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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인신매매’ 사내하청 폐지해야

[인권오름]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이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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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팔아 돈을 버는 행위’는 노예제 사회나 가능한 일로 현대사회에서는 ‘인신매매’라 하여 엄격하게 처벌받는다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노동자’라는 이름표를 달면 현대사회가 정한 상식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 배제)는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하지 못 한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법률이 허락한 범위 내에서는 ‘노동자’ 이름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파견업체, 직업소개소를 통해 거래된다. 그렇지만 현실은 더 많은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거래하고 있으며, 이 공장에서 저 공장으로 팔려가고 있다. 필연적으로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사람 거래의 완전한 자유를 원하는 자본가와 ‘누구도 팔수도 살수도 없다’는 노동자는 끊임없이 대립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투쟁이 현대자동차에서 10년째 계속되는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투쟁이다.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현대차비정규직노조(현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 사내하청업체가 ‘위장도급’이기 때문에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는 현대차와 묵시적 근로관계이거나 불법파견’이라며, 2004년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위장도급이란 통상적으로 원청업체가 실체도 없는 사내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는 불법행위를 의미한다. 노동부는 5개월 동안 현대차 전수조사를 통해 울산(101개), 아산(12개), 전주(14개) 공장 127개 사내하청업체 9234개 모든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현대차 사내하청은 형식적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사내하청 업무를 현대차가 직접 지휘 감독하는 근로자파견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파견법 5조 1항은 제조업 파견을 금지하고 있고, 현대차 사내하청은 파견업체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것이다. 노동부 판정 뒤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은 법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파견법 6조 3항(고용의제)는 2년을 초과하여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원청(현대차)이 고용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법 이행에 따른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현대차의 폭력적인 탄압이었다.

2005년 현대차는 노동부 판정 이행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01명을 해고하고, 무차별 고소고발로 조합간부 6명이 구속됐다. 3개월 동안 파업을 지속한 2006년도 4명이 구속되고, 40여명이 중징계를 당했지만 불법파견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현대차 탄압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직력이 약화되자 울산지검은 2006년 12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현대차 불법파견을 ‘무혐의 처분’하여,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물론 비상적인 검찰의 판단은 금세 뒤집혔다. 2007년 서울중앙지법은 “컨베이어벨트 특성상 도급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이유로 2년이 초과한 현대차 사내하청은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현대차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을 더욱 심하게 옥죄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하청업체를 강제폐업을 시켰다. 작업지시서와 시방서를 변경하는 등 불법파견 증거를 은폐했고, 이에 저항하는 조합원을 해고했다. 온갖 방해에도 대법원은 2010년 7월 22일 ‘현대차는 불법파견’이라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2004년 노동부의 판정이 옳았음이 확인되었다.

대법원이 판결했음에도 현대차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대법원 판결로 최소 10년 이상 불법파견 노동자를 사용한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법파견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업체강제폐업으로 맞섰다.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는 분노했고 공장을 점거하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현대차는 탄압을 반복했다. 2010년 투쟁으로 현대차 울산공장만 60여명이 해고됐다. 18명이 수배되었고, 이중 5명이 구속되었다. 필자는 아직도 수배중이다. 또 조합원 500여명이 형사 처벌되어 3억 원 넘는 벌금을 납부해야 했다. 176억 원 손해배상으로 조합원 400여명이 통장가압류 되었고, 일부 조합간부들은 월급과 부동산가압류라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무차별적 탄압이 지속되어도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며 최종 확정 판결을 내렸다. 올해 중앙노동위원회도 32개 업체에서 징계당한 노동자를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정했다.

대법원과 행정기관에서 불법파견 결정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현대차는 지금까지도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 구제수단인 법원 판결마저 부정하는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 오만함은 불법파견 은폐로 이어져 현대자동차 촉탁계약직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리고 210일 넘는 철탑농성을 부추기고, 노동위원회가 정규직으로 복직명령을 한 해고조합원들을 본사 노숙농성을 하게 만들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천의봉과 최병승이 고공농성을 벌이는 울산 송전탑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불법파견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사회적 상식과 기준

현대차 투쟁은 왜 10년째 장기화되고 있을까? 불법파견을 부정하고 있는 현대차, 2006년에 현대차를 무혐의 처분하고 지금도 3년 넘게 수사만 하고 있는 검찰,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도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노동부 탓이 크다. 10년 동안 현대차는 늘 법 위에 있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섰다면 불법파견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해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도 불법파견을 부정하고, ‘3,500명 신규채용’으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 1~2위 로펌 ‘김&장’과 ‘광장’이 엄청난 돈을 받고 헌법소원, 민사소송, 행정소송 등을 맡아 비정규직 노동자를 압박하는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부당해고 판결을 받기 위해 9년째 9급 심을 진행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내하청노동자를 보호한다며 사내하청을 무한정 늘리는 사내하도급법 제정을 추진하고, 경총과 전경련 등을 활용해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요구가 무리하다는 여론을 조성한다.

대법원 판결과 제조업 생산 공정에 파견을 금지하는 법을 근거로 한 사내하청노동자 8500명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주장과 투쟁이 억지란 말인가? 사회를 움직이는 최소 기준인 법률과 법원 판결 이행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한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법을 어겨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경제 성장이라는 이유로 뻔뻔하게 면죄부를 주장하며, 법도 지키지 않겠다는 현대차가 사회적 기준에 반하는 억지행동이다.

현대차는 3500명 신규채용을 ‘대승적 결단’이라고 홍보했지만, 불법파견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신규채용에 합의 하면, 대법원과 행정기관(노동부, 노동위원회)이 이미 정규직이라고 판단한 노동자를 배제하게 된다. 어떻게 노조가 이런 내용에 합의를 하겠는가? 비정규직지회의 ‘생산하도급 8,500명 정규직 전환’ 요구는 법에서 정한 중간착취를 막고, 불법적으로 사람을 사고파는 신종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3차례 대법원 판결로 사내하청이 대부분 불법파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상적 차별을 받는 사내하청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사내하도급법 제정을 막아내는 출발점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본사 앞에서 비정규지회 노동자들이 정몽구 구속과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노동자 인권 향상, 중간착취 근절부터

국제노동기구(ILO)는 1944년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필라델피아 선언을 시작으로 2003년 고용관계에 관한 결의, 2006년 고용관계에 관한 권고에서 직접고용 원칙을 결의했다. 특히나 2012년 3월에도 ILO는 △승소 당사자인 최병승 씨를 비롯한 위장도급 관계에 있는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한 진전된 내용의 보고 △노동자들의 부당해고에 대한 수사와 원직복직 △용역폭력에 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조치 △가압류·가처분 등 사법절차의 남용을 막을 보호 장치의 마련 △노동자의 기본권 행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남용되는 사내하도급을 방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행사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사회적 파트너들과의 협의를 통해 적절한 절차를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ILO의 권고를 정부는 아직까지 이행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 헌법도 사용자책임을 지불능력이 없는 중간자에게 전가하는 고용관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사내하청, 파견근로, 다단계 도급이라는 이름으로 중간착취가 만연해있다. 300인 이상 사내하청 실태를 조사한 노동부 자료를 보면 조사대상 사업장 41.2%가 대법원 판결로 대부분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높은 사내하청을 사용하고 있었다.

노동자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당장 노동자가 최소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불법과 합법을 떠나 사람을 사고파는 중간착취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그 출발이 10년 넘게 자본과 노동의 대리전이라 얘기되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이다. 노동자가 착취라는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스스로 노동권을 지키는 것이 노동자 인권을 전진시키는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투쟁에 많은 지지와 연대를 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