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언론 참세상

억울함에 목숨 걸지 않도록, 손을 잡아 주세요

[기고] 2월 28일 쌍용차 철탑농성 100일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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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거기밖에 없나? 다른 곳에 취직하면 되지, 그 회사가 그렇게 대단해?”
얼마 전 KBS에서 방영된 <다큐3일>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의 일부입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회사가 어디 있어? 무급휴직자들 복귀하는 마당에 좋은 게 좋다고, 국정조사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남편이 쌍용차에 다녔던 어느 아내의 말입니다. 또 어떤 아내는 취업 나가는 자식에게, “아빠가 쌍용차에 다녔다는 얘기는 해도 되지만 파업에 참가했단 말은 하면 안 돼. 하지 마, 절대 안 돼.” 몇 번이나 아이에게 신신당부를 했다고 합니다.

며칠 전 일요일 오후, 치과진료를 기다리던 가족들이 두런두런 모여앉아 소소한 일상을 나누다 나온 이야기입니다. 함께 있던 가족들은 모두 이 아내의 말에 웃으며, “맞아맞아” 하며 호응을 해주었습니다. 가운데에 끼어 저 역시 고개 끄덕여 주었지만 그 날 하루종일 마음이 참 씁쓸했네요. 나의 존재가, 우리의 싸움이 통째로 부정당하던 느낌.

파업이 끝나고 4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런 느낌 늘 있어왔죠. 그런데 잠깐 착각하고 있었나 봐요. ‘와락’에서 일하다보니, 늘 우리에게 호의적인, 우리 편만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만 듣다보니, 세상이 다 우리 편이다 하고 방심했나 봅니다.

저에게는 세 아이가 있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학부모모임이 종종 있는데, 직장맘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참석해 본 적이 없죠. 그런데 사실은 직장이라는 방패를 둘러치고 늘 숨어 있곤 했어요. 우리를 바라보는, 우리 가족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이 불편해서, 아니 어쩌면 공격당할까봐 내 쪽에서 먼저 방어막을 쳐 버리는 거죠.

2009년 여름, 물이 끊기고 전기가 끊기고 최루액에 피부가 녹아내리던 와중에서도 의약품 반입이 차단되고, 급기야 음식물 반입도 끊기던 그 공장 안에서도 끝끝내 버틸 수밖에 없었던 이유.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외치며 임신5개월이던 내가 다섯 살 먹은 아들 손을 잡고 국회 의원사무실에 서명을 받으러 돌아다녀야만 했던 이유.

불과 몇 달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남편의 직장동료가, 남편을 포함한 파업가담자들에게 나가라며 관제데모 맨 앞줄에 서서 구호를 외치던 모습에 억장이 무너지고서도 다시 마음 추스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유. 파업후유증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보며 그래도 우리의 싸움이 옳았다고, 아이들이 크면 우리를 이해할거라며, 아빠엄마가 정의로웠다고 이야기할 거라며 수도 없이 마음 다독이며 살아온 이유.

이 모든 이유가 부정당할까봐 그동안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던 건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며칠 전, 평택 안중에서 쌍용차 파업을 다룬 다큐영화 <당신과 나의 전쟁> 상영이 있어 보고 왔어요. 그동안 평택에서 몇 번의 상영이 있었지만 제대로 본 건 처음이었어요. 우리에게 우리의 얘기를 다룬 영화를 본다는 건, 또는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를 읽는다는 건, 그저 단순히 보고 읽는 게 아니니까요.

그 날의 기억들과 싸워야하는 일이니 선뜻 보겠다고 나서는 가족이 없죠. 세월이 흐른 만큼 많이 담담해졌다 자신했는데 저 역시 보는 내내 두 주먹을 꼬옥 쥐고 있었습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이도록. 눈물이 터져나올까봐 울음을 꾹꾹 씹어 삼키며.

이 글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어지러운 마음 정리도 할 겸 부산에 계신 친정엄마께 전화를 걸었어요. 항상 그렇듯 엄마는 제게 아이들의 안부를 물은 뒤,
“고서방은...?”
“계속 서울에 있어요...”
“우째, 해결될 기미가 보이나. 애들은 자꾸 커 가는데...”

그렇게 모녀간의 대화는 4년 동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치 탁구알 튕기듯 주고받으며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형식적인 안부로 끝이 납니다.

복잡하고 심란한 바람으로 마음 일렁이던 지난 며칠. 머릿속으로 여러 개의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수도 없이 지워지고...
그만두고 싶다... 그만두고 싶다... 지겨워...
.
.
.
문기주. 한상균. 복기성.
내 모든 방황의 끝자락을 붙잡고 떠오르는 이름들.
저 사람들 내려오기 전에는 차마 그만둘 수가 없어요. 한겨울로 들어섰음을 알리며 매섭게 몰아치던 바람과 함께 그 새벽, 맨손으로 철탑을 올랐을 그들의 사연이 너무 가슴 아파 돌아설 수가 없어요. 어느새 길어진 해가 봄임을 알리는데 동상에 걸렸다는 발이 땅 밟을 날 아득해 모른 척 돌아설 수는 더더욱 없네요.

철탑에 오른지 100일이 되어갑니다. 돌아오는 28일,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100일 문화제를 합니다. 오셔서, 우리의 싸움이 정당하다고 외쳐주세요. 일할 곳이 없어서, 쌍용차가 대단해서, 꼭 그 곳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서 이 지난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 인간으로써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세상,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그 누구 하나 억울함 때문에 목숨을 걸지 않도록, 그 옳고도 환한 세상을 위해 우리들 손 힘껏, 잡아주세요.


  • 힘든싸움

    이제 정치인이나 연예인 또는 사회앞서가는 지식인들 믿지마세요 책임지는것 해결하는것 아무것도없고
    모두를 벼량끝으로 몰고 이사태까지 왔습니다.
    해결은 경제입니다 회사와 근로자공동책임
    책임을 통감하고한발자국씩 뒤로물러서고
    정치인 사회유력인사 배제
    결론은 제품의시장신뢰 판매확대 매출증가 고용창출 복지후생 선순환으로 가겠죠
    맘은 안내키지만 쌍용한대 뽑았습니다..고통빨리
    해결되라고...제발 현실을하세요 국민들이 피곤합니다

  • mrds

    주변사람들에 휘둘려서 가슴아픈상처안고
    너무멀리왔네요.....
    일부정치인들 연예인들 교수 언론인 언론사
    제발부추기지말고 벼랑끝에 와있는 근로자와 그가족들 제발좀 이용하지 마세요

  • 이명자

    누가 정치인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말하나, 주변에 휩쓸려서 너무 많이 왔다니!!! 누군데 쌍차분들을 이리 모욕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