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노동’으로 굴러가는 핵발전소
원자력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90%는 비정규직
핵, 방사능 이것이 아무리 위험하다 해도 그속에서 누군가 일해야 한다. 바로 고선량의 방사능을 무릅쓰고 일하는 원전노동자들이다. 후쿠시마 핵참사가 있지 않았다면 세간의 관심도 되지 않았을 원전노동자. 핵발전소의 일상적 노동으로 방사능 피폭에 노출되어 가장 위험한 노동을 하고 있는 원전노동자들은 폭발사고 수습에도 여전히 투입된다.
일반인에 대한 연간 누적 피폭량 기준치는 1밀리시버트이다. 그러나 핵발전소 노동자의 기준치는 다르다. 이들 노동자의 연간 누적 기준치는 100밀리시버트로 이미 일반인보다 100배의 위험을 안고 일하는 셈이다. 그런데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후 이보다 2.5배 많은 250밀리시버트로 상향조정했다. 누군가 사고수습을 위해 투입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허용기준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방사능 기준치라는게 얼마나 기만적인가. 평소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서는 기준치를 더 강화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이지만 원전노동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사전 안전조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40~50만의 원전노동자가 피폭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후쿠시마 원전에서 20㎞ 떨어진 사고 수습 전진기지 J빌리지 앞. 노동자들은 J빌리지에서 출퇴근하며, 주로 사고 원전 주변의 쓰나미 잔해 처리와 오염 제거 작업 등을 하고 있다. |
이땅의 노동의 차별구조는 핵발전소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원전노동은 중층의 하청구조로 되어 있다. 하청의 하청, 재하청구조로 일본의 경우 6차 하청까지도 존재한다. 원자력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90%는 비정규직이다. 이 구조속에서 산재처리나 생명과 건강에 대한 권리행사가 제대로 되겠는가? 우리나라의 경우도 1999년 울진원전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2007년 처음으로 산재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처참한 노동권의 실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수습을 위해 투입되는 노동자들은 하루 14만원의 일당 받고 일하고 있다고 한다. 원전노동자는 대부분 원전에서 일하지만, 핵연료 시설(제련, 처리, 재처리 그리고 가동 중 원전)이나 핵폐기물 폐기장이나 저장시설에서도 일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한 원전에서 두세 번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발전소로 옮기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을 ‘원전집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노동권이 추락하고 사회취약계층으로 전락할수록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죽음의 노동은 계속 될 것이다. 철저히 노동의 차별에 기반한 시스템, 이것이 핵발전소의 노동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하는 지역의 차별과 부정의
서울과 수도권, 총전력의 40% 소비...그런데 핵발전소는 어디에?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이 7년째 계속 되고 있다. 올 1월 이치우 할아버지께서 분신으로 항거하셨지만 끝내 한전은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한다.
▲ 한국전력의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밀양 평밭마을 할머니들의 움막 |
신고리원전 3,4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연결할 송전탑, 심지어 아직 승인도 되지 않은 신고리원전 5,6호기의 전력까지 미리 생각해 세우고자 하는 송전탑은 밀양시 5개면에 500m 간격으로 아파트 40층 높이의 송전탑을 69개나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모두 대부분 조상 대대로 농사지어온 논과 밭인 이곳에 765kv 철탑이 내뿜는 전자파에도 한전은 ‘안전하다’는 논리를 드리운다.
전국에 있는 송전탑개수는 1600여개. 전국토를 철탑과 전기줄로 칭칭 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를 실어나르기 위해 세워지는 송전탑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농업터전마저 박탈, 훼손시켜 지역민들의 희생을 부른다는 이 불편한 진실을 밀양 주민들은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총전력의 40% 가까이를 서울과 수도권이 쓰고 있다. 수도권 인근에는 절대 없는 핵발전소가 멀리 떨어진 동해안 벨트에 꽉 차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백개의 송전탑. 국가의 중앙공급식 전력수급방식도 문제이지만 핵발전소에 의존하는 한 힘없는 지역의 희생을 담보로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핵발전소가 갖는 구조적인 지역차별, 부정의의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도 핵발전소 부지선정 기준이 가장 낙후되고, 인구가 적게 사는 변두리, 가장 저항이 없는 곳에 세울 것을 지침으로 하고 있다. 후쿠시마 역시 그런 곳이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 그곳이 핵발전소 부지이다. 이는 핵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돌아가신 이치우 할아버지의 동생이신 이상우 할아버지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이 말에 모든 진실이 담겨있을터다.
