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11일, 12일 3일간 파업을 벌였다. 노조 임원과 상집 출입저지에 따른 긴급 보고대회로 진행한 11일 파업을 제외한 이틀 동안 지회는 1공장, 3공장, 4공장, 변속기 3부 생산을 중단시켰다.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 생산의 주체에는 비정규직도 있다는 것을 세상에 다시 확인시켰다. 그런데 현대차만 이 현실을 부정한다. 16차례 불법파견 특별교섭과 8차례 실무교섭을 해도 교섭은 진전이 없다.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 법원 등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은 이미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몇 차례 확인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남았고, 나 최병승을 제외하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없다며 주요 기관들의 ‘불법파견 인정’을 무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세상 사람들은 현대차를 법 위에 군림한다고 얘기한다. 한국 사회에서 법 위에 군림하는 현대차는 공장안에선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며 더 심각한 위법을 자행한다. 8차 불법파견 실무교섭에서 지난 10일 지회장 납치 미수를 항의하자 현대차는 “스타렉스에 실었지만 그것은 납치시도가 아니라 공장 밖으로 끌고 갈 수 없으니 태우고 나가려고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용역경비대를 동원해 폭력으로 지회장을 스타렉스에 강제로 실은 것이 ‘납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교섭 파행의 책임을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 돌리는 뻔뻔스러움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런 자신감으로 현대차는 1년 2개월째 진행하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불법파견을 부정하며, 3,500명 신규채용을 고집하고 있다. 심지어 7차 실무교섭에서는 “규모는 늘릴 수 없고, 전환은 수용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도대체 이런 교섭을 왜 재개하자고 했는지? 계속하자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현대차는 3,500명 충원 사유로 정년퇴직자와 생산물량 증가에 따른 신규공정 충원인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건 불법파견과 상관없이 현대차 단체협약 44조(인원충원) 1항과 2항에 따라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해야 인원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인원을 마치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제시안이라 말하고 있으니 어느 누가 교섭 진정성을 느끼겠는가? 따라서 불법파견 특별교섭 파행 원인은 이 교섭 출발점인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현대차에게 있다.
오히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 꼼수가 예상됨에도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요구안을 수정하고, 교섭의결 방식도 양보하며 끊임없이 교섭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신규채용을 강행하고, 촉탁직을 투입하는 등 불법파견 증거은폐에만 혈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파업)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10년 전 노조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며, 철탑농성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조합으로 단결했기 때문에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구속, 수배, 손배 가압류에 굴하지 않고 10년을 투쟁해왔고, 가장 아름다운 청춘을 바쳤다. 그 10년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투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땀 흘린 주먹이 하늘을 향한다. “파업투쟁 승리하고,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는 큰 함성이 메아리친다. 다시 힘이 솟는다. 흥분되는 269일을 알리는 어둠이 내린다. 고요한 땅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저곳을 떠난 지 내일이면 딱 9개월을 채운다. 비가 오려나? 바람에 습도가 높다. 오랜만에 노래를 흥얼거린다.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 없다. 바리케이트 사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