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역에서 출발하는 동해남부선은 해운대역, 송정역을 지나 울산을 거쳐 불국사역과 경주역 그리고 포항역까지 이어집니다. 용산역에서 출발하여 춘천역까지 가는 경춘선 열차가 한강변을 끼고 달리듯이 그래서 이름도 청춘열차라고 지었듯이 동해남부선은 동해안을 따라 청춘들을 실어 나릅니다. 경부, 호남선처럼 주요간선은 아니지만 동해남부선은 아름답고 여유로우며 무엇보다 바다와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구간입니다. 기장이나 일광포구에서 가져온 해물과 아낙들을 싣고 달렸던 통일호는 없어졌지만 특히 요즘과 같은 휴가철에는 많은 청춘들의 사랑을 받는 구간 중에 하나입니다.
옛 울산역이었던 태화강역을 출발하여 경주를 향해 달리다 보면 ‘또 다른 우리의 청춘’을 만나게 됩니다. 태화강을 건너면 오른쪽으로 여의도 면적 2/3에 해당하는 150만평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펼쳐 보이고 기찻길 옆으로 이 거대한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탑이 보입니다. 송전탑에는 ‘안전제일’이 아닌 ‘함께 살자!’ 구호가 걸려있고, 새들이나 잠시 쉬어갈 위험천만한 곳에 ‘인간답게 살겠다’고 인간이 할 수 없는 처절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두 청춘이 300일 넘게 매달려 있습니다. 최병승, 천의봉. 두 청춘은 우리나라 최고법원 대법원 판결에도 꿈적도 하지 않는 현대자본에 맞서 ‘땅위에서는 더 이상 안 해본 투쟁이 없어서’ 송전탑으로 올라갔습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좌절하였던 모든 빼앗긴 자들이 다시 땅을 딛고 싸우자고 연대가 희망이라고 말하기 위해 7월 20일 울산으로 희망버스가 출발한다고 합니다. 이번엔 서울역에서 희망열차도 출발한다고 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한국철도가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과 대륙침략을 위한 전쟁수단으로 부설되어 노선마다 일제 잔재들이 남아 있고 동해남부선도 예외가 아닙니다.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일제가 우리나라 명산마다 쇠말뚝을 박았듯이 경주역과 불국사역 구간은 천년고도 심장인 안압지를 가로지르고 경주도심을 동서로 갈라놓았습니다.
우리 선배들이 근대화를 거부하는 무지한 사람들이라서 철도부설을 온몸으로 막은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일제의 본질을 잘 알았기 때문에 투쟁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토지를 강제 수용 당하고 그 땅에서 식민침탈을 위한 철로를 놓는 부역자 신세로 전락한 민중들의 투쟁은 너무나 정당하였습니다. 주인이 노예로 뒤바뀐 어처구니없는 현실. 지금 최병승, 천의봉 두 청춘과 900만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조작된 자료에 의해 희생당한 쌍용차노동자들을 비롯한 이 땅 모든 해고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일제가 패망한 것이 역사의 진리라면 지금 뒤바뀐 운명도 제 자리를 찾아 갈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 노동의 대가가 1% 탐욕의 수탈수단이 아니라 전체 민중이 ‘함께 살기’ 위한 소중한 과정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억장이 무너지더라도 반드시 살아서 싸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더 많은 양심들이 울산 행 희망버스와 희망열차에 타시길 기원합니다. 철도노동자들도 기적소리로 연대하겠습니다. 이번 주말 동해남부선을 타실 청춘들과 여행객들도 울산 태화강 근처에서 힘찬 기적 소리가 울리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봐 주세요. 손을 흔들어 두 청춘이 다시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연대의 마음을 모아 주신다면 이번 여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