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모든 핵발전소가 멈추어 전력난이 심각하고 이번 여름에 블랙아웃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핵발전소 폭발이라는 끔찍한 사고 이후에 순차적으로 멈추었던 일본의 핵발전소가 금년 5월에 들어 모두 멈추었으니 일본이 겪는 전력부족의 이야기와 블랙아웃의 이야기는 상식적인 판단으로 볼 때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전력도 이번 여름 전력소비의 증가로 인해 블랙아웃과 같은 최악의 결과가 발생할까 연일 노심초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핵발전소를 점점 더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덧붙여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블랙아웃이 걱정되니 현재 가동정지중인 핵발전소를 재가동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한국에서는 블랙아웃의 위험이 있으니 수명이 다 지난 핵발전소지만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계속 사용해야하고 신규로 핵발전소를 짓는데 모두 입 닥치고 조용히 하고 있으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한국과 일본의 핵과 전력관계자들이 연이어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위해,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신규핵발전소를 짓기 위한 논리의 바탕이 되는 블랙아웃과 관련한 이야기를 우리는 정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아직 일본에서는 기다리는(?) '블랙아웃'은 벌어지지 않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화력발전소가 멈추어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유럽에서 실제로 발생한 이야기를 하나 살펴보면, 왜 이런 의심을 해보아야하는 지를 공감할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벌어진 일. 프랑스의 경우 전체 전력생산에서 핵 발전에 의존하는 비율이 70%가 넘고 핵발전소 보유 또한 세계에서 두 번 째가 되는 핵 발전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2022년까지 핵 발전을 아예 안하기로 결정으로 하고 핵 발전을 줄여나가, 핵 발전보다 재생가능에너지에 의한 전력생산이 더 많아진 나라다. 두 나라의 인구를 볼 때 독일이 조금 더 많고 전력생산의 총량으로 볼 때는 프랑스가 독일의 두 배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 브란덴부르크 대학의 볼프 슐르흐터 교수의 강연에 의하면 "현재 원전 17기 중 8기는 폐쇄됐다. 나머지 9기 중 6기도 점검 중이라 실제 가동하는 원전은 3기 뿐"인데 "그러나 지난 여름 독일은 에너지의 72%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에 전력을 수출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일본과 한국의 핵 산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는 뭔가 많이 이상하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핵 발전은 한기가 건설되면 거기서 나오는 전력량이 무지 크기 때문이고, 또 한 가지는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낮이나 밤이나 24시간 정격전압을 유지해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력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신규로 핵발전소를 짓게 되면, 그동안의 소비를 충분히 채우고도 전력이 많이 남게 된다. 그리고 24시간 정격전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사용이 줄어드는 야간과 주말의 경우는 전력이 남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핵발전소는 초기 투자비용이 한 기에 수조원이 들어가는 엄청난 것이라 이 비용을 뽑기 위해서는 가동이 충분히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남는 전기가 있으면 경제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까 전력소비를 증가하는 쪽으로 정책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산업체에는 일반용과 다른 전기요금을 적용하게 되고 심야전기를 싸게 공급하게 되며 그러고도 남으면 양수발전이라는 이상한 방법으로 전기를 소비하게 된다.
탄력성 떨어지는 핵 발전...전력 소비 증가 움직임 내재
'핵 발전은 자체적인 속성으로 전력의 소비를 증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24시간 정격전압을 유지하기 때문에 너무 춥거나 너무 덥거나 하는 전력소비가 피크를 이룰 때 대응을 할 수가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공급적인 면에서 탄력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인 것이다. 블랙아웃이라는 것은 수요의 면에서 비정상적인 과소비가 발생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라는데 핵 발전은 그 수요의 변화에 탄력적인 대응을 못하는 공급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태껏 속고 있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독일의 경우 햇볕이 좋은 여름에는 햇빛 발전을, 바람이 많은 겨울에는 풍력발전을 이용하고, 지역마다 폐목재나 축산업 분뇨 등을 이용한 열병합 발전을 균형 있게 배치하여 일자별, 계절별 전력소비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을 한다고 한다. 물론 그보다 우선적으로는 패시브 하우스와 같이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 주택의 건설이 늘어나고 산업체의 경우도 에너지 효율을 가장 우선시 하는 방향으로 꾸준한 개선을 해왔다고 한다. 그 결과 전력생산이 두 배나 많은 프랑스에게 오히려 전기를 수출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도쿄만의 해저토양에서는 킬로그램 당 수 만 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되고, 후쿠시마 아이들의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체르노빌보다도 훨씬 높은 빈도의 갑상샘 결절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작년의 폭발로 인해 불안정한 후쿠시마 4호기 건물에는 아직도 1500개가 넘는 폐연료봉이 기울어진 상태의 수조에 담겨있어 직하지진이 추가로 발생하여 수조의 물이, 폐연료봉이 쏟아지기라도 한다면 세계적인 재앙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꾸준히 날아오고 있다. 얼마 전 일본 언론에 공개된 4호기의 모습은 그런 우려들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처참한 것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집요하리만치 핵 발전을 재가동하려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들 중 큰 축이 블랙아웃의 위험이다. 한국도 마찬가지. 이웃나라의 재앙과 그 피해들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거기에서 교훈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블랙아웃의 위험을 내세우면서 핵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소식만이 커져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15개월여를 지나면서 핵발전소의 진실이 많이 밝혀지고 그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핵산업계의 반발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신규부지로 내정된 삼척과 영덕의 경우 주민들에게 회유와 협박 또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전 국민을 상대로 '블랙아웃'을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 그들의 논리가 얼마나 허구적인 내용인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니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된 이야기를 알려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