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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1개월 감옥살 때, 비정규직은 86개월 살아

[현장편지] 정 회장 부자 678억 주식배당금 비정규직 3천명 정규직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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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지난 8일 스위스 제네바 국제모터쇼에 다녀온 모양입니다. 경제신문들이 “제네바도...현대차 정몽구 리더십”, “정몽구 현대차 회장, 1박3일 제네바 강행군” 등의 기사를 쏟아내며 ‘몽구어천가’를 불렀습니다.

한 신문은 정 회장의 리더십을 전문성과 강력한 추진력이라고 추켜세우며 “타고난 체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피곤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최고경영자로서 주어진 일정을 칼같이 소화하는 솔선수범 마인드가 정몽구 회장의 또 다른 리더십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타고난 강철체력의 소유자인 정 회장이 2006년 6월 수천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고, 변호인 측은 “돌연사 가능성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정몽구 회장의 귀국 선물은 456억3000만원의 주식배당금입니다. 라이벌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85억9000만원), 사촌인 현대중공업 정몽준 회장(308억7000만원)을 멀찌감치 제치고 726개 상장사 가운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경제신문들이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석해 후계자의 기량(?)을 뽐냈다고 칭찬한 그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전년보다 87.5% 증가한 222억원의 배당금을 기록해 LG그룹, SK그룹, GS그룹 등 내놓으라는 재벌들을 모두 물리치고 4위를 차지했습니다.

3월 16일 현대차 주주총회 30분 만에 의결

3월 16일 오전 9시에 열리는 현대차의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정몽구 부자에게 678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현금배당을 의결합니다. 주주들은 지난 수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경비들의 철통같은 보호를 받으며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30분 만에 일사천리로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이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결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못해 한 푼도 배당받지 못합니다. 2011년 현대차 노사 간의 단체교섭 합의에 따라 정규직 노동자들은 35주의 주식을 받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단 한 주도 받지 못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연말에 2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주식을 사서 주주총회장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해도 용역경비들에 막혀 접근조차 하지 못합니다. 8조가 넘는 현대차의 순이익은 밤낮으로 일한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땀이라고 주주들에게 하소연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정 회장 부자의 현금배당금은 ‘귀족노동자’로 불리는 연봉 6000만원의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가 1130년을 벌어야 하는 금액입니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최종 판결을 받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3천 여 명을 즉시 정규직화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정몽구 회장 부자의 곳간에 쌓이는 것입니다.

정몽구 회장 부자 배당금 사내하청 3천명 정규직화 가능

대한민국 검찰도 제네바에서 맹활약(?)을 하고 귀국한 정몽구 회장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습니다. 검찰은 2006년 정몽구 회장의 횡령사건 때 현대차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8명에게 1000만원의 돈봉투를 건넨 사건의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검찰은 5년이라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많은 노동자들은 재벌 장학생이라는 별명의 검찰이 공소시효가 지나길 기다렸다가 불법로비 사실을 알려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동진 전 현대차 부회장이 2006년 9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8명을 만나 1인당 1000만원을 건넸고, 청와대 비서실 고위공무원에게도 로비를 했습니다. 검찰이 밝히지 않은 로비가 얼마나 많았을지 노동자들은 지난 경험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비자금 조성과 횡령으로 2006년 5월 구속기소 돼 한 달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고, 2007년 2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국가경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이어 2008년 6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지만 73일 만에 사면됐습니다.


검찰,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 불법로비에 면죄부

경제에 기여하신(?) 회장님과 달리 검찰과 법원은 청춘을 바쳐 자동차를 만들고, 밤낮으로 일한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혹한 탄압을 받았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9년 동안 현대차에서만 2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8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월차를 쓰겠다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아킬레스건을 식칼로 그은 사건으로 노조를 만들었던 홍영교, 권수정, 오지환, 김준규, 신명균 조합원이 2003년 8월 모두 감옥에 갔습니다. 2006년 7월 권수정은 8개월, 오지환, 김준규는 6개월의 실형을 살았습니다.

2010년 11월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파업으로 지난 해 송성훈이 5개월, 양회삼이 2개월, 전주공장의 강성희가 1개월 옥살이를 했습니다.

울산공장은 2004년 7월 서쌍용 전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안기호 6개월, 최병승 7개월, 이상수 3개월 등 2011년까지 모두 17명이 54개월을 차디찬 철창에 갇혀 보내야 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이라는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인 최병승은 2010년 11월부터 16개월째 수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28명 86개월 감옥살이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은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수 백명을 헤아립니다.

현대차 재벌의 검찰, 법원의 장학생들은 지난 8년 간 근로자파견법을 위반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제조업에 불법으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고 있는 정몽구 정의선 부자에 대해 어떤 처벌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00만 명을 육박하고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여야 정치인들이 총선에서 비정규직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탄압하고 외면했던 이들이 비정규직의 친구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바람은 법을 어긴 정몽구 회장이 처벌받는 것이고, 현대차가 법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야 어느 국회의원 후보도 온갖 불법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의 구속 처벌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온갖 불법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키겠다고 약속하는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는 어디에 있습니까?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구속 현황]