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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줘

[불만집담회] 대학 청소노동자들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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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불만을 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선정한 ‘권리헌장’를 만들고자 한다. 첫 시작은 지난 3월 희망광장에서 이루어졌다. <불만집담회 -와글와굴 왁자지껄>이라 이름 붙인 이 자리에 현대자동차 하청노동자,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찾아와 파견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로 살아가는 불만을 말했다. 두 달 뒤인 5월 24일, <불만집담회>는 홍대를 비롯한 대학 청소노동자들을 찾았다.


휴지심 검사하는 용역업체, 불만이에요

“우리 업체는 화장실에 휴지가 다 떨어지면, 휴지심을 갖다 주어야 휴지를 줘요. 그런데 여기는 미대라서 학생들이 미술 작업을 하느라 휴지를 많이 써요. 아예 빼가기도 해요. 그러면 심이 없으니까, 휴지 하나를 받으려 해도 막 사정을 해야 되요. 꼭 아쉬운 소리를 꼭 해야 해. 내가 쓴다는 것도 아니고.”
한 청소노동자가 불만을 말한다. 옆에 있는 이가 말을 거든다.
“우리는 휴지심 검사를 하는 건 아닌데, (용역업체) 반장이 꼭 잔소리를 해. 왜 휴지를 이렇게 많이 쓰냐.”
다른 청소노동자가 말한다.
“안 주면 화장실에 걸지 마. 학생들 민원이 들어가야, 그래야 알지.”
“그래도 어떻게 그러나.”
휴지를 못 주겠다는 업체와 휴지를 사용해야 하는 학생, 그 사이에서 청소노동자들은 아쉬운 소리를 하고 눈치를 보고 사정을 해야 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세제, 고무장갑, 쓰레기봉투, 청소물품을 새로 받을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
노동자들은, 그래서 불만이다.


청소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2008년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2010년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세웠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 이들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기본급 80만원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과 비인격적 대우를 당연시 여겼다. 누구 하나 문제라고 말해주는 이 없었다. 일하는 이들, 당하는 이들끼리 모여 작게 불만을 털어놓다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체념했다. 그러나 잇따른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으로 숨죽인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49일 농성은 더는 이 늙고 힘없는 노동자들이 고용이라는 목줄을 매어 숨만 쉬고 살지는 않을 것임을 보였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전원 복직되었다. 노동조합은 유지되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또 다시 농성에 들어가야 했다. 홍익대가 이들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학은 용역회사가 세운 홍경회라는 어용노조만을 교섭단체로 인정했다.

농성이 보름을 넘긴 지난 24일, 인근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홍대 정문 앞 농성천막에 모였다. <불만집담회- 와글와글 왁자지껄>에 온 것이다.(이 날 불만집담회 참가자는 (홍익대) 이숙희 서복덕 분회장, 김금옥 부분회장, 김명순 사무장, (이화여대) 손정민 분회장, (연세대) 김경순 분회장이다) 불만이라면 노동조합을 가만두지 못해 안달인 학교의 행태가 가장 큰 불만이겠지만, 이날 사회를 맡은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이들에게 ‘자잘한 불만’을 말해 달라 요청했다. “평소 청소노동자로 살며 느꼈던 일상의 자잘한 불만들을 이야기 해보자”는 것이다.

왜 이렇게 얇은 쓰레기봉투, 독한 락스만 주는 거야?

“쓰레기봉투도 내가 몇 봉지를 썼는지 적어야 해. 이대 같은 경우는 쓰레기봉투가 약해. 봉지가 얇아가지고 금방 찢어져. 그러면 한 봉지 안에 두 개가 들어갈 수도 있고 세 개가 들어갈 수도 있어. 그런데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업체 반장은 왜 벌써 다 썼냐 이런 식인 거야.”
“락스도 싼 거야. 냄새만 독하지 닦아지지도 않아. 그러니까 더 많이 쓰게 되지.”
“회사가 비품을 쌓아두고 있질 않아. 그래서 말을 해도 비품이 곧 오질 않아. 당장 청소는 해야 되고, 내 돈 들여 사게 되는 거야.”

청소 비품에 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불만 사이사이 나오는 공통된 말은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이다.

