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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사학, 소유와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

[연속기고] 교육혁명 대장정을 시작하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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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자본의 천국

한국의 교육에서 가장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질문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무엇일까? 대체로 대학등록금, 사교육비, 학교폭력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된다. 그런데 이들은 현상에 불과하며 본질은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에 있다. 즉, 대학서열체제가 해소되고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사라지거나 줄어든다면 사교육의 수요자체가 근본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학교폭력도 마찬가지다. 학교폭력의 심리적 연원은 대학입시로 인한 엄청난 스트레스, 위계적이고 억압적인 학교문화, 적자생존 약육강식을 강요하는 경쟁교육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한국의 대학등록금이 비싼 원인으로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출의 부족만큼 중요하게 지적되는 것이 바로 대학운영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존재이다.

한국의 대학은 사립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2011년 기준으로 총 346개 대학 중 일반대가 179개인데, 그 중 사립대학 152개로 84.9%를 차지한다. 전문대학은 더욱 심각한데, 2011년도 국공립전문대학 재학생수는 1만 593명으로 전체 재학생수 49만4018명의 2.1%이며 나머지 98%가 사립 전문대학에 다니고 있다.

한편 OECD 통계에 의하면 사립대의 비중이 높은 나라가 한국(76%)-일본(75%)-멕시코(34%)-미국(32%) 순서로 나타나있다. 즉, 한국의 지배계급이 모델로 삼고 그 교육체계를 모방해온 미국도 국공립대 비율은 무려 70%에 가깝다. 또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의 나라들은 대부분이 국공립대학의 비율이 80%이상이며 일부의 경우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한국은 사적주체에게 대학교육을 내맡기다 보니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학적립금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이화여대 656,879,694,000원(1위) 홍익대 555,504,549,000(2위), 연세대 457,725,920,000원 (3위) 순으로 하여 대부분의 주요사립대학들이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으며 그 규모는 무려 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반면 사립대학들은 법정부담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2011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출한 ‘2010년 법정부담금 납부 및 등록금 인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09회계연도 결산 기준) 4년제 사립대들이 법정부담금으로 내야 할 전체 금액은 2478억 원이었지만 실제 납부액은 1143억 원이었다. 재단 155곳 중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낸 데는 28곳에 불과했다. 납부율 0%는 39곳, 50% 이하는 100곳에 달했다. 전문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더욱 문제는 대학만 사립의 비율이 높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아교육의 경우에도 사립 비율이 높다. 2011년 기준 유치원 재학생수는 총 564,834명으로 이 가운데 국공립 유치원 재학생은 126,055(국립 240명 포함)명으로 전체의 22.3%인 반면, 사립유치원 재학생은 438,739명으로 77.7%에 달한다. 그 결과 유치원 운영의 투명성과 교육과정 운영의 공공성 등을 담보하기 어렵고, 유아교육 관련 정책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또 중등교육(초중고)에서 사립학교 비율 또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높은 편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이른바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의 경우 공립의 비율이 미국은 92.0%, 독일은 91.4% 일본도 69.2%에 이른다. 북유럽은 대부분 공립으로 덴마크는 97.4% 노르웨이는 97.4%이다. 남부유럽의 스페인도 78.3%, 호주도 78.6%이다. 반면 한국은 51.5%로 OECD 상위 20개 국가 중 맨 하위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고등학생 전체 1,534개 고등학교(198만명)의 절반 정도가 사립이다. 그러나 이들 사립학교의 재단전입금 비율은 전문고 및 인문고 모두 1.1-1.6% 수준이며, 교육청에서 지원받는 원조 보조금은 45-64%로 세입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사립학교는 국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함에도 교원 임용에서부터 교과과정에 이르기까지 사립재단들이 전횡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단지 초기에 학교를 설립하였다는 이유로 이사회를 대부분 친인척으로 채우고, 이사장이나 가족의 고급승용차 운영비에서부터 각종 로비 자금까지를 교비로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사립재단중심의 학교운영은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사립대학은 재단에 의한 대학운영의 전횡이 가능한 구조이다. 그 핵심에는 사학법인이사회가 있으며 이는 예결산권, 임원 및 총장 임면권, 정관변경사항, 학교법인의 합병 또는 해산에 관한 사항, 사립학교 경영에 관련 중요사항의 심의 의결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대학운영에 관련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사장을 중심으로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그 결과 부정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심지어 만일 이사장이 사립학교법을 위반할 경우 2년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징수하면 그만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대학평의회가 도입되었지만, 그 실효성은 미미하다. 더욱이 대학평의회는 2005년 법제화된 이후 평의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사립대학은 거의 없다. 실제로 2010년 기준 4년제 사립대 145곳 가운데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11곳은 아예 대학평의원회를 설치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국사회는 교육기관을 사적주체의 손아귀에 내맡겨 놓았으며 그 결과 학교운영을 통해 부를 축적하거나 부와 권력을 향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 사학재단들은 학교를 생산수단으로 삼아 민중들의 고혈을 빠는 사학자본인 것이다. 그 결과 노동자 민중들은 뼈꼴 빠지게 번 돈(그것이 등록금이던 세금이던)을 이들 사학자본들의 아가리에 갔다 바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소유 및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

