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교육혁명공동행동 출범이후 전국을 순회하는 교육혁명 북 콘서트가 성황리에 진행중이다. 그 콘서트나 혹은 지역의 사회단체 활동가들과의 간담회 등의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중의 하나는 “교육만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는 것이다. 특히 대학서열체제의 혁파와 무상교육실현. 이를 위한 경로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그리고 대학통합네트워크를 논할 때 마다 여지없이 나오는 반론은 “대졸자와 고졸이하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지 굳이 대학등록금까지 세금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런 질문과 주장들을 하는 사람들의 극히 일부는 교육문제의 계급적 본질을 바라보지 못하거나,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며 현상과 본질, 사물들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표피적 분절적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들면 “교육만 바뀐다”는 표현은 여전히 교육혁명을 교육제도의 부분적 개혁정도로 이해하고 있거나, 나아가 교육이 자본과 노동의 이해가 충돌하는 계급투쟁의 영역임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주 일각이지만 진보를 자임하자들의 일부는 교육운동을 소비자운동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노동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의 개선 나아가 노동정책의 개선을 위해 자본가와의 투쟁에도 힘겨운데 한가롭게 교육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어디 있으며, 그것은 시간 남는 소부르주아들이나 관심을 갖는 영역이 아니냐”는 식의 태도를 갖는 사람들이 결코 없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운동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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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자본과 노동의 충돌 불가피
반면 자본가계급은 교육을 매개로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를 실현시키기 위해 매우 조직적이며, 중장기적인 자신의 플랜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며(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대응해오고 있다. 그 결과 대학서열체제는 그대로 유지 온존하는 상태에서 가진자들에게 유리한 선발방식을 확대하고, 종국에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서열체제를 통해 학벌을 매개로 자식들에게 이전되는 시스템을 지난 반세기동안 공고히 구축해왔다. 즉 교육은 부를 대물림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자본가계급은 대학서열체제하에서 중등교육은 입시교육으로 왜곡되었고, 교육과정을 국가와 자본가계급이 통제하고, 대학교육을 시장의 논리에 종속시켰다. 사회에 필요한 비판적이고 창의적이며 민주적인 시민과 연구자를 양성하기는커녕, 동료를 짓밟아서라도 경쟁에 살아남는 체제순응적인 인간형과 악무한의 경쟁에서 낙오되어 패배의식에 시달리는 체념적인 인간형들을 반복 재생산하는 전 사회적으로 암울한 미래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그 교육비용을 교육의 진짜 수혜자인 자본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민중들에게 전가하는 아주 정교한 시스템과 광범위한 교육시장을 형성하여 교육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신흥 자본가계급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특히 대입과 취업시험에서 영어비중을 높이면서 영어는 대학학벌과 함께 문화자본으로 기능한지 오래이다.
또한 인류공동의 자산인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고, 대학에서 생산되는 연구성과들도 자본이 편취하는 반사회적인 대학기업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고등학생의 80%가 대학을 진학하는 등 대중의 교육연한은 늘어났지만 교육받을 권리는 더욱 제약됐다.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은 실질적으로 차단되는 그야말로 이 사회 절대다수인 노동자민중의 이해에 반하는 참혹한 교육현실을 만들고 있다.
결국 교육이 가진자들의 부의 대물림의 도구, 교육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자들의 수단, 자본가계급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통제의 기제로 앞으로도 계속 작동할 것인가 아니면, 교육이 이사회 구성원 모두의 보편적 권리로 실현되는가를 둘러싼, 노동과 자본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미 곳곳에서 전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교육을 둘러싼 제 세력간의 충돌은 교육 그 자체의 변화는 물론 사회적인 격변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역으로 사회적인 변화가 교육제도를 바꾸기도 하는 상호역동적인 관계를 만들어 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서구의 68혁명이 극명히 보여준바 있으며, 최근 남미 등에서도 부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극단적인 교육시장화로 인한 폐해를 전 사회구성원이 온몸으로 겪고 있는 사회에서 그 가능성은 매우 역동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교육만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는 식의 태도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한편 교육운동일각에서 아직도 신주단지 모시듯이 붙들고 있는 ‘MB경쟁교육반대’나 ‘이주호퇴진’ 심지어 ‘반MB 민주대연합을 통한 교육개혁실현’이라는 주장이나 요구가 갖는 한계는 너무나 분명하다. 이런 구호와 주장은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교육시장화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했던 민주당 등 자유주의정치세력을 옹호하는 효과를 낳을 뿐만 아니라, 교육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정권과 같은 최악의 상태만은 면해보자는 식의 패배주의적 발상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청원인가 직접행동인가?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어떻게 바꿀 것인가 즉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입장차이가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것은 단지 방법론의 차이가 아니다. 그 차이는 한편에서는 존재조건의 차이이기도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자민중의 이해에 부합하는가 그것에 반하는 가의 문제이다. 특히 노동조합의 경우 상층관료의 이해에 근거하는가 다수 노동자들의 이해에 근거하는가의 차이기도 하다.
