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하와 김항아는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성공했다. [출처: MBC화면 캡쳐] |
생각했다. 왜 국군과 인민군이 함께 웃는 장면에서 ‘울컥’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20여년을 느껴온 불안감에 해답이 있었다. 종전이 아니라 휴전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아오며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극 중 이재하는 대령 정석용에게 남북이 전쟁을 하게 될 경우 입게 될 피해에 대해 물었다. 정석용의 대답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막연한 불안감의 실체였다.
“북한 핵시설 부순다 해도 방사능 낙진 때문에 남북 둘 다 체르노빌 되는거죠. 일주일이면 군병력은 최소 100만, 민간은 500만이 죽거나 다치고, 피해액은 1,000억 달러, 피해복구비용은 3,000억 달러입니다. 이게 다 1994년 기준입니다. 현재면 두 배 이상 늘어납니다. 한미연합군이 끝까지 밀어붙이면 이길 순 있죠. 그런데 저쪽도 가만히 있진 않을거기 때문에 남북이 6,70년대 수준으로 떨어질 겁니다. 40살 이하 남자는 거의 다 죽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민족의 공멸이죠” 이재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피해에 할 말을 잃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물론 드라마는 허구다. 하지만 남북이 전쟁에 이르게 된다면 아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더킹 투하츠>는 그 과정을 정교하게 묘사해냈다. 철저한 손익계산 속에서 백악관의 정치인들은 북한 공격을 결정하고, 북한은 남한 공격을 선언한다. 이때 북한의 공격선언은 철저하게 ‘살기 위해서’였다. ‘제발 좀 너희가 나서서 전쟁을 막아달라’는 북한식 표현이었다. 이 상황에서 남한이 취해야 하는 선택은 무엇일까. 미국의 편에서 북한과 싸우는 것일까. 전쟁을 막아내는 것일까.
이재하는 남북이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이었다. 드라마에서 힘을 합치는 과정은 ‘결혼’이라는 극적 방법을 통해 표현됐다. 남북의 생존을 위해 북한 여성과의 결혼을 선택한 이재하는 전쟁을 막아낸 영웅이 되었다. 현실에서도 북에 대한 식량지원이나 경제지원 같은 형태로 ‘결혼’이 재현되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북한과의 ‘결혼’을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종북’주의자로 매도한다.
통진당 사태로 ‘종북’은 김씨 3대 세습을 옹호하며 북한체제를 지키려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연일 보수언론은 종북주의자의 국회입성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그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은 침묵 뿐이다. 잘못해서 자신까지 종북주의자로 낙인 찍혀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종북의 낙인은 무서운 것이다.
물론, 알레르기 반응처럼 북한에 대해서는 무조건 덮어두고 옹호하려 드는 일부 시대착오적 생각을 가진 이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미국보다는 북한과 친하게,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는 ‘종북’과 그것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전쟁이 일어나 미국이 큰 도움을 준다고 해도 우리가 발 딛고 선 이곳이 쑥대밭이 되고, 그로인해 피 흘릴 사람들도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민족이 공멸하는데 전쟁에 이겨 무얼하나.
▲ 끝내 응당한 댓가를 치루게 된 김봉구는 마지막까지 남북이 화합하지 못할 것이라 소리쳤다 [출처: MBC화면 캡쳐] |
감옥에 갇힌 김봉구는 소리쳤다. “클럽M은 아직도 있어. 명칭을 바꿨어도. 대표가 바뀌어도 클럽M은 계속 클럽M이야. 그놈들은 널 계속 휘두를 거야. 협박하고 괴롭힐거야. 너흰 갈라설 거라고” 남북의 평화를 가로막고 전쟁의 불안감 속에 살아가게 하는 ‘클럽M’은 분명히 현존한다. 명칭을 바꿔서, 대표가 바뀌어서 우리가 알아보지 못할 뿐 그들은 교묘하게 남북을 충동질한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우리의 선택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어쩐지 분명해 보인다. 기억해야 한다. 극 중에서 3일이면 전쟁에 이길 수 있다고 호언한 사람은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수상뿐이었다. 똑같은 주장을 하는 자들이 현실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기사제휴=뉴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