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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 진정한 경제민주화 기대할 수 있을까

[기고] 경제민주화와 분리된 사회통합, 자유시장 활성화 위한 동원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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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오늘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그런데 국정목표를 두고 정치권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5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란 표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따르면, 5대 국정목표뿐 아니라 21개 국정전략, 140개 세부과제 어디에도 경제민주화 언급은 찾아볼 수 없고 대신 낡은 성장주의가 들어섰다고 한다.

물론 새 정부와 일부 언론은 국정 세부과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경제민주화의 의지가 충분히 담겨있으며 오히려 국회 통과가 문제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정작 박 당선자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했던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새 정부는)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에서조차 “정책 우선순위에서 경제민주화가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게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물론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집단소송제 도입, 대기업 하청업체 보호 강화 등 박 정부가 경제민주화의 실질적인 내용이라고 강조하는 일부 정책들이 추진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이 내용들은 자유시장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일 뿐이다.

새 정부의 인사 정책을 보더라도 그 기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도 문제’다. 시민단체 및 사회운동과 관련된 사람들이나 개혁적 지식인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관료와 보수적 지식인 위주로 구성된 정부 부처 인사들뿐만 아니라, 국회도 새누리당과 그 보수적 정치인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가 경제와 밀접히 연결된 사회 영역을 처음부터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민생 경제와 사회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사회 영역을 경제민주화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한다. 물론 오랜 정경 유착 및 재벌 경제의 폐해 탓에 자유시장 경제를 활성화하는 조치가 불가피해진 것과 마찬가지로 복지 수준의 향상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 사안들이 굳이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 등장한 정부인 박근혜 정부가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역행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민생 문제와 분리한다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의 활성화를 우선시하고 사회 통합이나 민생 경제는 이를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고 간주함을 의미한다. 진정한 경제민주화는 시장 경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자체가 시장을 핵심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사회 영역이 시장과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일상생활 영역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사회 영역의 공공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시장의 기능이 자리매김하여야 하며, 이것이 진정한 경제민주화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

실제로 서유럽에서는 심각한 경제위기나 사회보장제도 도입 시기에 보수당도 복지 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추진했다. 영국에서는 이것을 버츠켈리즘((butskellism)이라고 부르고, 대륙 유럽에서는 케인스주의적 동의라고 부른다.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포기한 것은 이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새 정부 스스로 주요 정책 기조의 하나인 사회통합이 선별적 복지를 통하여 자유시장 활성화를 위해 빈곤 계층을 동원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출범 이전에 자신들이 주장하던 경제민주화가 진정한 경제민주화인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둔 긴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정부에 대한 기대는 버리더라도 진보 진영과 사회적 힘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는 없다. 과거에 비해 민주주의가 이만큼 발전하고 낮은 수준이나마 과거 정경유착 해소와 복지 수준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한 것은 보수 진영과 그 정부의 노력이 아니라 진보 진영과 사회적 압력에 따른 것이었다. 새 정부 5년 기간에도 이러한 압력은 이어질 것이며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