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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마포홍대 지점 앞 1인시위에서 만난 측은한 사람들

[기고] 영업사원 이 모 차장님의 비극적 착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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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나 집회에서 일상적인 실랑이

시위나 집회 중에는 반대 입장의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사실 그 분들도 자기 의견이 있는 분들이니 논쟁을 벌일 수도 있고 서로 설득을 할 수도 있겠지요.

오늘(26일)은 쌍용자동차 전원 복직,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진보신당 당사가 있는 서교동에 있는 마포홍대 대리점 앞으로 '회계조작, 국가폭력!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실시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발길을 옮겼습니다.


사실 어차피 대리점들은 차를 파는 게 목적이고 본사와는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2009년 파업과 정리해고, 그리고 23명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쓸 수밖에 없죠. 약자의 무기는 끈질김이요, 다수의 지지임을 우린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나를 둘러싼 몇 명의 중년남자들, 경찰 출동 후에야

대리점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자하자 어떤 중년의 남성분이 나오십니다. 얼마나 할 거냐고 물으시더군요. "길게 안 하고 가겠습니다" 답하니 그분도 “알겠다”고 하시며 가십니다. 쌍용차 대리점이든 계열사든 어디든 소속된 사람들은 우리만큼이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을테니까요.

헌데 한 5분쯤 지나자 저를 둘러싸고 몇 명의 중년 남성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가뜩이나 차도 안 팔리는데 왜 여 기와서 지랄들이야", 그렇게 욕설과 비난이 시작됐습니다. 그 대리점 지점장이랍니다. 아참, 아까 제게 처음 말을 걸고 '얼마나 하실거냐'고 물었던 이의 뒷말이 생각났습니다. "아. 이거 지점장님 오시면 또 난리실텐데"

지점장이라는 사람이 건널목에서 그 광경을 보고 달려온 서울시당 김상철 처장과 논쟁을 하고 있는 동안 그들 중 한 명이 제 코앞에 얼굴을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째려보고 욕을 해댑니다. 뭐 지점장이 난리니 본인은 행동대장 정도 역할을 하려나 봅니다. 그리고는 피켓을 빼앗으려 듭니다.

얼굴을 계속 들이대고 있는 그에게 "지금 성추행하시는 겁니까"하니 "너같이 못생인 X한텐 안해"랍니다. 아이고, 할 말이 없습니다.

쌍용자동차 홍대마포대리점 지점장과 직원들과의 실랑이는 우리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막을 내렸습니다. 경찰이 출동해 1인 시위는 위법이 아니니 보장해야 한다. 들어가시라는 조정을 한 거죠.

소위 '영업사원' 자동차 판매 노동자의 비극적 착각

사실 제일 안타까운 건 저에게 치욕스런 짓을 했던 사람들 중 지점장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들입니다. 전에 이용길 진보신당 사무총장님께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총장님은 현대자동차 판매 노조를 만들 때 말씀을 하시면서, "자영업자 취급 받는 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에게 노동자로서의 자각과 노동조합의 절실함을 느꼈다"며 그것이 자신이 노조운동을 시작한 계기였다는 말입니다.

실제 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은 실적에 따른 임금을 받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차를 팔면 돈을 받고 못 팔면 아무리 노동시간을 투여했어도 제대로 된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죠. 일종의 특수고용노동자들과 비슷한 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슬픈 것은 소위 ‘영업사원’이라 불리는 그 판매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지점장이라 생각하는 착각입니다. 그 대단한 착각은 저 같은 안 1인 시위자에게 욕설도 성추행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줍니다. 오늘 제가 그들에게 느낀 그 광적인 에너지는 그 착각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제일 재미난 게 싸움구경, 시민들 주목도만 높여줘

지나가던 어떤 여성분이 "1인 시위는 원래 보장돼 있는 거에요"라며 지점장한테 항의를 합니다. 참으로 반가웠지요. 그 지점장은 "너도 진보신당이야?" 묻더니 아니라니까 끼어들지 말랍니다.

제일 재밌는게 싸움 구경이라고 오늘의 그 분란으로 인해 저의 1인 시위는 지나가던 시민들의 집중도만 높여줬습니다. 자세히 문구를 읽고 "파이팅"을 외치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고생한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님의 단식에 동조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이 닷새째, 단식 보름이 넘어가는 김 지부장님의 건강이 염려스럽습니다. 쌍용차 동지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시작한 동조단식이지만 오늘은 이 일을 겪으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누군가 나와 함께 굶고 있다'보다는 ‘누군가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가 더 절실함을. 1인 시위 동안 제게 지지를 표해주신 시민들처럼 시민들의 응원을 눈앞에서 보는 것이 훨씬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좌절하기 보다는 투쟁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이 훨씬 더 힘이 될 것입니다.


측은하고 불쌍한 분들께 드리는 당부 드리는 말씀

저에게 상욕과 협박을 했던 이들,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으로 측은합니다. 본인의 정체성를 모르는 것처럼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마치 거울이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 같은 그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합니다.

쌍용자동차 마포홍대 대리점 이 모 지점장님, 쌍용차 해고자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판매 수량은 결코 늘지 않을 것입니다. 쌍용차가 노동자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전국의 국민들이 압니다. 그걸 바로잡지 않으면 판매가 늘어날 수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차가 안 팔리신다”고요? 그건 쌍용차 사측이 나쁜 짓을 해서 그렇습니다. 원인과 결과를 잘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 “지난번엔 알바들이었나 본데 얘들은 아닌가봐”라셨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용역을 살 돈도 생활비도 없습니다. 본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저 저희 같은 사람들이 알바로 보이시겠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훨씬 열악합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 마포홍대 대리점 이 모 차장님, 지금은 지점장의 지시에 따라 행동대장을 하시는 게 어쩌면 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비공장의 노동자들이 그렇게 국가 폭력 속에 두들겨 맞으며 피 흘리며 잘려나가는 일, 정리해고가 만들어낸 23명의 죽음의 행렬이 나중에 이 모 차장님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1인 시위를 하든 구걸을 하든 그 대상이 누구든 함부로 욕하거나 성희롱하시는 건 이 모 차장님께서 젊은 여성들을 어찌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나는 일입니다. 막말로 젊은 여자들에겐 차 안 파실 건지요. 고객을 가려 받으실지 의문입니다.

“살다살다 이런 1인 시윈 처음 본다”

건널목에서 이 상황을 보고 달려온 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처장님의 말씀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전쟁을, 자기정체성을 모르는 불쌍한 자들과의 싸움을 지속해야 할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2009년 그 뜨겁던 여름, 사측 구사대로 서 있는 노동자에게 가족대책위 한 여성께서 울부짖으며 던진 말이 기억납니다. “니들 평택 땅에서 발붙이고 살 생각 말아라” 벌써 4년째에 이르는 이 싸움, 이제는 좀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