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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가져서는 안될 절대반지, ‘해고의 자유’

[연속기획-2012 비정규직](5) 현장의 힘으로 비정규직법 폐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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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을 해고의 위협 아래 두는 정리해고제도와 비정규직법

해고는 ‘살인’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발생한 22명의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사실을 몸으로 느낀다. 한국사회에서 고용되지 않고 살아갈 길은 없기에 해고되는 이들은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다. 그런데 지금은 ‘해고’가 아무런 제한 없이 저질러진다. 정리해고제도와 비정규직제도 때문이다. 이 두 제도는 기업에게 해고에 대한 권한을 독점적으로 주어서 자신들이 원할 때 노동자들을 해고하게 만들고, 기업 부실경영의 책임도 노동자들에게만 떠넘기도록 한다. 물론 정리해고제도도 ‘해고의 요건’이 있고, 비정규직도 ‘2년 이상 정규직화’ 등 소위 ‘보호장치’가 있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은 현실에서 유명무실하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월간지 고용동향 브리프(2월호)에 따르면 2011년 정리해고자들은 10만2천명에 이른다. 유럽발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정부가 자랑하던 때에도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를 당하고 있었다. 이것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일상화하면서 정리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지만 기업의 인수 합병 등의 구조조정에도 정리해고가 인정되고, 법원은 기업이 사전에 구조조정을 감행하면 그것을 해고회피노력으로 인정해주는 등 정리해고 요건은 계속 완화되었다. 정리해고가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의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정리해고만이 아니다. 이미 900만 명이나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됨과 동시에 해고되는 해고대기자들이다. 기업들은 더 낮은 임금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할 때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비정규직을 활용한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이야기한 비정규법은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법에 불과했고 반복적 계약해지를 부추긴다.

2009년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2년동안 일한 기간제 노동자들은 전체 계약직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20여만 명이다. 대다수는 2년 이전에 해고된다는 뜻이다. 그나마 2년간 일한 20여만 노동자들 중에도 1/3만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그냥 일하거나 혹은 외주화되고 해고당한다. 기간제법의 효과이다. 현대자동차에서 불법파견을 정규직화하라는 대법 판결이 나온 이후, 현대·기아 등 자동차 공장에서는 한시하청이 늘어나 6개월만 일하고 해고되어 쉬다가 다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진다. 파견법이 더 많은 노동자들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해고는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가장 큰 무기

기업들은 해고가 노동자를 통제하는 가장 큰 힘이 되기 때문에 해고의 자유를 강하게 내세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고용유연화’는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얻겠다는 주장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해고된다는 것은 삶의 전망을 잃는다는 것이다.

고용보험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임금근로자 고용보험 가입률은 58.9%이고,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 42.1%밖에 되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고용보험 가입률이 25.7%에 불과하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고용보험의 수급요건도 까다로워서 6개월까지 고용보험을 내고 있어야 하고, 실업급여도 길어야 8개월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고용보험은 해고에 대한 안전망이 되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강제로 일터에서 쫓겨난 이들은 삶의 전망과 모든 인간관계들이 파괴되는 고통을 겪게 된다.

해고의 권한이 온전하게 기업들에게만 주어져 있기에 노동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기업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낮은 것도 계약해지의 권한을 기업이 독점하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능교육에서 2011년 12월 조합원들만 골라서 해고했는데도 법원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결한다.

자기 권리를 찾으려고 하는 순간 비정규직들은 언제라도 계약해지에 노출된다. 비정규직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이다. KEC처럼 기업들은 노동조합을 무너뜨리려고 정리해고의 카드를 꺼내든다. 콜트-콜텍도 노동조합을 만들자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고 정리해고를 휘둘렀다. 한진중공업에서 벌어진 정리해고도 노조를 길들이고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고에 대한 권한을 기업이 독점하고 해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놓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힘은 강화되고, 노동자들은 숨죽이고 통제되고 노동조건이 나빠지는 것을 감수하게 된다.

이런 해고가 너무 억울해서 투쟁을 시작하는 이들은 다시 제도의 벽에 부딪친다. 기업의 해고 권한이 정당하다고 인정되기 때문에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불법으로 간주된다. 정리해고 당하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함께살자’고 외쳤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잔인한 국가폭력에 의해 난자당했다. 그 결과 22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는데도 콜트 사장은 복직을 시키더라도 다시 해고할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단체협약을 돌려내라며 투쟁하다가 해고된 재능교육 노동자들은 1,500일이 넘게 길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기업들의 안하무인격 해고가 법적 제도적 사회적으로 승인되어버리고, 해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무시되거나 잔인하게 짓밟히는 지금의 현실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살아나길 기대하긴 어렵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비정규직법 개정은 ‘현실성’이 없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법의 폐해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정리해고제 폐지와 파견법 폐지 등은 현실가능성이 없는 원칙적 요구이기 때문에 현실 가능한 요구인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비정규직법 개정’을 하자는 입장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개정안이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비정규법 개정’안은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비정규법 개정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2012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될 것이므로 통합민주당과 힘을 합하면 개정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리해고제도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시행되었고, 비정규법은 2007년 노무현 정권에서 만들어지고 시행되었다. 통합민주당은 지금도 비정규직법과 정리해고제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민주당과 힘을 합하려면 폐지가 아니라 개정안을 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법을 만들 때부터 해고의 자유를 기업에게 주는 ‘유연성’을 강조했다. 개정안을 만들려면 기업권력을 승인하는 민주당과 노동운동진영의 타협이 계속될텐데 주도권을 민주당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해고 권력에 대한 현실적 제한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과 함께 ‘법 개정’ 그 자체에는 성공할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개정된 법은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 개정안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는 기업이 정리해고를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정리해고를 한 이후에 법원이 그 정리해고를 부당하다고 판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일 뿐이다.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도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저항할 권리는 없으며,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신세이다. 기업은 여전히 해고에 대한 권한을 갖고, 법원의 판단이나 정치적인 지형을 보면서 정리해고 카드를 꺼내들까 말까를 저울질할 것이다.

