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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단축, 자본의 반발에 뽀록난 MB정부의 생색내기

[기고] 주간연속2교대 도입의 절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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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노동시간 단축 없던 일로

지난 5월 25일 정부는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문제는 ‘대외경제환경이나 우리 기업들의 현실을 고려 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물론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단축문제를 국무총리실에 맡겨 계속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의견을 청취하자고 사족을 달았지만, 실질적으로는 MB정부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노동부를 통해 휴일 근로시간을 법정 연장근로시간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올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 바 있었다.

돌아보면 정부는 지난 1월 26일 대통령은 업무지시를 통해 워크 셰어링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바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가 행정지침을 고쳐 기업들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시간에 포함시키도록 하겠다면서 기업들의 근로형태가 주야2교대에서 주간2교대로 바꾸도록 해 실질적인 근무시간을 줄일 방침이라는 설명을 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고용노동부는 작년 말부터 완성사 현장에 대한 장시간 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불법적인 장시간 근로 개선에 대한 완성사의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종용한바 있고, 지속적으로 장시간 실태에 대한 법적 개선의지를 밝혀온바 있다.

이에 호응하듯 4.11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은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를 저마다 공약으로 들고 나온바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업무지시를 한지 4개월만에 노동시간 단축문제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자본의 반발에 뽀록난 정부의 생색내기

그동안 휴일 근로 제한에 대해 자본 측은 “선진국에 비해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한 한국에서 정부가 이 제도를 강제할 경우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산업현장에서의 노사갈등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과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기존 노동자들은 임금이 감소하고 기업들은 추가로 고용을 해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지난 5월 24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의 인사노무 부서장 302명을 대상으로 ‘19대 국회 노동입법 방향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경영에 가장 부담스러운 19대 총선 노동공약으로 53.6%의 기업이 ‘휴일근로 제한 등 근로시간 단축’을 꼽았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자본 측 주장의 요지는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노동규제를 강화하고 고용을 강제할 경우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산업현장의 오랜 노동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걸 반대한 현대차 등 재계 저항에 부딪쳐 결국 좌초하고 만 것이다.”(매일경제 5월 26일 사설)

결국 앞의 사설에서 확인되듯이 자본의 반발에 정부의 생색내기는 무력화되었다. “근로자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연간 2000시간을 넘을 정도인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는 개선해야 마땅하다.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에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인정하면서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서 제외함으로써 주당 60시간 이상 근로를 용인하고 있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손 볼 필요가 있다.” 는 주장은 허공에 떠도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기아자동차 주간연속2교대 시범운영

기아자동차는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6일까지 2주간 주간연속2교대 시범운영을 시행한 바 있다. 기존의 10시간씩의 2교대 근무를 1조는 8시간, 2조는 9시간씩 2주에 걸쳐 시범실시를 시행하였다. 임금과 생산속도는 현행대로 진행하였다.

기아자동차 소하지회는 시범실시 운영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기아차지부차원의 설문조사는 아직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 시범실시운영에 대한 종합평가점수를 물었는데, 10점 만점에 평균 7.27점이 나왔다. 가장 많이 점수(중위수)는 8점이다. (주간연속2교대 시범운영평가 설문조사 결과, 실노동시간 단축 현실화방안 토론회 자료집, 5월 2일, 민주노총)


기존 근무형태에 비해 좋았던 점 2가지를 선택해 달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심야시간에 잠을 잘 수 있었던 것”(35.3%)에 가장 좋은 호응을 보였다. 다음으로 육체적 피로가 줄어든 것 29.1% > 여유시간이 많은 것 18.1% >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것 10.4% > 근무시간의 집중도가 높아진 것 5.3% 등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의 2주간 시범사업 실시의 영향에 대한 인터뷰 결과를 보면 한마디로 “엄청났다”고 한다.

