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정부는 왜 민영화를 추진하는가?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도대체 왜 민영화를 한다고 합니까? 민간이 하면 효율적이거나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공공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초기 투자비가 크고, 장기투자가 필요하며, 단시간에 이윤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자본, 즉 국민의 혈세를 투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공공부문이다. 철도, 항공, 항만, 도로, 가스, 전력 등 국가기간산업 - 산업발전을 위해 급속히 국가자본에 의해 구축되어야만 했던 인프라 - 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었다.
삼성이 제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해도, 한전과 철도 등의 자산을 한꺼번에 매입할 수 없고, 운영할 능력도 없다. 잘나간다 하는 재벌기업 혹은 초국적 자본이라도 공항 일부를 매입하거나 공항의 운영권을 탐낼 수는 있어도 공항 인프라 전반을 소유할 수 없고, 필요도 없다. 한전의 송변전망, 철도의 하류부문인 레일, 가스의 인수기지와 주배관망 등은 그 자체로는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장기간의 투자와 운영 과정에서 비로소 이윤이 창출될 ‘공간’이 열렸다. 철도의 KTX 수서-평택 혹은 경부선 라인, 가스의 신규 도입 도매 부문, 전력의 복합화력에서 이제는 석탄화력까지, 그리고 인천과 제주공항.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는 장기간의 투자로 이제 비로소 재정적 안정에 도달한 영영 중 “딱 돈이 되는” 일부 영역을 경쟁도입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 즉 사유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왜 민영화를 하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비로소 돈이 되니까 민간자본이 탐을 내는 것이고, 그러한 민간자본의 요구에 부응해 온 것이 역대 정부와 현 MB 정부의 민영화 사유화 정책이다.
사유화 정책, 도덕적 합법적 사회적 시비를 가려야 할 때이다
1998년 IMF 이후 정부가 성공시킨 공기업 민영화의 결과는 무엇인가? 정부가 항상 민영화 성공사례로 내세우는 한국중공업, 한국통신, 포항제철의 민영화를 보자.
한국중공업은 3조 4천억원에 이르는 기업을 8,000억원대에 경영권 매각 방식으로 두산중공업에 넘겼다. 매각 과정에서 단행한 수많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헐값-특혜-폭력적 민영화의 전형이다.
한국통신 민영화는 국민주 방식이었다. 민영화와 경쟁의 결과로 인해 날로 치솟는 통신요금은 별론으로 하자. 현재 KT는 투기적 금융자본의 주요 서식지가 되어 배당성향이 90%가 넘는 기업이 되었다.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KT를 비롯한 세 통신사들의 재투자 기피, 높은 배당성향과 현재의 이익률은 향후 통신산업의 블랙다운을 가져올 것이다.
포스코 역시 외국인 지분률이 50%가 넘는 초국적 자본이 되었다. 노조말살 정책으로 무노조 회사이자, 이산화탄소 배출 10위권안의 기업이다. 단일 기업으로 전기사용 1위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엄청난 특혜를 받는- 이다. 그야말로 공해산업인데, 국가의 규제는 전무하고 특혜만 받는다.
정부가 주장하는 민영화 성공 ‘신화’는 세 기업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투기적 금융자본의 잠식, 높은 이윤과 고배당, 재투자 기피, 공해산업, 노조 탄압 정책으로 재벌과 해외자본만 득보는 것이 민영화의 실체이다. 이 밖에도 사례는 많다. 헐값에 대한항공을 인수한 한진, 석유 정제와 판매부분인 유공을 인수한 선경(현재의 SK)은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항공사의 요금정책, 석유 가격에 대한 규제 등 정부의 개입에 대해 ‘개풀 뜯어먹는 소리’로 취급하고 있다.