“예전에는 고무장갑을 마미손 주던 걸 지금은 이름 모를 제품을 준다던지. 제대로 된 비품으로 제대로 청소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제 값을 못하는 상품을 주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까 청소를 하는 사람들도 요만큼 가지고 해결할 걸 이따만큼 써야 하는 상황이 온 거에요.”

이런 변화가 일어난 이유를 청소하는 이들은 알고 있다.

“옛날에는 비품을 학교에서 직접 관리를 했는데 지금은 용역 회사에서 하니까. 돈 아끼려고 싼 걸 쓰는 거죠. 비품을 만족스럽게 못 주는 거죠. 용역 업체는 어찌되었던 학교가 준 돈에서 남겨야 하니까.”

용역 입찰 경쟁을 통해 대학은 더 저렴한 비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하고, 업체는 그 조건에서 이윤을 내기 위해 비품구입비 등을 최대한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용역업체의 비용절감은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일하는 이에게 더 적은 임금, 더 낮은 대우를 하며 돈을 남기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생기고 예전같이 임금을 업체 마음대로 줄 수 없으니, 애꿎은 비품이 고생을 한다는 것이다. 그 고생은 청소 노동자에게 도로 돌아간다. 휴지 하나에 싫은 소리를 듣고, 한 번 문질러 안 닦이니 두세 번 문질러야 한다. 게다가 값싼 비품들은 노동자를 다치게 한다.

“밀대가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에요. 알루미늄은 참 좋아 가볍고. 어깨에 무리도 안 가고. 그런데 안 바꿔줘요. 나무 밀대는 겉이 갈라져서 손에 가시가 배겨.

대화가 자연스레 산업재해(산재) 문제로 넘어간다. 일하느라 아픈 곳은 없냐고 물으니, 모두 병원 한두 군데는 다니고 있다고 한다.

“쓰레기 무겁거나 가득 채워서 묶을 때, 어깨랑 손이 아프지. 쓰레기봉지를 한 손에 하나씩 드는 게 아니라 손가락에 하나씩 끼어서 가거든. 아침에 학생들 없을 때는 쓰레기봉지를 그냥 굴리는 거야. 각자 맡은 층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 피해주면 안 되니까 빨리 해야 하고, 그런데 이건 다 들고 계단을 못 내려가니까 그냥 굴려버려.”
“안 터져?”
“노하우가 생겨.”
“관리자가 보면 뭐라 그래.”
“그런데 조금 있으면 양손에 들고 가지만, 마대자루 이런 건 무겁거든. 그걸 4층에서부터 들고 내려와야 해.”
“걸레질 하면 어깨 아파. 허리도. (무릎은요?) 무릎은 허구한 날 아파.”
“나는 좀 뭘 잡고 오래 있다 하면 여기 손목서부터 저려 와.”

몸이 다치는 일, 마음이 다치는 일

그러다 병이 생긴다.

“조합원 중에 한 분은 조형동에 계신 분인데, 조형동은 애들이 석고 같은 거 많이 쓰거든요. 찰흙 같은 걸 쓰다보니까 걸레질을 한두 번 해도 안 닦여. 학교 측에서는 뿌연 것이 싫은 거지. 그런데 그걸 뿌옇지 않게 하려면 걸레를 수 번을 빨아야 하는 거야. 그러다 보니까 여기 손목이 다 망가진 거야. 양쪽 다. 물리치료 신경치료 다 받고 다니고.”
“연세 병원 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데. 터널 증후군이라고. 근육이 신경을 누르는 병이다. 신경을 누르는 근육을 잘라내야 한데. 그러는데 나는 벌어먹어야 하니까 당장하자는 걸 안 하고.”
산재신청을 해본 사람이 있냐고 물으니, “없어, 없어”한다. 일하다 사고가 나 다치기 전까지 손목 아픈 것, 어깨 아픈 것으로 산재 신청이 된 사람은 주변에서도 보지 못했단다.
“산재 신청을 해도 순순히 안 받아줘요. 온갖 괴롭힘을 받는 거예요. 이거 가지고 하면 어쩌니 저쩌니. 서류를 이렇게 해 와라 저렇게 해 와라. 조장 확인서를 받아와라. 시킨 대로 해라. 몇 가지 서류를 몇 번씩 쓰는 거예요.”