이것이 현실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민주당 등 자유주의 정치세력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며, 여기에는 진보를 자임하지만 실제로는 자유주의정치세력과 차별성이 없는 제도정치세력들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라면 또 역사적으로 검증된바 있듯이 노동자계급이 자유주의정치세력 혹은 제도정치세력에 의존하여 자신의 이해를 온전히 실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임에도 한국의 현실에서는 수다한 이유를 들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협력하여 법안을 발의한다던가, 선거에서 그들과 정책연합을 하고 지지를 선언한다거나 하는 등의 행위이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할 때 내세우는 근거는 참으로 옹색하기 그지없다. 예를 들어 “진보진영의 힘이 미약하니 그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거나, “새누리당이라는 최악보다는 민주당이라는 차악이 낫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행동의 배후에는 다음과 같은 심리가 작동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싸워봐야 피곤하고 재수 없으면 다친다. 이왕이면 안 다치고 묻어가보자” “대중들은 어차피 진보세력보다는 여야정치권에게 표를 던지고 그들이 현실에서는 실세이니 그들을 통해 뭔가 얻어 보자” “그들과 잘만 관계하면 우리들 중 한둘 혹은 그이상도 금뺏지를 찰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들의 요구도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떠한가? 대중은 진보를 자임하는 자들과 자유주의정치세력과의 질적 차별성을 찾지 못하게 되고, 자신이 뽑은 지도부의 행위가 여느 정치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에 대해 실망하고 환멸하며 더욱 수동화 한다. 그 과정에서 남는 것은 요식적인 선출행위와 의사결정, 여기에 보여주기 식 몇 번의 집회와 언론플레이를 위한 퍼포먼스, 기자회견이다. 그렇게 상층관료들은 대중들을 대상화하면서 이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적당한 수준에서의 체제유지를 위한 지배세력의 카운터 파트너로서 기능하게 된다. 물론 그들도 때론 대중들 앞에서는 큰소리로 마치 투사인 것처럼 으르렁거리기도 한다. 이는 현실에서 진보를 자임하는 일부 정치세력도 결코 예외는 아닐 것이다.
교육은 제도이다. 그것은 자본주의라는 현실에서는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교육을 통해 체제순응적이며 자본이 요구하는 노동력이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교육은 보편적 권리이다. 때문에 자본의 이해가 일방적으로 관철되기 보다는 자본과 노동의 충돌이 불가피한 영역이며 그 충돌의 결과만큼 작동되는 속성도 함께 갖고 있다. 즉 노동자민중이 행동하는 만큼만 바뀔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정치세력에게 청원하고 그들을 파트너로 삼고, 정책연합을 하고 그들을 지지해서 교육이 바뀔 것이라고 주장하고 행동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반할 뿐 아니라 대중을 호도하는 반동적인 작태라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닐 것이다.
때문에 우리 노동자민중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직접행동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4.11 총선결과를 봐라! 대중들은 여전히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다. 그들은 행동하지 않으며 그저 무임승차하려 할 뿐이다. 그러니 노동자민중의 직접행동 같은 것은 가당치 않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실현가능한 경로 예를 들어 야당과 함께 반값등록금법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을 조금만 더 냉정히 살펴보자. 과연 대중들은 보수적이고, 행동하지 않는가? 일예로 등록금투쟁을 되돌아보자. 작년 일부 시민운동진영이 실현가능한 경로라며 등록금심의위원회 법제화를 중심으로 야당과 협력을 주장할 때, 대학생들은 거리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등록금심의위원회 법제화 따위는 이미 휴지조각이 되어 버리고 반값등록금실현이 대중적요구가 되었다. 문제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대중의 직접행동이 ‘4.11 총선에서 이명박정부 심판하자’는 구호로, 이번에는 ‘12월 대선에서 심판하자’는 구호로 왜곡되고 있다는데 있다. 그렇게 대중의 분노가 관리되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사태의 본질이다.
어떤 요구와 목표가 현실 가능한 것이지 아닌지는 대립하는 사회세력간의 힘의 관계 즉 투쟁을 제대로 하는가 아닌가에 있음에도 그것이 일부 지도부를 자임하는 세력들의 임의적이고 관료적인 이해로 재단되는 순간 운동의 가능성과 대중의 역동성은 거세될 수밖에 없다.