국민의 돈으로 세우고 만든 회사를, 정부가 마음대로 민영화 사유화하는 것은 우선 도덕적으로도 적합하지 않다. 국민의 돈으로 구축한 산업을 일부 재벌의, 초국적 자본의 소유로 누구마음대로 넘겨줄 수 있었는지, 이제 그 시비를 가려야 한다. 일부 정치인, 관료들의 무분별한 공기업 민영화는 명백한 비리이자 심각한 월권행위이다. 이제 도덕성, 합법성 여부를 가리고 따져보아야만 할 때가 되었다. 민영화 사유화 정책을 추진하려거든 국민의 의사를 묻는 사회적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민영화 사유화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차단조치가 필요하다
MB 정부 말기, 끝까지 챙길 것은 챙기자고 나선다. 그런데 한미 FTA 발효로 인해 민영화 정책은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소위 레쳇, 역진방지조항으로 인해 시장화된 영역을 공공적으로 회복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근본적으로 제동을 걸고, 한미 FTA의 모든 개방 효과를 방지할 수 있는 법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 물론 법과 제도의 재편은, 현재와 같은 보수적인 사회문화 속에서 설령 추진된다할지라도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 제도 개편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민영화․사유화 정책을 막아내고 또한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사회적 방어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공공서비스 기본법은 1) 철도, 도로, 전기, 가스 등 국민의 기본적 생활 수요 해결과 국민 생산 활동의 토대가 되는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인프라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사유화 또는 사영화(민영화)하여 국민의 공공복지보다 기업의 영리와 특혜 대상으로 만들려는 것에 대응할 필요에서 2) 이와 같은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무분별한 사유화 또는 사영화를 규제하는 제한적 사유를 규정하고, 이를 절차적으로 통제할 목적에서 3) 불가피한 사유화 또는 사영화시의 고용 보장, 재공영화 절차 추진 등 사유화 또는 사영화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규정이다. (이번 연구는 공공운수 노조 차원에서 발의하여 사회공공연구소와 공공운수 법률원, 그리고 민변 소속 두 분의 변호사가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공공서비스 기본법과 더불어 철도, 전력, 가스, 화물 관련 법 제도 개편 전반을 다루고 있다.)
사회기반시설 공공서비스기본법 주요 내용
(1) 사회기반 시설 공공 서비스의 공공성과 국민의 서비스 접근권을 일차적 가치로 규정하며, 영리와 특혜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규정(안 제 4조 제 2항)
(2) 취약 계층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이용 요금 특례를 경영상의 적자로 처리하지 않도록 함(안 제5조 제2항).
(3) 무분별한 사회기반시설 공공 서비스의 사유화와 사영화를 제한함(안 제 6조 제 2항, 제 3항)
(4) 예외적으로 사유화와 사영화를 허용하는 경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해서는 국민의 기본적 생활 수요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공급을 국민에게 제공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함(안 제 7조 1호)
(5) 사유화 또는 사영화로 인한 독점 이익 발생을 방지하도록 함(안 제 9조 제 2항)
(6) 사유화 또는 사영화 계약시 재공영화 절차와 조건을 미리 포함하도록 함(안 제 9조 제 3항)
(7) 기존 법률에 근거하여 진행 완료된 사유화 사영화에 대한 추가적 사유화 사영화 금지 조항에 대해선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2년의 유예기간을 둠(부칙 1조)
공공서비스의 대상은 우선 철도, 전력, 가스, 수도, 도로, 항만 등 주요 인프라 산업으로 출발하였다. 의료, 교육 등 사회서비스 전반에 대해서는 향후 과제로 남겨둔다. 무분별한 사유화와 사영화를 제한하는 것 -미래에 대한 대응- 과 더불어 기존에 사유화된 영역에 대한 재공영화 즉 재국유화를 가능하도록 하였다. 즉 사유화 및 사영화의 제한조건만이 아니라 재공공화 재공영화를 위한 절차와 조건을 명시하여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방어하고 확장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전력산업의 수직통합과 공공성 강화
2001년 4월 2일 한국전력의 발전부문이 한전으로부터 1개 원자력회사와 5개 화력회사로 분할되었다. 오로지 민영화와 매각 대금을 맞추기 위해 분할한 것이 전력산업 민영화, 구조개편의 실체다. 발전분할과 함께 한전의 배전, 판매 부분 분할도 검토되었으나, 2004년 노사정위원회의 중단 결정으로 현재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전력거래소가 만들어져 발전부문 -공기업과 15%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기업- 만이 입찰을 하는 기형적 전력거래제도가 만들어졌다.
