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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슘에 노출된 먹거리, 과연 안전한가

[기고] 이윤이냐, 생명이냐 선택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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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슘이란 말이 나 같은 의료인뿐만 아리나 전 국민이 아는 친숙한 용어가 됐다. 평생 모르고 살면 좋았겠지만 일단 귀에 익은 만큼 제대로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세슘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알아야 하는 이유는 먹거리를 통해 우리 몸속에 들어오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작년 4월부터 지난 2일까지 11개월 동안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된 사례는 모두 43건에 달한다. 양으로 따지면 고등어와 명태 등 1030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이 가운데, 85%는 올해 1월 5일 이후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검출됐다. 그러나 검출된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농림수산 검역 검사 본부는 검출된 세슘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전량 시중 판매를 허용했다. 세슘의 식품 허용 기준치는 1킬로그램 당 370베크렐 이하인데, 이 먹거리에서 검출된 세슘은 최대 1.7%에 그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조심성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사먹지 않으면 될 거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출처: 김익중 동국의대 교수]

최근 김익중 교수가 방사능 측정기로 직접 측정하여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본산 생태는 물론 버섯과 이유식에서도 세슘이 검출됐다. 가장 높은 검출량을 보인 일본산 명태는 킬로그램(kg) 당 세슘137이 5.22베크렐(Bq), 세슘134가 3.4베크렐이 검출됐다.(정확히 말하면 반감기 계산상 세슘 134와 137이 함께 나오지 않은 먹거리는 후쿠시마의 영향은 아니다.)

후쿠시마 주변 가리비 수입해 국내 굴양식에 사용

최근 우리를 경악하게 한 또 하나의 보도는 한국에서 굴양식을 위해 사용되는 일본산 가리비가 대거 수입됐다는 것이다.

그것도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이후 바로 그 주변지역의 가리비를 집중적으로 수입해 국내 굴양식에 사용했다. 가리비 껍질을 일본에서 들여오는 이유는 일본은 가리비 껍질을 폐기물로 취급해, 거의 공짜로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아서 검역당국의 별다른 검사도 받지 않는다. 이 가리비 껍질이 방사능에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었으며, 그 껍질에서 자란 굴이 어떠한지는 결국 아무도 모른다. 그 많은 가리비 껍데기를 수없이 만진 어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안일한 대처들로 시민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한물간 변명을 늘어놓는다. 식품에서 검출된 방사선량은 뉴욕에 가는 비행기를 탈 때 피폭되는 양보다 낮은 수치고, 의학적 진단과 치료 시 입게 되는 피폭량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허나 이렇게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먹거리에서 방사선이 검출된다는 것은 비행기나 의료기계에 의한 외부피폭이 아니라 내부피폭(이하 내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폭이 왜 큰 문제가 되는 것일까?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 ‘방사선은 알파, 베타, 감마가 있고… 감마선이 침투력이 가장 크며… 그 피폭량은 거리 제곱에 반비례 한다’는 말을 얼핏 들어보았을 것이다. 바로 그 공식이다. [피폭량은 방사선원(방사성 물질)으로부터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 즉 방사성 물질이 내 입으로부터 1cm 떨어져 있을 때보다 만약 내입에 닿아 만약 0.1cm까지 가까워지면 피폭량은 100배 커진다. 몸 안에 들어와 0.01cm 거리가 되면 피폭량은 1만배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적은 방사선이라도 내폭은 외폭의 경우와 달리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나마 먹거리를 통해 들어온 방사성 물질이 장을 타고 그냥 지나가 버리면 다행이겠지만, 일부는 흡수되어 몸에 남는다. 그리고 체내반감기 정도에 따라 천천히 줄어들며 세포를 계속 파괴한다.

핵실험을 통해서만 방출되는 인공원소 '세슘'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을 가지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세슘은 핵안전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자연방사능과는 그 근본부터 다르다. 세슘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다. 즉 세슘 자체는 핵실험을 통해서만 방출되는 인공원소이다. 때문에 세슘이 핵폭발 시 낙진 정도 등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 세슘이 음식물에서 검출됐다는 것 자체가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세슘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사실 이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인류가 핵이 위험하다는 것을 안 이래로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핵사고가 일어난 경우 간접적으로 그 영향을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후쿠시마 이전에 유사한 핵사고가 있었다. 잘 아시다시피 체르노빌 사건이다. 이 사고 당시 피폭을 입고 사망한 사람들의 사체 해부를 통한 중요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자료가 그나마 세슘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몇 가지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위의 그래프는 체르노빌로부터 90마일(약 145km) 떨어진 고멜지역에서 반다제브스키(Y. I. Bandazhevsky) 박사가 진행한 연구결과다. 1986년 체르노빌 사건이 일어난 이후 11년이 지난 1997년에 사망한 어른과 어린이의 사체를 해부하여 세슘(Cs-137)을 측정한 것인데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13개의 기관 중 8개의 기관에서 높은 수치가 나왔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검은 막대보다 훨씬 높은 회색 막대가 보여주듯 어린아이들에게 훨씬 많은 세슘이 축적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절대적인 안전치라고 말할만한 기준은 사실 존재하지 않지만 2012년 4월부터 일본산 수입식품에 적용된 세슘 허용기준을 보면 100Bq/kg이고 우유·유제품의 경우 50Bq/kg, 음료수는 10Bq/kg이다. 체르노빌 사고 후 145km 떨어진 곳에서 10년 남짓 성장한 아이의 갑상선에서 1200Bq/kg의 세슘이 나온 것이다.

반다제브스키 박사는 유산된 태아의 사체를 검사한 결과 방사성 물질이 산모로부터 태아에게 전달되어 축적됨을 관찰하였고 특히 심각한 다기관 기형을 가진 채 유산된 태아에게서 높은 세슘치를 보인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그는 또 태어난지 6개월 이후 다양한 요인으로 사망한 영아 6명을 부검하였는데 위의 표와 같이 몇 천 단위에 이르는 세슘 농도를 나타냈다.

또, 그는 고멜지역에서 10살이상 된 어린이 52구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를 정리하였는데 위의 표에 보이는 바와 같이 갑상선, 부신, 췌장, 가슴샘과 같은 내분비기관에 집중적으로 대량의 세슘이 축적되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아이들은 체르노빌 핵사고가 일어난 지 1년 후인 1987년 3월 이후 출생한 아이들이었다. 이런 결과를 확인한 반다제브스키 박사는 세슘의 장기적인 노출이 인체에, 특히 어린아이들의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수 있으며 사망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는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리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논문에서 방사능 위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되거나 경제적 상황으로 아이들이 격리되고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음식을 먹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글을 마친다.

그의 발표는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그는 이 연구 발표 후 석연찮은 뇌물수수혐의로 수감되었다. 이에 대해 앰네스티는 반다제브스키의 투옥이 정치적 이유에 있다고 판단하고 즉각 그를 양심수로 선정하였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학자로서 본분을 다했을 뿐인데 핵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세력들은 그를 매장시켰다. 체르노빌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후쿠시마의 사건을 보고도, 경제성, 안전성 운운하며 핵산업을 물고 늘어지는 세력들이 아직도 있는 것을 보면, 그리 먼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윤이냐, 생명이냐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