비정규직법 개정도 마찬가지이다. 기간제법을 개정해서 사용사유를 제한하면 기업들은 파견으로 전환한다. 제조업 불법파견을 엄격하게 규제하면 기업들은 진성도급이라는 가짜 도급을 활용한다. 정규직 전환기간을 짧게 하면 기업들은 더 짧은 주기로 노동자들을 해고한다. 비정규직법 개정은 기업이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해고하는 절차를 조금 복잡하게 만들 뿐,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버릴 수 있는 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기에 기업들로서는 조금 귀찮은 절차일 뿐이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비정규법 개정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제도 자체가 기업에게 권력을 주고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정리해고를 막고,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의 힘이다. 그런데 이 제도들은 그 저항의 힘을 봉쇄하는 수단이다. 그러므로 개정안은 노동자들의 자율적 투쟁의 힘을 강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막는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

해고 규제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폐지, 현장의 힘 강화로부터!

해고에 대한 규제는 기업의 일방적인 해고 권력을 빼앗아오는 것이다. 그것은 ‘해고’에 대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허락한 정리해고제도와 비정규법, 두 제도의 폐지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두 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현실에서 벌어지는 각종 해고와 비정규직화를 막을 수는 없다. 제도는 결국 힘관계의 사회적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여 투쟁의 힘을 강화하고, 그 힘으로 기업의 해고권력을 규제할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정리해고법과 비정규법을 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이 아직은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원칙적’인 주장이 아니라 현실적인 주장인 이유는, 지금 당장 법을 폐지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 법의 폐지가 가능하도록 노동자들의 힘을 강화하는 경로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리해고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비정규직도 9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모든 노동자의 문제가 되고 있다. 고용불안에 대한 모든 노동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점차로 응축되고 있지만 아직은 폭발적인 대중투쟁으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 힘이 때로는 왜곡된 방향으로 분출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정규직들에 대한 분노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것은 왜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지 근원적인 문제를 이해하기 어렵고, 노동운동진영의 투쟁이 많은 이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할 만큼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먼저 노동자들이 고통받는 원인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투쟁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허울로 언제로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점, 비정규직은 노동자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안정적인 일자리의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훼손하고, 해고를 자유롭게 하여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투쟁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점을 충분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기업들이 해고의 권리를 그렇게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투쟁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 장치나 법에 기대지 말고, 법률적 패배에 연연하지 말고 정리해고에 저항하자고 이야기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의 계약형식에 굴복하여 불안정한 현실을 인정하지 말고 안정된 노동의 권리를 위해 계속 투쟁하자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앞서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힘을 북돋고 함께 연대함으로써 승리의 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에는 그러한 투쟁의 힘이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제도개선 투쟁에서는 법안의 정교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안의 정교함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설정이 법안의 현실성을 높인다. 그동안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에 맞서 투쟁해왔던 이들은 정리해고제도와 비정규법 폐지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기업의 해고 권한을 규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을 제출해왔다. 파견법을 폐지하고 간접고용을 규제하기 위해서 직업안정법을 강화하는 것, 기간제법을 폐지하고 근로기준법 상에 기간제의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것,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2조를 개정하여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여 원청이 실질적으로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또 노동자 개념을 확장하여 특수고용 노동자 모두가 노동자로 인정받도록 하는 것 등이다.

이것은 책상 위에서 만든 요구가 아니다.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해고노동자들은 사법적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의 현장투쟁으로 삶과 노동의 안정을 쟁취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부딪친 문제들에 대한 제도적 대안을 투쟁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어왔다. 자신의 힘으로 현장에서 권리를 쟁취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가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과 해고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만들기 위해서 제도개선안을 제출했고 함께 투쟁해왔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법률 대안이나 정치권에 기댄 개정안 등에 흔들리지 않고 위의 ‘권리입법안’을 지켜왔던 것이다.

현장에서의 힘을 키워 투쟁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다시 연대하여 제도를 변화시키는 공동의 힘을 만드는 것이 기업이 가진 해고의 권리를 제대로 규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는 가장 빠른 길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안의 변화조차도 투쟁의 힘 위에서 만들어져야 원칙대로 잘 이뤄질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 자철결대원

    자본주의의 노동자 살육 무기다. 위 기사대로의 해고의 자유는 노동자의 인격,삶,생계등을 망치는 자본주의가 저지르는 반인권적 범죄다! 노동법에도 해고의 자유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부당해고 사건이 좋은 예다.) 전태일 열사님을 다시 생각해 봐야 겠다.

  • 자철결대원

    이런 사회 방치는 열사님을 모독하는 짓인것 같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