경쟁체제하에서 발전회사들은 경영효율성 향상 수치를 맞추기 위해 원가절감, 인원감축, 정비기간 단축을 앞다투어 추진하였다. 이로 인한 발전설비의 불안정성은 잇따른 사고를 낳고 있다. 급기야 2011년 9월 15일, 한국사회 초유의 정전사태까지 불러왔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전력거래소의 거래 형태와 조건 -완전 민영화를 위해 설계한 거래시스템- 덕분에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큰 수익을 얻는다. 한전의 누적적자가 8조원인데도, 민간발전회사들은 일반상장기업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얻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위해 전력거래시스템은 중단되어야 한다. 전력산업의 수직적 통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규 법안인 <전력산업 통합에 관한 법률>과 함께 <전기사업법> 개정,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 개정 등 3가지 법률의 신설과 개정을 하고자 한다.
<전력산업 통합에 관한 법률>은 우선, 오로지 민영화를 위해서 그리고 급박한 발전산업의 민영화를 위해서 추진해온 <전력산업민영화촉진에관한특별법> -효력 만료된 법안- 에 대한 대응이다. <전기사업법>은 전력산업 민영화를 위한 근간이 되어온 핵심 법안이다. 특히 전기위원회, 전력거래소 등 현 제도가 공공성을 위축시키고 민간자본의 이윤추구 논리의 기반이 되어 왔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개정을 해야 한다.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의 경우 발전부문 및 전력산어베 전반에 대한 민간기업 허용에 대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시장진입 허용 방식의 가스산업 도입, 도매 민영화 정책 중단
1990년대 후반 전력산업과 마찬가지로 민영화의 대상이었다. 가스산업 역시 분할 매각 정책은 중단되었지만 2004-5년 포스코와 SK가 직접 도입을 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시장개방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2008년 MB 정부는 가스산업 선진화 정책을 통해 가스산업 민영화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다. 도-소매의 수직계열화 즉 에너지재벌에 대한 시장진입 방식의 민영화 정책은 아직 유효하다. 최근 GS가 보령에 천연가스 인수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직도입 정책을 통한 가스산업 전반의 민간잠식의 길이 열렸다.
가스산업과 관련해서 역시 세 가지 법안이 개정되어야 한다. 우선 <도시가스사업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 직도입을 원척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천연가스의 도입, 도매 직도입은 사실상 시장개입 방식의 민영화 정책이다. 철도의 수서-평택 경쟁도입과 유사하다. 직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와 조건을 원천적으로 삭제하여 천연가스 도입, 도매의 공공성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다음으로 전력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 중 민간으로 개방된 가스산업 부분의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 중 소매도시가스 부분에까지, 적어도 도매부분과 마찬가지인 30% 제안 조치 신설을 추진할 것이다.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 산업 공공성 강화
철도산업과 관련해서도 크게 세 가지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2004년 12월 제정되었다. 기존의 철도청에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관리공단으로 분할하는 전제가 된 법이자, 철도산업의 구조개편과 경쟁도입을 목적으로 신설된 법이다. 철도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 철도산업의 경쟁촉진과 사유화를 위한 법에 불과하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철도산업에 도입된, 경쟁창출과 이윤추구 논리를 벗고 비로소 공공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산업으로, 제자리를 찾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철도사업법>개정을 통해 안전, 유지보수 등 제반 사항에서의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 두 법안을 통해 철도의 소유와 운영을 철도공사가 공공적으로 맡아야 하며, 오로지 민영화를 위해 분할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중장기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 중 철도부문의 경쟁도입 조항이 삭제되어야 한다.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의’ 권리, 애정 그리고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
철강, 항공, 도로, 항만, 철도, 전기, 가스, 상수도는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졌다.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사유화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적합하지 않다. 물, 전기, 가스, 철도는 국민의 것!이라는 촛불의 외침은 여전히 살아있다. 민영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호도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지키는 마땅한 권리 행사가 필요하다. 법 제도 개편은 권리 행사의 첫 걸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을 공공부문으로, 공공성을 담지하는 공공의 영역으로 지키기 위한 국민의 애정과 행동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