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가 7미터 방파제용 테트라포트들 사이로 떨어졌습니다.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천주교 의식인 ‘십자가의 길’ 마지막 열 네 번 째, 예수가 십자가 처형 뒤에 무덤에 안장되는 의미를 새기는 ‘예수-무덤에 묻히다’의 자리였습니다. 저를 비롯해 소식을 들은 누구든 문정현 신부가 사망했다 생각했습니다. 마음으로는 장례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살았습니다. 어떤 상황설명으로도 해석 안 되는 기적(!)일 뿐입니다. 걱정과 기도로 함께 해준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 지난 4월 6일 오후1시30분경 부활절 관련 미사를 마치고 강정sos해상팀이 구럼비에서 기도를 하기위해 바다로 나가려 하자, 해경이 삼발이 위에 올라와 이를 저지하는 과정중에 문정현 신부가 사제복을 입은 상태로 약10터 아래로 추락했다. [출처: 구럼비야 사랑해] |
통행을 막을 근거가 없는 지역까지 차단하고 막무가내로 막아대는 해경, 탈법과 폭력성을 감추지 못하는 이명박 정권의 야만성이 언제든 만들어낼 참사였습니다.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경찰과 해군의 폭력은 오래 전부터 일상입니다. 송강호 박사 등을 비롯해 이미 여러 평화운동가가 엄청난 위협과 죽음 근처 가는 만행을 겪었습니다. 용산참사, 도심 한가운데서 6명을 불태워 죽인 바로 그 정권이고 그들의 경찰, 그들의 군대입니다. 문정현 신부가 내쳐떨어진 그 무덤은 콘크리트 시멘트 구조물 속이었습니다. 삽질 정권답습니다.
살아있으니 문정현 신부와 농도 주고받습니다. “대체 이명박하고 뭔 놈의 인연이길래 우리 둘 다 이 시절에 이렇게 죽음을 넘나드는 거냐.” 게다가 문정현 신부는 박정희 정권 때 벌어진 최악의 사법살인 ‘인혁당 사건 8인 속전속결 사형’ 때, 시신마저 빼돌리는 차량을 막아서다 다리를 다쳐 장애인이 된 바 있습니다. 그가 다리를 절룩이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사연입니다. 지금은 그 독재자의 딸이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가 되어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반드시 건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다시금 죽음 문턱에 들어서고 몸이 부서졌습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하여간에 용산참사 때 단식기도하다 쓰러졌던 저도 그렇고, 문정현 신부도 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새 목숨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들이 서이독경에 마이웨이를 고집한들, 불법과 탄압으로 권력을 지탱하려 기를 쓴들, 결국 국민을 이기지 못 한다는 의미입니다. 끝내는 생명이 죽음을, 평화가 폭력을 이긴다는 것입니다.
총선 영혼, 총선 열정을 이제 강정에 새롭게 모아주시길 청합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21세기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분노와 열망을 강정에서 이어달리자구요.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단 한 번의 설명회도 공청회도 없이 은밀하게 전격 결정되었습니다. 주권을 회복해야 합니다. 한나라당 의원이 다수였던 제주도의회는 강정마을을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시켜 해군기지 유치를 쉽게 만들어줬습니다.
구럼비를 살려야 합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미 해군이 쓸 것이고, 한미상호조약에 의거하여 강정에서 가까운 모슬포 공군비행장까지도 미군에게 자동으로 차출될 겁니다. 제주 전역이 전쟁기지가 되는 것은 불 보듯 환합니다.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4월 14일(토)에는 제주에서 전국행동이, 16일(월)에는 제주평화의 섬 천주교연대가 개최하는 전국미사가 강정에서 계속 있습니다. 구럼비가 초대합니다. 당선자는 당선사례를, 선전했으나 낙선한 분들은 새 희망을, 주권자는 분명한 소망을 구럼비에서 보여주시라.
따뜻한 연민과 연대라면 그 무엇이든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살립니다. 문정현 신부가 테트라포트에서 떨어진 그 자리에는 놀랍게도 흔히 쓰는 ‘깔개’가 있었습니다. 구럼비를 향해 포구에서 기도할 때 깔고 쓰던 건데, 바람에 날려 거기 가 있었던 겁니다. 여러분의 기도 또한 뜻밖의 기적, 뜻밖의 선물을 만들 것입니다. 홀씨처럼 날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평화로 덮는데 쓰일 겁니다. 함께 하자구요. 좋잖아요. 강정에 평화, 구럼비야 사랑해! (출처=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