산재 보상을 받기도 힘든데, 이들의 작업에는 편리함이나 안전함이 고려되지 않는다. 보다 덜 무거운, 보다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는, 보다 편하게 옮길 수 있는 물품들을 제공되지 않는다. 나무 밀대로 걸레질을 하고, 온전히 팔 힘만을 이용해 물건을 들고 나른다. 그런데도 어쩌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 하다가도, 학생들이나 교수들이 있으면 자신이 알아서 피한다. 쓰레기가 가득 찬 봉투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린다.

이런 고됨보다 더 힘든 것은 마음이 다치는 일이다.

“어떤 교수님은 엘리베이터 같이 타면 사망신고해야 해요. 지금 이 시간에 이걸(쓰레기봉투) 들고 여기 타면 되겠습니까? 딱 그래요.”
“아는 척 하지 말라는 교수도 있었어. 인사하지 말라고.”
나쁜 교수를 만났구나, 하고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당연히 숨어 있고 피해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것이 마음 아프다.
“우리는 교수님이니까 미리 배려를 해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안 탈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버릇이 되어서, 교수님들이 내가 타는 엘리베이터에 너희들이 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서럽다는 거예요.”

서럽다. 자신들은 쓰레기가 있는 곳에나 나타나는 사람들만 같다.

“학교 행사할 때 우리는 숨어 있다가, 뭐 질질 흘리고 망가졌을 때나 청소해라 부를 때 정말 기분 나쁘고 서글프죠. 자기들 파티 같은 거 할 때는 근처에도 못 오게 하면서. (못 오게 하나요?) 이 옷을 입고 그 근처에 얼씬 하는 것을 좋아라 하지 않아 해요.”

대학에 반나절을 상주하지만 청소 노동자들은 자신의 청소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김혜진 상임활동가가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해준다.

“아는 사람이 독일 대학 졸업생인데, 모교가 마음에 든다며 그 대학에 청소원으로 취업을 했거든요. 일할 시간에 일 하고, 청소 끝나면 대학 도서관에서 책 보고. 이런 게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다하더라고요.”

그러나 여태껏 대학은 이들을 숨겼다.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지하나 주차장 옆 같은 후미진 곳에 자리했다. 그런 취급을 받던 이들을 양지로 끌어올린 것은, 바로 이들 자신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이 학교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고서야, 사회는 대학 후미진 곳에 숨겨져 있던 이들의 존재를 인정했다.


내가 이 학교 사람이 맞나?

“이 학교 구성원이라고 느끼나요?”
“다른 때는 잊어버려요. 나도 여기서 일하니까 여기 사람이다 생각하고 있다가 총무과장들 만나고 그러면, 아, 나는 용역이구나 그러지요.”

이들을 숨기는 데 급급했던 학교는 여전히 청소노동자들을 대학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용역업체 직원이 왜 생떼를 쓰냐며 이들을 밀어낸다. 밀고 밀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다시 학교 앞 거리에 농성천막을 세우게 했다.

하지만 청소 노동자들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자신이 대학의 소속임을 안다. 그리고 구성원으로서 일한다.

“긍지를 갖고 일해요. 우리는 가족 같이 애들하고 지내거든요. 홍대는 농성도 하고 그래서, 애들하고 잘 지내요. 일하고 있으면 와서, 아줌마 우리 사귀어요, 헤어졌으면 헤어졌어요, 이런 이야기도 다 하고. 농성 끝나고 더 편한 자리로 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애들이 너무 예쁘니까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자식 같으니까. 자식 같으니까 더러운 것 흉한 것 나쁜 마음 없이 치우는 거죠. 돈만 보고는 못 해요.”

용역 회사들의 경쟁을 통해 한껏 낮춰진 비용으로 백여 명의 파견 노동을 마음껏 사용하고 싶은 대학은 이를 인정치 못한다. 그래서 대학이 원청이라고, 용역회사가 아니라 대학이 청소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동조합이 눈에 가시이다.

이런 대학의 심보를 알기에,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불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