조합원들 사이에는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았던 임금 보존 문제는 시범실시를 전후하여 아주 큰 태도 변화가 있었다.(진숙경 성균관대학교 HRD센터, 실노동시간 단축 현실화 방안 토론회, 5월 2일 민주노총)

“임금손해 보더라도 근로시간 단축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정규직 조합원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상대적인 저임금으로 임금보전에 대한 요구가 높은 하청업체에서도 이 같은 요구는 마찬가지였다.

“(주간연속2교대는) 꼭 빨리 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장에서도 임금 보전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 시행하고 나니까 100% 보전이 안되더라도 시행되어야 한다. 손해가 나더라도 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밤에 늦더라도 집에 들어가 잠을 자니까 몸이 정상적인 패턴을 찾는 것 같다.”(하청업체 대의원 인터뷰)

시범 실시가 이루어지기 전 인터뷰에서 한 간부는 “2주간의 시범동안 후 줄어든 근로시간 때문에 깎인 임금을 4월 10일 날 받아보면 (현장에서)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으나 근무형태 변화에 따른 다양한 장점을 경험한 조합원들의 임금 저하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는 예상과는 달리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개인차는 존재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 또한 일정 정도의 임금 저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근무형태 변경은 필요하다는 요구가 훨씬 더 증가하였다고 한다.

시범 실시 전에는 주간연속2교대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팽팽한 편이었다. 하지만 2주의 경험은 현장 분위기를 찬성으로 돌아서도록 만들었다. 사용자측은 물론이거니와 노조간부들도 시범 실시 동안에 상당히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어 조합원들 사이에 주간연속2교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증가하지 않을까 전망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꼭 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바람이 현실 속에서 힘을 얻도록 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향후 개선해 나가도 충분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기아차 시범실시에 대한 회사의 생각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우나 아래의 기사는 회사의 생각을 엿보게 한다.

결과에 따르면 시범실시 기간 출근율이 증가하면서 직원 부재율은 7%로 평일 평균 10%에서 3%포인트 감소했다. 연월차 사용 인원 역시 이 기간에 하루 평균 225명으로 직전 월인 2월 하루 평균 383명에서 크게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밤샘 근무가 사라진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 된다”면서 “근무 여건은 현 생산 체제보다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품질 역시 밤샘 조업할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생산성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기아차의 1~2월 평균 가동률은 98.2%였지만 시범기간 가동률은 96.1%로 2.1%포인트 감소했다. 평소 생산시간이 '10+10'에서 주간연속2교대 기간에는 '8+9'로 줄었지만 생산 보전을 위해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근무시간만 바꿨을 뿐 생산성을 올리려는 조치는 없었다”면서 “결국 생산대수를 어떻게 보전하느냐 라는 문제가 주간연속2교대 실시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주간연속 2교대 시행해보니’.. 기아차 생산성 딜레마, 아시아경제, 5.25)

결국 회사는 부재율이 줄어들고 월차휴가 사용율이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현장의 근무 분위기가 좋게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의 감소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10+10 근무에서 8+9 근무시의 가동률의 15% 축소는 당연한 것인데 위 기사는 이를 가동률의 축소를 생산성의 축소로 바꿔 발표하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분명히

장시간 노동은 현재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도 예외는 아니다. 완성사 뿐만 아니라 부품사도 훨씬 많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정부나 자본이 알아서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의 생색내기에서 드러나듯이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스스로 노동시간 단축에 나서야 한다. 그 시발은 아마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야간노동의 철폐와 장시간 노동의 축소는 이제 노동조합이 현장을 설득하면서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그래야만 있을 때 벌자는 물량중심의 활동, 그에 대한 노사담합으로 비난받는 현장활동으로는 노동조합의 발전도 어렵고, 현장의 지속적인 발전도 우리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격이 될 것이다.

때문에 주간연속2교대의 도입과 완성의 문제는 완성사 조합원의 관심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자 역할을 요구한다.
덧붙이는 말

이글은 금속노조정책연구원 소식지 <금속희망>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