“서울같은데 밤에 보면 꽃밭이거든. 그렇게 전기를 쓰면서 와 전기가 모자란다 카노? 그런 전기좀 끄면 얼마든지 되는데, 거기에 전기가 필요하다면 전기공장을 거기다 지으면 안되나? 왜 사람 죽여가며 이리로 끌고 가노? 그게 이해가 안되는기라. 그게 분한기라”
후손들의 생존가능성 조차 무시되는 핵발전소
인류의 역사 20만년인데... 고준위 핵폐기물 자연소멸 24만년
핵발전소의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핵폐기물, 즉 핵쓰레기 문제이다. 핵폐기물은 원자력을 이용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을 가리킨다. 원자력 근무자가 사용한 방호복, 종이 조각, 장갑 같은 것에서 부터, 원자로의 공기, 부서진 실험도구, 파이프, 필터, 방사능 물질을 담았던 상자, 우라늄을 캐고 남은 찌꺼기, 폐기된 원자로 같은 것들이 나오면서, 최악으로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폐기물 같은 그 모든 것이 핵폐기물이다.
이 핵폐기물은 엄청난 방사능을 뿜어내고 있고, 현재 과학으로는 제거하거나 처리할 방법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단 한 곳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장소가 없다는 건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 다시 인지하게 된다. 그저 수백톤의 핵폐기물은 드럼통에 담아 핵발전소안 임시저장고에 계속 쌓아놓고 있을 뿐이다.
▲ 인수저장건물 저준위폐기물저장고 [출처: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
여러 가지 방사성물질은 스스로 반감기를 가지고 있고 거의 사라지는데는 반감기의 10배에 해당하는 세월들이 필요하다. 요오드는 8일의 반감기, 세슘은 30년,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2만4000년이다. 여기에 곱하기 10을 하면 자연소멸되는 시간이 나온다.
핵폐기물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중저준위 폐기물과 고준위 폐기물을 이야기한다. 플루토늄과 같은 고준위폐기물은 자연소멸되는데 24만년이 걸린다. 24만년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인류의 탄생이 20만년전이다. 호모사피엔스 시절이다. 24만년 동안 이 고위험 폐기물을 누군가 관리해야 한다. 누가?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시간인가? 슬프게도 지금 그 폐기물이 세계 곳곳에 수백톤씩 쌓여가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건설중인 경주의 핵폐기장은 중저준위 방사성핵폐기장이다. 방폐장 공사현장에 지금도 하루에 5천톤씩 지하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지반 자체가 연약해 지하수가 계속 흐르면 방폐장은 결국 물에 잠길 것이고, 사일로라고 불리우는 폐기장창고에 물이 들어갈 것이다. 이 물을 통해 방사능 물질은 사일로 밖으로 누출될 것이고, 그 방사능 물질은 지하수를 타고 주민들의 식수가 될 것이다.
이미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경주 방폐장은 완공후에 물에 잠긴다는 사실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방폐장 안으로 지하수가 흘러들어온다는 사실, 이 지하수를 통해서 방사능 물질이 주변환경으로 누출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말했다. 또한 이렇게 한번 방사능 누출되면 보수공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방사능이 누출될 때까지 지속된다는 사실을 방폐물관리공단의 공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사는 진행되고 있다. 한번 누출된 방사능은 수십년, 수백년, 아니 그보다 더한 시간을 흘러도 소멸되지 않고 남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위대한 유산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남겨주는 가장 위험한 유산이 되고 있다. 이것은 지금 세대의 풍요로움을 위해 미래 세대의 생존가능성까지 짓밟을 수 있는 핵발전소, 미래 세대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권리까지 모두 무시되고 있는 핵발전소의 또다른 차별과 부정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