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난 10월 4일 <서울경제> 1면 제목이다. 이 신문은 국내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한 ‘2013년 경영계획 전망 설문조사’ 결과 10대 기업 중 90%가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국내 10대 기업 중에서 단 한 곳만 ‘절대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을 초토화시키고, 유럽을 강타한 경제위기 태풍이 전 세계를 덮쳐오고 있다. 유럽 노동자들이 100년의 투쟁을 통해 쟁취한 성과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을 만든 태풍이 아시아에 상륙하면 탐욕의 재벌은 경제위기의 고통을 더욱 더 가혹하게 노동자에게 전가할 것이다. 1998년 겪었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라는 끔찍한 피바람이 또다시 전국을 휘감을 것이다. IMF보다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적 대공황은 동북아에 전운까지 몰고 오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제국주의 국가들은 경제위기 때마다 전쟁을 위기의 돌파구로 만들어왔고, 그 희생양은 중동의 나라들이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영토분쟁이 심화되고 남북 군사긴장이 높아지면서 한반도가 세계경제위기의 제물이 될 위기가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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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괴할 경제공황
1997년 IMF 이후 50년만의 정권교체를 통해 등장한 김대중 정권부터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노동자 민중의 호주머니를 털어 재벌의 곳간을 가득 채웠다.
경제위기를 핑계로 정리해고법을 만들어 쌍용차 23명을 포함해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파견법과 비정규직법으로 900만 비정규직 시대, 고용지옥을 만들었다. 노조법 개악과 민주노조 말살정책으로 노동현장에 용역깡패가 활개 치게 했다.
백혈병으로 5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죽어가게 만든 삼성 이건희 회장과 10년 동안 불법파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해온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감옥에 가기는커녕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적 갑부가 되었다. 재벌은 골목의 빵집, 커피전문점까지 잡아먹으며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파탄내고 있다.
배고파서 못살겠다는 노동자 민중들의 절망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보수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성장 없는 경제민주화는 바퀴가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라고 말했고, 문재인 후보는 “노측도 일정한 고통분담을 해줘야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오죽했으면 <조선일보>의 송희영 논설주간이 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에 대해 “세 사람의 경제철학은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를 위한 성장이 핵심 골격으로 별 차이가 없다”며 “세 후보의 정책 차이를 발견하려면 고성능 현미경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차이가 없는 대선 후보들
다가오는 경제공황과 제2의 IMF 시대에 여야 정당은 재벌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하고, 또 다시 노동자들에게 희생과 양보를 강요할 것이다. 절망에 빠진 노동자 민중과 함께 투쟁해야 할 진보정당은 4.11 총선에서 부정선거와 폭력사태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노동현장과 민생을 외면한 '묻지마 야권연대'로 노동자들에게 버림받았다.
통합진보당을 만든 세력들은 정리해고법과 비정규악법을 만들고, 한미FTA와 민영화를 강행하고, 미국의 침략전쟁에 참여하고 해군기지를 만들었던 자들에게 이번 대선에서까지 야권연대를 구걸하고 있다.
노동정치를 바로 세워야 할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 지지를 강행하고 민주당 선거운동을 다니며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길바닥에 내팽개쳤다. 열정과 헌신성이 사라지고, 관료주의와 출세주의, 조합주의로 망가진 노동운동이 진보정치의 몰락을 재촉했다.
어디를 봐도 희망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는 질식 직전의 상태다.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가? 당연히 다시 한 번 현장에서, 대중의 힘찬 투쟁에서 찾아야 한다.
희망은 이미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져 싸워 사회적 관심사로 만들었고, 현대차 비정규직과 재능교육 노동자들,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조탄압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내고 있다.
정리해고제와 파견법 보완이 아니라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투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투쟁 속에 희망의 씨앗은 움트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할 노동자계급정당
무너진 현장과 민주노조운동, 노동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현장의 노동자들이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9일 300여명의 노조 활동가들이 모여 새로운 노동자계급정당을 만들 것을 결의했고, 오는 10월 13일 서울 원불교회관에서 500여명의 노동운동가들이 계급정당과 노동자대통령 후보를 결의할 계획이다.
이미 시작된 전 세계적 경제공황에 맞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작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거대한 촛불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