무상급식에 이어 최근에는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화 하겠다는 발언이 제도정치권과 심지어 현 집권여당 인사의 입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또 여기저기서 교육복지라는 구호가 넘쳐나고 있다. 한편 서울시립대의 사례에서처럼 반값등록금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임이 이미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유아에서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자. 그런데 만일 소유 및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고 단지 재정지원에 그친다면 즉, 민중들이 낸 세금을 가지고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운영자금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그 한계는 너무나 분명하다. 그렇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출은 분명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교육기관에 대한 소유 및 지배구조 또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최근 국공립대학의 비율을 절반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도정치권에서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 대부분이 대학이 대부분 국공립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이상할 것도,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대학의 경우 이와 관련한 다양한 단계적 방안들이 제출되고 있다. 우선 명백한 비리를 저지른 사립재단은 즉각적으로 퇴출시키고(인허가를 취소) 국공립화 하는 것이다. 다음 상당수의 사립대학들의 경우 준공립화(국가지원사립대학)를 통하여 국공립으로 만드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해온 사립대학들은 사회적으로 단죄하고 특단의 조치로 그 소유 및 지배구조를 혁신한다. 특히 대학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재단이사회가 아닌 대학구성원이 동수로 참여하는 대학평의회로 이관시켜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제출되고 있다. 또 대학운영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교수의 임금에 대학 국가지원 즉 비정규교수를 정규직화하는 것을 포함하여 교원의 임금을 국가가 지원함으로써 대학을 준공립화하는 등으로 공공성을 확장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과 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법제도의 개선은 결국 사회적인 힘 관계, 세력간의 역학에 달려있다. 이미 노무현 정권 때 사립학교법 재개정 관련 소동을 겪은 것처럼 한국사회의 사학자본들은 의회를 마음대로 주무를 정도로 막강한 기득권세력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이른바 진보적인 인사 몇몇이 국회에 진출한다거나 심지어 이른바 민주진보진영이 집권세력이 된다고 해도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필요한 것은 모든 교육기관을 사적소유가 아니라 공적소유로 나아가 사회화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운동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천문학적 규모의 대학적립금에 대한 사회적 지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으며, 더 이상 교육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는 행위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또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민중의 절망은 이제 교육불평등이 사회불평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세상에 대한 분노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 속에서 혁명은 단지 절대적 빈곤이나 억압의 조건에서 발생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과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사회변화의 동인이 되었다. 즉, 혁명은 장기간의 객관적 생활조건의 개선이 있은 직후의 정체기나 퇴행기에 자주 발발해왔다. 왜냐하면 극심한 빈곤이나 억압으로 점철된 시기에는 혁명에 동조하기 보다는 그러한 상태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거나 적응하려는 경향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경제적 조건의 향상, 기대를 현실적으로 충족시키기 못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혁명을 일으키거나 가담해 왔다.

몇십년 전만 해도 고등교육은 계층상승의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처럼 보였고, 부분적으로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등학생 80%가 넘게 대학을 간다. 대학진학을 하는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대학 무슨 학과를 나왔는가가 인생을 결정짓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부가 학력이라는 문화자본을 통해서 대물림되는 형국이다. 아무리 민중이 발버둥쳐도 가진자들은 엄청난 사교육비와 정보력을 동원하고, 고등학교도 서열화하여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철옹성같은 방벽을 쳐서 이른바 민중의 계층상승의 진입로를 차단시켜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학교를 생산수단처럼 활용하여 지난 수십년간 부를 축적해온 사학자본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냐 마냐, 선별적인 교육복지냐 보편적인 교육복지냐는 식의 저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자본주의가 생산은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생산수단은 사적인 소유관계에 머물고 있어 공황과 전쟁과 같은 사회적 질곡을 만들고 있듯이, 만인이 누려야할 보편적 권리이자 공적영역인 교육을 사적주체들의 손에 내맡기고 있는 왜곡된 소유구조가 한국교육의 앞날을 가로막고 있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교육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는 소유 및 지배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