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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연쇄반응

[기고] 고리원전 사고 나면 후쿠시마 3~5배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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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는 정든 고향을 살아생전 돌아 갈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 버린다. 울산시청은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도로로 28Km 떨어져 있으며, 월성원전으로 부터는 29Km 지점에 있다 고리원전이나 월성원전에 중대사고가 일어나면 울산의 대부분 지역은 죽음의 땅이 될 수밖에 없다. 울산의 모든 산업시설은 가동을 멈추고, 나의 집, 학교, 직장, 전답, 이웃을 잃고, 우리는 방사능에 피폭된 채 떠돌이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출처: 울산환경운동연합]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제일 원전 사고 시 이 사고로 도쿄 인근의 원전도 비상사태가 되면 수도 도쿄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악마의 연쇄반응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불행하게도 진행형으로 아직도 큰 위험을 안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사고만으로도 300조원의 손실과 이로 인해 100 만명이 추후 사망할 것이라는 묵시록적 예측도 있다.

고리 원전에서 2월 9일처럼 외부전원이 끊어지고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이것이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고로 전개되었다면 한국에도 악마의 연쇄반응이 현실화될 뻔하였다. 고리원전이 중대 사고를 일으키면 30Km 내의 울산과 부산의 317만 명이 피폭되고, 영남 일원은 방사능에 오염된 금단의 땅으로 바뀌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는 철저히 붕괴될 수밖에 없다. 고리원전은 불행하게도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항만 등의 국가 기간 산업시설과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해 있어 후쿠시마 원전 피해보다 어림잡아 3~5배에 이르는 괴멸적 손실을 입힐 것이다.

고리 1호기는 2월 9일 비상디젤발전기 고장 은폐 사고가 나기 전에도 1978년 가동한 이래 2009년까지 원전 고장 전체 누계 423건 중 107회의 고장정지를 일으킨 사고 다발의 노후 원전이었다. 그런데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이번 은폐 사고를 계기로 놀라운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한수원은 2월 9일 비상디젤 발전기 고장을 조직적으로 은폐했으며, 2월 23일 감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 정기검사는 이를 정상으로 판단하여, 3월 5일부터 14일까지 재가동을 하게 했으나 2월 26일 한수원 자체 검사 시 발전기는 고장이었고, 3월 15일도 고장이 재확인되어 비상디젤발전기가 고장난 상태에서 원전을 가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충격적 보도도 있었다.

여태까지 드러난 한국수력원자력의 사고 은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4월 5일 울진 4호기는 증기발생기관 파단사고를 일으키고 냉각수가 45톤 이상 누출되는 대형 사고를 일으켰으나 이를 감추고 몇 개월이 지난 뒤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원자력 안전기술원과 원자력 안전위원회 주재원은 원전에 상주하며 원전을 감시한다. 그러나 이번 은폐사고에서 볼 수 있듯 이들 감시 기관은 감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책임이 없다는 발뺌만 하는 무능하고 용렬한 조직임을 보여 주었다. 이들은 마치 총알택시를 몰 듯 원전을 가동하고, 심장이 멎은 환자를 그냥 수술하는 돌팔이 의사와 같은 행태의 고도의 부도덕성을 이미 내면화한 듯하다.

이들에게 더 이상 원전 안전을 맡기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울산시와 울산시의회는 조속히 원전관련 안전 감시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며, 한수원, 원자력 안전위원회, 원자력 원전기술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해야 하며, 고리 원전 1호기에 대한 엄격한 안전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전을 재가동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해야 한다. 한편 사용자 단체인 상공회의소도 울산이 핵으로부터의 안전을 확보하게 하기 위해 은폐 등의 제보를 포상할 수 있는 원자력 안전 기금 등을 조성해야 한다.

최근 원전의 무모한 가동과 확장은 원전을 신성장동력으로 보아 무리하게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평화적 핵주권론을 내세우며 핵을 재처리하고자 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토건세력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후쿠시마 제일 원전 사고 후에도 한국의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 우리의 시민사회가 심지어 원전 폐부품 납품 뇌물 사건까지 겹친 고리 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쉽게 허락한다면 불행한 악마의 연쇄반응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