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오일샌드라고 불리는 타르샌드는 엄밀히 말하면 성분은 일반 원유와 다르다. 타르샌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스팔트처럼 끈적거리는, 역청(bitumen)이 돌이나 모래 등에 들러붙어 있는 것이다. 타르샌드는 포함된 화학성분부터 밀도, 점도 등 화학적 성분이 일반 원유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오일샌드라고 칭하는 것 보다는 타르샌드라고 칭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현재 미국에서는 최근 오바마가 승인한 키스톤XL 파이프라인(송유관) 건설을 저지하는 시위가 한창이다. 아직까지는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에서 중심적으로 저지투쟁이 한창이지만, 점점 다른 주로 그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출처: "타르샌드 봉쇄(Tar Sands Blockade)"의 flickr 사진 스트림 화면 캡처] |
타르샌드의 문제점
타르샌드는 점성이 강하기 때문에 바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동시킬 수가 없다. 고로 시추과정에서 고온의 물을 사용하여 오일층을 분리해 내는데, 이 과정에서 1배럴의 원액을 얻기 위해서는 4~5배럴의 물이 필요하다. 지하수가 이 과정에서 사용되며, 타르가 붙은 돌을 씻어낸 물은 그야말로 타르 찌꺼기가 섞인 흙탕물, 즉 폐수가 되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강의 유속을 느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타르샌드는 채취부터 정제과정에 이르기까지 기존 석유의 채취-정제과정보다 70-110%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연료로 사용될 때, 즉 연소될 때는 14-20%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실제로 2007년 캐나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90년대에 비해 26%나 증가하였고, 교토의정서의 목표를 34% 넘어섰다. 그리하여 캐나다는 교토의정서를 탈퇴하기까지 했다.
미국 환경 학자들은 타르샌드를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370만 톤에서 2,070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증가량은 온실가스를 뿜어대는 차량이 770,800대에서 4,312,500대로 증가한 값과 같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타르샌드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지반 수백 미터를 뚫어서 채취하는데, 이제는 누구나 다 알겠지만, 이러한 채취과정은 지반을 약하게 만들어 지진이나 다른 자연재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타르샌드가 매장되어있는 캐나다의 지역은 전세계 습지의 35%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타르샌드 채취를 위해서는 건설장비들이 들어가야 하므로 나무들을 잘라내야 한다. 타르샌드 채취과정에서 파괴되는 땅의 면적이 천연가스를 채취할 때 파괴되는 땅 면적의 4배이다. 타르샌드를 채취하기 위해 지금까지 플로리다 주 크기의 숲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파이프라인의 문제점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해서는 숲의 수많은 나무들을 잘라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더군다나,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파이프라인에 문제가 생겨서 타르가 새어 나오기라도 하면 동식물은 물론이거니와 인간에게까지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타르샌드는 일반 원유보다 무겁기 때문에 강이나 바다에 유출되면 물위에 뜨는 일반 원유와 달리 바다나 강 밑에 가라 앉는다. 고로 흡수지로 물위에 뜬 오일을 건져내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바닥에 가라앉아 바닥의 돌이나 해양생물에 들러 붙어 이를 복구하기가 더욱 어렵다.
하지만 더 웃긴 것은 파이프라인이 끊어지거나 구멍이 뚫려서 타르가 새어 나오는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이미 파이프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는 것이다. 파이프라인 건설을 막기 위해 활동가들이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 트럭 등에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어서 건설을 저지하는 와중에 두 명의 활동가가 파이프 안에 들어가 그곳에 자신의 몸을 묶고 이틀간 시위를 했는데, 점거 첫째 날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에 해가 뜨는데 파이프를 통해서 햇빛이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그것은 즉 타르가 질질질 새서 흙 속으로 스며든다는 얘기인 것이다.
