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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미안하지 않은 세상, 언제쯤 올까?

[기고] 보육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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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명박도, 박근혜도, 안철수도, 문재인도 무상보육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명박은 갑자기 무상보육 않겠단다. 부모들이 난리가 났다. 원래 무상보육도 아니었다. 어떤 지역은 20만 원, 어떤 지역은 4만 원 이렇게 매달 어린이집에 돈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지금까지 ‘무상’이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만 1세 아이를 기르고 있다. 아이는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다.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게도 어머니가 아이를 온종일 맡아 길러주신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는 장애 5등급의 장애인이다. 어머니가 몸이 불편하신데도 아이를 맡아 길러주시는 것은 여느 가정에서 아이를 기르는 양육자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없기 때문이다. 국공립시설이 있긴 하지만 0세 아이는 받지 않는다며 단번에 거절당했고, 내년에 대기 순번 5번으로 올려놓았지만 이 또한 간당간당하다. 국공립시설이라 아동수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국공립시설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일종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만큼 보내기 어렵고, 그만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간시설에서도 아이를 잘 돌봐주는 곳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다. 어떤 아는 언니는 나에게 그냥 한쪽 눈을 감고 보내란다. 엄마 고생시키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고... 그런데 나의 어머니가 허락지 않으신다. 나또한 그런 엄마의 마음을 내심 이용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에서 보육정책을 발표하면서 양육보조금을 주면 엄마들의 가정양육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그 말은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아이를 기르고 있는 일하는 엄마들은 다 알 것이다. 아이를 두고 출근할 때마다 쓰라린 가슴을... 그런데 ‘아이는 가정에서 길러야 하는데 니들이 아이를 떼 놓고 나오는 게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전업주부들이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겨 보육시설이 지금 난리가 났다고 한다. 종일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고된 노동이라는 것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데, 그렇게 온종일 아이를 끼고 있으면 양육의 질은 떨어진다. 일 년간 육아휴직을 한 나의 절절한 경험담이다. 나는 세상과 고립되어 있고, 사람을 만날 수도 없으며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랑하는 아기와 온종일 함께 있는 것은 정말이지 힘든 일이다. 그러니 전업주부들에게 ‘돈 좀 줄 테니 아이 보육시설에 맡기지 말라’는 말은 정말 단 한 번도 종일 아이를 길러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이다. 그리고 전업주부들도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 외에 다른 여타의 노동을 한다. 그것도 장시간으로 쉬는 시간도 정해지지 않은 채...

한 달에 아기 기저귓값, 이유식값, 옷값, 장난감 등등 들어가는 돈이 엄청난데, 보육시설에 맡길 돈까지 내야 한다니 정말이지 갑갑하다. 혹자는 그런다. 니들이 좋아 낳은 아이를 왜 남들 세금으로 키우려 하냐고... 그렇다면 우리에게 사회는, 국가는 왜 필요한 걸까? 정부는 왜 여성의 낙태를 법으로 처벌해가며 출산장려를 하는 걸까?

며칠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노총 아시아태평약지역 여성위원회 회의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한국의 보육정책을 수다처럼 이야기하다가 여자 교사의 경우 육아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다른 국가에서 온 한 여성활동가가 한 말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래 좋은 정책이야. 그런데 누가 그렇게 오래 쉬고 싶겠어? 그럼 그 여성은 결국 그것 때문에 오히려 계속 집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육아휴직도 좋고 가정에서 아이를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좋지만, 국가가 결국 밖에서 일하거나 가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괜스레 출산파업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더 이상 국가가 나서서 엄마로서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정부가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지 말란 말이다. (기사제휴=뉴스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