항상 중대하고 의미 있는 제도적 변화, 사회적 변화는 대중의 직접행동, 사회적 격변을 경유하지 않고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중의 직접행동, 대중의 역사적인 진출은 그 어떤 지도부의 탁월하고 완벽한 준비와 계획의 산물만은 아니었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한다. “교육봉기라는 표현은 너무 과도하니 쓰지 말자”고... 맞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과도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봉기는 혁명이 그런 것처럼 완성된 그 무엇, 도래해야 할 그 무엇, 준비된 그 무엇이 아니다. 그렇다. 1894년 봉건지배계급과 외세에 맞서 농민들이 봉기했을 때도, 1980년 전두환 노태우 군부 살인마들에 맞서 광주시민들이 총을 들었을 때도 그러했다.
우리는 2012년 교육봉기가 완성된 그 무엇이 아님을 잘 안다. 냉정히 말하면 교육봉기라는 표현에 걸 맞는 대중행동에는 많이 못 미칠 수 있음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난여름 전국 70여 곳의 도시를 돌면서 노동자 농민 등 민중들을 만나면서 확인하였던 교육혁명의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경로는 대중의 직접행동을 조직하는 것 뿐 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미약하지만 교육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우리의 요구가 국민대중 절대다수의 요구와 행동으로 전환되기 위해 우리는 매우 열악한 조건임에도 결코 봉기를 조직하는 시도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2012 교육봉기 이렇게 진행하자!
교육혁명공동행동은 2012년 교육봉기를 그야말로 아래로부터의 봉기, 노동자 민중의 직접행동에 기반하며 조직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교사-교수-학생-학부모-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걸고 투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우 대학등록금폐지! 국립대법인화-대학구조조정반대! 대학통합네트워크 실현! 청년실업 해결 등등 요구를 내걸고 대학생들의 직접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며, 대학구조조정에 맞선 대학노동자들의 투쟁도 진행 중에 있다. 또 비정규교수들도 이른바 강사법개악에 맞서 투쟁 중에 있다.
한편 초중등 분야의 경우 교과부의 학교폭력 성적부 기재 강요 등에 맞선 현장교사들의 투쟁이 진행 중이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고용안정 등을 내걸고 파업투쟁을 선언하였다. 학부모들 또한 현 정부의 막가파식 교육정책에 다양한 형태와 경로로 맞서고 있으며, 공무원노동자들도 자녀 대학등록금 문제 해결 등을 투쟁요구로 내걸고 있다.
교육혁명공동행동은 올 여름의 전국대장정이 그러했던 것처럼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과 함께하며 교육봉기를 조직할 예정이다. 특히 교육주체들의 투쟁이 각각의 고립된 투쟁이 아니라 교육주체 전체 나아가 노동자 민중투쟁의 일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상호 연대를 조직할 예정이다. 그리하여 자유주의정치세력에게 읍소하고 청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 스스로 자신의 요구를 걸고 신자유주의교육체제의 조종을 울리기 위한 투쟁을 조직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올해 전국대장정 대오가 순회한 중소도시 중 주요거점을 중심으로 교육혁명시민선언 조직, 지역별 강연회, 북 콘서트 및 교육혁명 1인 시위 및 지역별 집회 등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교육봉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봉기는 오는 10월 8일 교육봉기선언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1월 2일까지 한 달여 간 진행될 것이며, 특히 10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는 집중행동주간을 설정하며 가칭 대학생행동의 날, 학교비정규직 행동의 날, 학부모행동의 날, 교사 행동의 날 등 주체별 봉기와 입시폐지-대학평준화의 날, 비정규직철폐의 날 등 의제별 봉기를 다차원적으로 조직할 예정이다.
집중행동주간의 경우 서울은 대한문 등 주요거점을 중심으로 기자회견, 토론회, 오후 촛불집회 등등 역동적인 투쟁들을 다각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한편 대선을 앞둔 시점을 고려하여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 공약에 대한 입장발표는 물론 교육혁명공동행동의 총체적인 공교육실현방안을 대중적으로 선포 공유하는 토론회 등도 입체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혁명은 교육주체들의 투쟁으로, 노동자 민중들의 직접행동으로 가능하다. 2012 교육봉기는 교육혁명을 향한 교육주체들의 단결과 연대의 모범으로 동시에 교육을 보편적 권리로 재구성하기 위한 노동자 민중의 직접행동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