[출처: "타르샌드 봉쇄(Tar Sands Blockade)"의 flickr 사진 스트림 화면 캡처] |
또한 타르샌드에서 분리된 역청(bitumen)은 점성을 낮추기 위해서 탄화수소로 희석을 시킨다. 이 희석된 역청에는 인체에 해로운 벤젠, 아로마틱 탄화수소, 중금속 등이 포함되어 있어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물에 흘러 들어 갈 수 있다고 학자들은 우려한다. 게다가 역청의 점성 때문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동시킬 때 기존 원유보다 더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파이프라인이 훼손될 가능성이 더 높고, 그러므로 유출의 위험도 더 높다. 실제 알버타와 미국을 잇는 파이프라인에서 크고 작은 유출건수를 조사한 결과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연간 22건 발생했으며, 1,000마일 이상되는 파이프라인에서의 유출 건수는 기존 존재하던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한 유출건수보다 더 빈도가 높았다. 이는 기존 원유의 파이프라인이 오래되고 낡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타르 샌드 파이프라인의 유출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환경학자들과 기후학자들은 하나같이 타르샌드에 대한 위험성을 이야기해왔다. 특히 미국의 EPA (국가기관이지만 환경학자들로 구성되어 환경 오염물질에 대해 연구하고, 환경정책 등을 세우는 조직)는 공식적으로 타르샌드의 위험성을 발표하고 오바마에게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실제 이 위험성은 현실이 되었다. 한달 전 미국 남부에 위치한 아칸소 주의 파이프라인이 파열되면서 1만 배럴 이상의 역청이 누출되었는데, 실제로 주변농가의 수백 마리 소들이 죽어나갔다.
키스톤XL 파이프라인 저지 운동
키스톤XL 파이프라인 저지 운동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기업, 트랜스캐나다가 택사스와 오클라호마의 농부들에게 그들의 땅을 지나갈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것이라는 통보를 한다. 그들의 일방적 통보에는 이 건설과 관련해서, 이는 네고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eminent domain (토지수용: 공익사업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강제적으로 토지소유권 등을 취득하는 것)에 따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보를 받은 대부분의 땅 주인들이 사인을 했지만, 9가구 당 한 가구가 이를 거부했다. 거부한 이들은 환경단체들과 함께 파이프라인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단체를 만들고 이에 투쟁하기로 한다.
2013년 3월, 여러 환경학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키스톤XL 파이프라인 건설에 사인을 한다. 이에 이 투쟁을 준비해온 사람들은 직접적 행동에 돌입한다. 그들은 파이프라인 건설을 하고 있는 현장을 점거하는 투쟁을 벌인다. 건설장비들에 그들의 몸을 쇠사슬로 묶어 저지하는가 하면, 베여나가는 나무들 위에 올라가 고공투쟁을 하는 등, 이러한 과정에서 수십 명의 활동가들이 체포되었고, 지금도 옥살이를 하고 있다.
트랜스캐나다는 사설경비업체를 고용해서 이들의 저항을 저지하고 있고, 주 경찰 역시 이들을 돕고 있다. 트랜스캐나다는 4월까지 파이프라인 건설을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들의 직접적 저항으로 5월 현재까지 완공되지 않고 있다.
[출처: "타르샌드 봉쇄(Tar Sands Blockade)"의 flickr 사진 스트림 화면 캡처] |
파이프라인 건설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파이프라인 건설 경로가 대부분 가난한 지역,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고로 활동가들은 이 싸움은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 인종의 문제와도 관련된 싸움이라고 한다.
타르샌드는 심각한 환경, 계급, 인종의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아직 전세계적으로 이슈화가 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염 물질은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로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고로 활동가들이 초기에는 ‘파이프건설 반대’를 이슈화 했지만, 현재는 ‘타르샌드 사용 반대’로 슬로건을 확장시켜 싸움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환경운동 활동가들은 말한다. 이 운동은 지구를 하나의 집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얼마전 environmental chemistry 수업 중에, 대체에너지를 설명하던 교수가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Stop using fossile fuel!(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것!)"이라며 강력한 어조로 말하던 것이 떠올랐다.
Stop using fossile fuel! 그런데 인간은 돈에 눈이 멀어, 인간을 집어 삼킬 그 검은 물질에 시커먼 손을 내밀고 있다. 그 교수는 말했다. “정부와 석유업자들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아. 오직 오늘만을 생각하지. 내일이면 그들은 또 다른 지역에 구멍을 내고 있을꺼야.”
이제 내일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