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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노동자, 이제 ‘문화’를 말한다

[정치대회](5) 말하지 못한 우리의 권리, 문화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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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 양식 또는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 정신적 소산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도덕, 종교, 학문, 예술 및 각종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사전에서는 문화에 대해서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을 이루기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문화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우리는 생존을 위해 자본에 종속된 노동을 하는 체제 속에 살고 있다. 자본의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조그만 몸부림에도 자본은 폭압으로 우리를 탄압하여 왔다. 자본의 탄압에 굴복하여 자신의 권리는 포기한 채 다시 종속된 삶을 살거나, 투쟁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문화적 권리를 위해 나서는 불안정노동자들!

이제 많은 노동자들이 그동안 말해오지 못했던 권리,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문화적 권리를 위해 투쟁하기 시작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새벽부터 학교 내 모든 시설을 청소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대학 내 어느 한 곳 자신들이 이용할 공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노동에 지친 몸을 쉬려면 대학 내 보이지 않는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눈치 보며 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시설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지만, 노동조합을 만들고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전까지는 유령처럼 살아야만 했다. 대학 내 청소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한 도시의 시설을 유지, 관리하는 환경미화노동자들의 삶 또한 청소노동자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만을 위해서 투쟁해왔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은 최근 합창반과 글쓰기 반을 만들고자 한다. 이루지 못했던 꿈, 그러나 아직도 꿈을 꾸는 그들은 문학과 노래로 자신의 삶을 다시 이야기하려고 한다.

기타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깎고 다듬을 때 만들어지는 지독한 먼지, 기타 표면을 매끄럽게 광택이 나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유기 용제를 흡입하며 노동을 해야 했던 콜트콜텍의 노동자들은 정작 자신들이 만드는 기타를 연주하며 여유로운 삶을 누려보지 못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정리해고를 당하고 가장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을 때, 그들은 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만들어왔던 기타를 치며 이제는 노래로 세상과 소통하고 투쟁과 삶을 노래하고 있다.

문화노동자들이 투쟁과 노동을 이야기한다!

노동자들이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면 이제 그동안 문화와 예술을 만드는 화려해 보이는 노동자들도 자신의 삶과 투쟁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노동자들은 한 달에 70만원 월급에 문화부에서 연습실조차 제대로 마련해 주지 않아 다른 합창단이 연습실을 사용하고 난 후에야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처음 모집을 할 때 3년 후 정규직화를 약속했지만, 3년에 채 되기도 전인 2009년 문화관광부는 합창단을 해체해 버렸다. 국립오페라 합창단은 2009년부터 거리음악회를 열고 자신들의 삶과 투쟁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TV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현장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가려져 있다. 영화를 제작하는 현장에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매체들은 출연하는 배우들에게만 조명과 카메라를 비추지, 그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조명하지 않는다. 영화노동자들도 영화산업노조를 통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내기 시작했고,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이들도 노동재해에 맞서 자신들의 요구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음악인들도 뮤지션유니온을 만들어서 자신의 노동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지원해왔던 예술인들이 그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노동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이 더 행복하게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불안정노동자인 우리가 문화의 주체다

불안정노동자들이 삶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일하는 현장에서 조금의 권리를 더 얻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다른 이들과 함께 즐기고 편리한 삶을 누리기 위한 권리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중요하다.

지금까지 그런 문화적 권리는 모두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불안정노동자들에게 그런 문화는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삶도 불안정하여 차마 그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누리지 못했을 수 있다.

이제 문화적 권리를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을 통해서 구현하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지금까지 문화를 생산하기 위해서 노력해왔으나 생존의 고통 속에 놓여있는 이들이 함께 ‘모든 이들이 보다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 나선다. 그런 권리가 만인의 것이 될 수 있을 때, 그런 권리가 공동체의 삶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때 불안정노동자들도 삶에서 주체가 되는 길에 다가설 수 있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 10주년을 맞이해서 진행되는 ‘불안정노동자 정치대회’의 2부는 바로 이런 문화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장이다. 9월 15일 토요일에 이 행사가 열린다. 그동안 우리가 말하지 못했던 권리, 자신이 생산해낸 문화이지만 누리지 못했던 그 권리를 이야기하는 장이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을 추자. 함께 웃고, 함께 이야기하자. 문화의 주체는 바로 우리이며, 누구라도 소외되지 않고 진정하게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문화를 창조하는 자로서 자부심과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더 즐겁게 놀자!
  • 노동자

    네.. 철폐연대 동지들 애쓰시는거 잘 알고 있습니다. 10주년 기념행사 잘 치루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