한 곳이 세 곳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지역은 울산송전철탑과 서울혜화동성당종탑 두 곳입니다. 울산철탑은 275일째, 서울종탑은 163일째입니다. 이제 서로의 소식은 다른 투쟁사업장의 소식처럼 SNS를 통하거나, 언론매체를 통해서 접하고 있습니다. 163일을 견디며 힘이 들거나 약해질 땐 울산철탑의 동지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집니다. 그리고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에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승객이 되어야 희망버스가, 희망열차가 출발할 수 있습니다. 작년 10월 17일 철탑에 오르고 난 후 신규채용이 중단되고, 특별교섭이 재개되면서 처음으로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쁘다는 노동자가 있습니다. 또 몰아닥친 한파에 몸을 피할 곳조차 없는 처지에서 현장에서 싸우는 조합원들의 건강을 먼저 걱정하고, 조합원들의 마음에 난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지를 걱정하는 노동자가 있습니다. 그 들은 까치도 집을 짓지 않는다는 송전철탑에서 275일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철탑 아래에서 싸우는 현대차사내하청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천 명이 넘는 관리자와 셀 수 없는 많은 인원의 용역경비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하고, 수많은 조합원들이 병원신세를 져야 했지만 현장파업을 성사 시켰습니다. 그리고 ‘정몽구 구속,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경찰의 연행과 최루액을 견디며 양재동에서 75일간의 해고자 상경집중투쟁을 성사시켰습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이렇게 투쟁하는 동안 현대차는 불법파견 특별교섭 16차례, 실무교섭 8차례를 진행하였으나, 여전히 불법파견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함께 할 차례입니다. 송전철탑에서 275일 동안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지난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우리가 달려갈 차례입니다. 우리가 승객이 되어야지만 비로소 희망버스가 되고, 희망열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희망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동지들에게 우리가 손을 내밀고 손을 잡고 손을 흔들어야 희망의 실체가 보이지 않겠습니까? 공감하는 연민의 마음만으로는 희망의 결실을 맺지 못합니다.

우리는 희망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최종 목적지까지 함께 가야합니다. 현대차가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불법파견을 인정하며,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합니다. 철탑 농성자들이 무사히 가족과 동료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탄압 불법파견을 일삼은 정몽구, 정의선 부자를 당장 구속처벌 해야 합니다.

희망버스를 타고 당분간 웃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철탑의 동지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습니다. 희망버스를 타고 10년간 굽히지 않은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의 투쟁으로 이 땅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나서서 외칠 수 있게 되었다고, 함께 투쟁할 수 있게 되어 고맙다고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약속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일상에서도 잊지 않고 작은 실천에서부터 함께 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최종 목적지에서 함께 내리겠다는 것을, 우리가 가는 최종 목적지는 이 땅의 비정규직 철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